영리법인과 시장개방 ( 임준,우석균)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 임준/우석균

1. 시장개방의 쟁점과 내용

가. 서비스 공급형태와 시장개방

보건의료서비스 분야에 대한 WTO 협상의 주요 쟁점을 서비스 공급형태별로 살펴보면, 크게 '국경간 공급', '해외 소비', '상업적 주재', '자연인의 이동' 등 네 범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국경간 공급'에 해당하는 Mode 1은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공급되는 서비스를 의미하며, '해외 소비'에 해당하는 Mode 2는 소비자가 다른 국가에서 이용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상업적 주재'에 해당하는 Mode 3은 외국회사가 다른 국가에 자회사나 지사를 설립하여 공급하는 서비스를 의미하며, 마지막으로 '자연인의 이동'에 해당하는 Mode 4는 개인이 다른 국가로 이동하여 공급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1) Mode 1

Mode 1에 해당하는 서비스 영역 중 대표적인 협상 쟁점 분야로 원격기술지원을 들 수 있다. 외국 의사와 우리나라 의사간의 의료지식 및 기술에 대한 원격 협의가 원격기술지원의 한 예가 될 수 있다. 원격상담 분야도 주요한 협상 쟁점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외국 의사가 우리나라 환자에게 정보통신망을 이용, 상담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외국 의사가 우리나라 간호사 등의 도움을 받아 우리나라의 환자를 진료하고 처방하는 서비스 공급형태인 원격진료 및 처방도 협상의 쟁점이 될 수 있다. 이밖에 외국 의사가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우리나라 환자를 검진하거나 수술하는 원격검진, 원격수술 등도 협상 의제에 포함될 수 있다.

그런데 현행 의료법은 중간매개인 유무를 떠나 원격상담, 원격검진, 원격수술, 원격진료 및 처방 등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어서 이 분야에 대한 서비스 개방이 이루어지려면 사전에 법,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필요하다. 서비스 개방을 위해 법,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문제가 주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 Mode 2

Mode 2는 외국 여행 중에 진료가 이루어지거나 직접 진료를 위해 외국에 가서 의료를 이용하는 서비스 공급형태를 의미한다. 또한 국내 의료기관에서 이송된 환자가 외국에서 의료를 이용한 경우도 포함된다.

최근 해외 의료이용의 빈도와 국민의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소득 수준의 향상으로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욕구가 증가한 반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건강보험으로 해소할 수 있는 서비스의 영역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체요법 등 국내에서 제공되지 않은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는데, 특히 한방의 경우 국내 의료비보다 낮은 비용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해외 의료이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교역의 증대도 해외 의료이용 증가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 외국 의료기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국내 의료기관을 이용할 때 보장받을 수 있는 급여를 제공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일정한 장벽이 존재한다. 또한 국가 간에 환자의뢰체계 협정을 맺을 경우 상대국의 비자, 수익금 송금, 보험체계의 상이함에 따른 협상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법, 제도의 개정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환자 의뢰를 위한 환자의무기록의 공유 역시 법적, 제도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3) Mode 3

Mode 3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서비스 분야로 외국의 민간병원이 영리를 목적으로 우리나라에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외국의 민간보험회사가 우리나라 및 외국계 의료기관과 계약을 체결한 후 보험가입자에게 현물급여를 제공하는 서비스 공급형태를 들 수 있다. 또한 외국의 의료인이 우리나라에 영리를 목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영업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형태를 포함한다. 외국계 자본의 우리나라 의료기관에 대한 인수 합병, 체인 병원의 개설과 합동관리 등도 Mode 3에 해당하는 공급형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공급형태는 비의료인 또는 영리법인에 의한 의료기관 개설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현행 의료법에 배치된다는 점 때문에 의료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 예상된다. 또한 영리를 추구하기 위해 건강보험의 급여범위를 제한하고 민간보험을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이 커질 것으로 보이며, 건강보험법의 당연지정제를 개정하라는 요구 등도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4) Mode 4

Mode 4와 관련된 서비스 공급형태는 외국의 보건의료 인력이 별도의 국내 면허 취득 없이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국내의료기관에 취업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전자의 의료기관 개설은 Mode 3의 공급형태와 겹치는 것으로서 어느 하나만을 해결해도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함께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러한 공급형태는 의료인이 개설하는 것보다 외국의 병원자본이 국내에 진출하는 경우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되므로 Mode 4와 관련된 직접적인 공급형태는 아닐 것으로 판단된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서비스 공급형태는 외국에서 훈련한 한국인 의사가 국내에 진출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2005년부터 외국 의대에서 공부하고 들어온 의료인력이 국내 면허를 취득할 경우 국내에서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게 되는데, 이는 상당한 장벽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Mode 4에 의한 시장개방이 이루어진다면 그러한 사례가 급증할 것으로 판단된다.
Mode 4의 서비스 공급형태에서 주요 쟁점을 형성하는 제도 및 정책 분야는 상호 면허 및 자격의 인정에 관한 내용이다. 어느 국가도 전체 면허 및 자격을 모두 인정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수준에서 인정하고 국내법의 제한 규정을 없애느냐가 쟁점이 될 수 있다.

나. 서비스 개방과 관련 제도

(1) 영리법인의 인정

WTO체제에서 DDA 협상은 매우 신속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때 이미 병원경영서비스의 개방 문제가 언급된 바가 있기 때문에 DDA 협상 과정에서 영리법인 형태의 병원 설립 인정 문제가 주요한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7월의 WTO 제네바 미니각료회의가 농업협상으로 난항을 보였으나 앞으로의 진행은 예상하기 힘들다. 현재로서는 내년으로 예상되는 홍콩에서의 각료회의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국내법에 근거할 때 영리법인이 인정되지 않고 있지만, 이미 다양한 형태의 영리성 외국의 병원자본 또는 영리법인이 진출하고 있다. 특정 외국계 자본의 경우 부동산 임대업 방식으로 국내에 진출한 사례를 보듯이 직접 의료법의 규제 대상이 아니지만, 실제 보건의료서비스 분야에 투자하여 영리성을 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투자가 대부분 필수의료서비스 분야보다 고비용의 부가적 의료서비스 분야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국민의료비의 불필요한 증가 뿐 아니라 보건의료자원 배분의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무역의존도가 73%를 넘는 상황에서 WTO 다자간 무역협상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추계에 의하면 DDA 협상으로 인하여 1.2%의 GNP 증가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에 비추어볼 때 농업, 수산업, 경쟁력이 취약한 일부 서비스 분야의 어려움이 예상되더라도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서비스 시장개방의 긍정적 효과로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및 생산성 향상, 외국인의 국내투자유치 및 서비스 산업의 해외진출에 유리한 환경 조성, 소비자들에게 다양하고 저렴한 서비스 제공 등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보건의료서비스 개방과 관련하여 미국 등의 압력이 커질 경우 다른 서비스 분야의 유리함이 존재한다면 개방의 폭이 커질 수 있다. 최근 칠레와 맺은 자유무역협정에서 경쟁력 있는 공산품의 수출에 유리하다는 판단 하에 농산물을 포기하였듯이 다른 서비스 분야에 유리하면 보건의료서비스 분야를 양보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외국인투자촉진법에서 투자금지 조항이 폐지되고 외국투자자에 대한 대외송금을 보장함에 따라 이와 상충하는 의료법 개정과 관련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향후 국민의료비의 폭발적 증가를 겨냥하여 보건의료분야에 진출하고자 하는 국내자본과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이미 오래 전부터 영리성을 강화하고 있는 대형병원의 이해가 일치한다는 점에서 영리법인을 인정하자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국내 보건의료제공자 협회의 의견을 보면 치과의사협회, 간호협회, 약사회 등은 상업적 주재와 관련하여 양허요구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을 밝힌 반면, 의사협회는 비의료인의 의료계 투자, 분원 형태의 외국 진출, 외국 병원 투자를 통한 경영 참여 등 외국에 대한 양허요구를 해야 한다는 적극적 의지를 보이고 있다. 병원협회는 중국을 대상으로 영리법인 인정 등을 포함한 병원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간호협회는 mode 4에 대한 양허요구를 주장하고 있다.

보건의료서비스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의사협회와 병원협회가 영리법인 인정 등 시장개방에 긍정적이라는 점에서 향후 시장개방의 흐름이 유리하게 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졌다. 그렇지만 중소병원 등 상당수 의료기관이 국내 영리법인 인정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기 때문에 일관된 입장을 정리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보건의료분야에서 영리법인 관련 규정은 주로 의료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의료법 제 30조 ②항에 의하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또는 조산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의료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 민법 또는 특별법에 의하여 설립된 비영리법인,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의 규정에 의한 정부투자기관·지방공기업법에 의한 지방공사 또는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법에 의한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등이 아닌 경우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규정을 위반할 경우 의료법 제 66조의 규정에 의하여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규정에 의할 경우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등이 의원, 치과의원, 한의원, 조산원을 개업할 경우 시장접근에 대한 제한과 내국민대우에 대한 제한은 없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시설에 대한 수량 제한과 국내면허에 대한 제한을 두고 있다. 공동 개원(group practice)의 경우도 시설에 대한 수량 제한과 국내면허에 대한 제한을 제외하면 시장접근에 대한 제한과 내국민대우에 대한 제한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법에 의하여 병의원 등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대상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있기 때문에 보건의료인이나 관련 비영리법인이 아닌 경우 시장접근에 대한 제한이 존재한다.

또한 의료법 제 41조 ①, ③항에 의하여, 의료법인을 설립하고자 하는 자는 시,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재산을 처분하거나 정관을 변경하고자 할 때에 시,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의료법 제 44조의 규정에 의하여 의료법인은 민법 중 재단법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서 실질적으로 영리법인의 의료기관의 개설을 제한하고 있다. 1995년부터 국내 의료기관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허용하였지만, 국내의료인 면허를 소지한 자, 국가/지방자치단체, 의료법인 또는 비영리법인만이 의료기관의 설립이 가능하므로 영리를 목적으로 한 자본의 투자가 불가능하고 해외로 과실송금이 불가한 상황이다.

약사도 약사법에 의하여 의사와 동일한 규정을 받고 있는데, 약사법 제16조 ①항에서 국내 약사, 한약사 자격증 소지자만이 약국을 개설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서 비약사의 약국 개설을 금하고 있다. 병의원과 마찬가지로 약국 개설에 있어서도 시장접근에 대한 제한이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DDA 협상 과정에서 영리법인을 인정하지 않는 관련 법규의 개정 요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2002년 6월까지 외국에서 우리나라에 제출한 양허요구안을 보면 중국을 제외하고 아직까지 보건의료 분야에 한정한 양허요구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분야별 협상이 아니더라도 주식취득, 토지취득, 최저 투자자본, 지사설립 등의 제한 철폐 등과 같이 수평적 접근을 통한 협상이 존재하기 때문에 미국 등 의료자본이 강한 선진국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강력하게 영리법인 인정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영리법인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되면, 의료법 제 30조 ②항의 개설 제한 규정이 삭제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될 경우 의료법인에 관한 규정과 개설 허가 및 취소 등에 관한 규정도 함께 삭제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며, 의료법 제 25조 ③항의 영리목적의 환자 소개, 알선 등의 행위를 금지하는 것도 삭제될 수 있다.

협상 과정에서 영리법인을 모두 인정할 수 없고, 특정한 조건의 경우에만 인정을 한다는 것으로 결정될 경우는 의료법 제 30조 ②항의 개설 제한 규정에 특정 조건에 대한 규정이 첨가하는 방향으로 개정될 소지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최근 논의되고 있는 경제특구 내 외국인 대상의 의료기관 개설에 대한 경우가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지난 7월 14일 열린 제 2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재경부는 정부에 다음과 같이 보고하였고 노무현 대통령은 이에 대해 긍정적인 대응으로 보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아래의 내용으로 볼 때 WTO DDA 협상과 무관하게 병원의 영리법인화와 개방이 경제자유지역과 각종 특구를 돌파구로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약국의 영리법인화도 추진될 것으로 보이며 약국의 영리법인화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정부의 추진방향은 형식적으로는 약국법인의 개설자가 약사로 한정된다 하여도 실제로는 자본이 지배하는 형태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병원도 마찬가지이다.

경제자유구역 내에 외국 유수의 학교·병원 등을 유치하기 위해 규제의 특례 적용을 추진
ㅇ「경제자유구역 및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국회제출('04.6.23)
* 인천송도지역에 미 동부 명문사립학교 유치(하반기 MOU체결)

「지역특구법」을 제정('04.3.22)하여 지역 특성에 맞는 선택적 규제완화를 통해 교육·레저 등 분야의 서비스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전환점 마련
ㅇ ( 의료 ) 의료에 대한 과도한 규제 등으로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이 낮고 산업으로서의 경쟁력이 취약
- 의료기관에 대한 투자자금 조달 제한, 의료광고의 과도한 제한, 국민의 다양한 의료서비스에 대한 요구 미충족
- 법인약국 개설 불허 등으로 약국의 영세성 탈피가 어려움
* 보건의료체계의 전반적 성취도(효과/비용) (WHO, '00, 전체 167개국)
: 한국(58위), 일본(10위), 미국(37위), 프랑스(1위)


(2) 민간의료보험 시장의 확대

의료시장 개방과 민간의료보험 확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안이지만, 시장개방 과정에서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점에서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에 진출하고자 하는 외국계 병원자본의 입장에서 볼 때 현재의 건강보험 수가 수준이나 관련 규제로 인하여 수익성의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건강보험체계의 변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외국계 보험회사는 국내 건강보험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의료계 일부도 고가의 진료 제공을 통해서 수익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정부도 건강보험의 만성적인 재정위기와 의료비 급등으로 건강보험에 대한 관리 부담이 높아짐에 따라서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통하여 관리 부담을 줄이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주무 부서인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재정이 안정화되는 2006년 이후에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자고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재정경제부의 입장은 다르다. 2002년 재정경제부의 보험업법 개정안에 근거해볼 때, 정부가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서비스시장 개방의 흐름 속에서 민간의료보험 활성화와 관련된 필수적인 변화들이 수반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조치들로서 건강보험 급여범위 및 대상의 축소, 건강보험자료에 대한 접근성 보장, 민간의료보험에 요양급여 심사권 부여,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도 폐지, 민간보험과 의료기관 간 수가계약 제도화 등이 단계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그림 1.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단계 및 단계별 제도변화

가장 쟁점이 형성될 것으로 보이는 건강보험의 급여 범위 축소에 대하여 살펴보면, 크게 급여를 기본급여와 보충급여로 구분하여 급여 범위를 축소하자는 안과 법정 비급여 영역을 확대함으로서 범위를 축소하자는 안이 주요하게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기본급여와 보충급여를 분리하여 급여 범위를 축소하자는 방안은 질병에 따라 급여를 기본급여와 보충급여로 구분하여 기본급여 영역만 건강보험이 담당하고 보충급여는 건강보험과 민간보험 혹은 민간보험간에 경쟁을 하도록 유도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미 정부 산하에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위한 태스크포스팀이 구성되어 '국민건강보험과 민간보험의 협력을 통한 의료보장체계의 개선방안'을 발표하였는데, 이러한 방식을 통한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을 도입하기 위해선 건강보험법에 규정된 급여범위의 재조정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데, 건강보험이 수행하고 있는 사회통합의 역할을 심각하게 훼손할 가능성이 커서 국민적인 동의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민간의료보험 회사 입장에선 확실한 시장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로비와 개입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삼성(생명)측에서는 민간의료보험도입과 관련된 TF team이 사실상의 모든 입법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반면 비급여 영역을 확대하여 급여범위를 축소하는 방안은 현재보다 비급여 대상을 확대하고 이 부분에 한정하여 민간보험을 선택적으로 적용함으로서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를 이루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러한 방안은 건강보험의 주도적 기능이 유지되고, 급여에 대한 심사·평가도 공적 영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민간의료보험 회사에게 매력이 크지 않은 방식이다.
또한 건강보험자료의 접근성을 보장함으로서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수익성을 보장하는 민간의료보험 상품의 개발을 위해 개인의 질병 및 의료이용에 관한 정보를 민간의료보험 회사가 부분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이러한 주장은 보험업법 개정을 통하여 보험회사의 건강보험 청구자료에 대한 접근을 가능하도록 만들겠다는 재정경제부 입법예고 안에도 반영된 상태이다. 현재 정부는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하여 시민사회단체가 거세게 반발하자 보험개발원이 건강보험관리공단에 개인의 질병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는 조항을 삭제하는 등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보험개발원이 의료보험 상품의 개발에 필요한 질병 및 질병치료에 소요된 비용에 관한 통계를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을 유지하는 등 여전히 주요 내용을 고수하고 있어서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고, 법률안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계류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음은 민간의료보험 기관에 심사권을 부여함으로서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요하게 의료기관이 청구한 진료 내역 및 진료비의 적절성에 대한 심사·평가 권한을 민간의료보험의 창구 역할을 하는 보험개발원 등에 부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보험회사의 수익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향후 민간보험회사의 개입이 강화될 수 있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재정경제부도 보험업법 개정안에 이러한 내용을 구체화한 입법예고 계획을 밝혔으나, 민간의료보험 활성화에 대한 반대 여론의 증가로 인하여 보험개발원의 요양급여의 적정성 심사·평가업무를 삭제하였다. 그렇지만 추후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논의에서 이러한 주장이 제기될 여지를 남겨놓았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쟁점으로 의료기관 당연지정제도를 폐지하고 요양기관계약제도를 시행함으로서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미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위한 태스크포스팀'에서 당연지정제도의 전환을 제기하였는데, 그 이유는 첫째, 소비자의 다양한 의료욕구가 충족되고, 의료기관도 소비자의 선호에 따라 분화되어 다양하게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고, 둘째, 의료소비자들은 다양하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 중에서 본인이 선호하는 서비스를 선택하여 개인의 후생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권리가 있으나, 현행 건강보험제도에서는 제한적인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었으며, 셋째, 의료서비스는 의료인의 능력, 의료시설에 따라 다양한 질적 차이를 보일 수 있으나 현재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도 하에서 이러한 차이를 반영할 제도적 장치가 없어 의료서비스 수준은 하향 평준화된다는 논리였다.

민간보험회사와 의료기관간 수가계약에 대하여 정부 규제와 개입의 수준을 조정함으로서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의료보험도입 이전에 의료기관간 수가계약과 관련하여 보험회사에서 적지 않은 갈등을 경험한 바 있으며, 의료기관과 의사들에 대한 보험회사의 장악력이 미약한 현실을 고려할 때 민감한 사안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으며, 정부가 어떠한 방식으로 개입해야 하는가가 향후 중요한 문제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의료기관과 보험자간의 수가계약방식에 따라서 보험가입자의 선택의 범위가 결정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태스크포스팀에서 발표한 안을 보면, 공보험이나 민간보험을 불문하고 보험자가 급여범위, 지불보상방법과 수가, 의료의 질 등에 대해 요양기관과 자율적으로 계약하도록 허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급여범위가 축소되고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도가 폐지된다면 수가계약에 대한 규제와 개입 방식의 문제가 전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의료보험 관리부처가 어디가 될 것인가의 문제도 향후 민간의료보험활성화의 정도와 수준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와 같이 보험업법 개정을 재경부가 주도하고, 민간의료보험을 보험업법의 규제 영역으로 묶어 두게 되면 보험회사 입장에 상당히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복지부가 현재와 같은 건강보험 급여수준을 유지하거나 축소시켜나가게 되고, 재경부가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위한 제반의 조치들을 주도하게 되면, 민간의료보험의 관리부처는 재경부로 굳혀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또한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위해서 세제 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될 수 있다. '개선방안'에 제시된 안은 먼저, 민간보험 보험료에 대한 소득공제를 신설하는 내용이다. 현재 소득세법상 특별공제에서의 보험료 공제 상한이 보장성 보험에 한하여 70만원 밖에 되지 않고 있는데, 의무가입인 자동차 보험료도 이 상한에 적용되므로 민간보험 보험료에 대한 소득공제혜택 여지가 적은 바, 일정한 요건을 갖춘 민간보험에 대한 보험료 공제 등 특별공제 항목의 신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민간의료보험에 기업의 단체가입을 유도하기 위하여 기업이 부담하는 민간의료보험 보험료에 대해 법인세 손비 인정을 해달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이 근로자를 위하여 제공하는 민간보험 보험료를 손비로 처리하도록 하기 위해서 법인세법의 손금산입에 일정 한도까지 보험료의 손비인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동자가 개별적으로 민간보험에 가입하여 소득공제를 받는 것보다 기업이 노동자의 복지 차원에서 노동자를 대신해 단체보험으로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노동자에게 보다 유리한 데 이는 기업이 근로자에 비해 평균 한계 세율이 높기 때문이다.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조치가 현실화된다면 관련세법의 개정을 통해 현실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3)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도의 폐지

대부분의 국가에서 의료보험의 요양기관 지정은 강제사항이라기보다 의료서비스 공급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한 자유계약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실제 일본, 대만, 프랑스, 독일, 영국, 미국의 요양기관 지정제도를 보더라도 모든 의료기관을 당연 지정기관으로 강제하는 국가는 없다. 그런데 이들 국가 대부분이 공공의료기관의 비율이 비교적 높기 때문에 당연지정제도가 아니더라도 공적 규제가 가능한 조건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는 데에 문제가 존재한다.
국민건강보험법 제 40조 1항에 해당하는 의료기관이면 당연하게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요양기관이 되며, 정당한 이유 없이 요양급여를 거부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지정제도의 내용이다.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도는 1999년 2월 8일자 법률 제5857호에 의하여 강제 지정에서 당연 지정으로 전문 개정되어 시행되고 있는 제도인데, 이와 관련한 법률개정의 연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1979년 4월 17일 의료보험법 개정법률에서 요양기관지정승인신청에 의한 강제지정제도가 전면적으로 도입되었는데, 종래는 보험자의 일방적인 취소권한만을 인정하던 것을 완화하여 의료기관과 약국이 정당한 이유에 의할 경우 요양기관지정거부를 할 수 있음을 규정하였다. 또한 1981년에 개정된 의료보험법에서 보험자 또는 보험자 단체에게 요양기관을 강제지정하고 취소하는 권한을 주었다.

그러나 1988년 5월 28일 헌법재판소는 지정취소제도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내리게 되었는데, '의료보험법 상 의료보험제도는 고도의 공익성을 가진 제도로서 의료보험법 제32조 제1항은 보험자 등에게 의료기관의 의사와 관계없이 요양기관을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고, 동법 시행규칙 제31조 제1항 등에서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요양기관신청서에 소정의 서류를 첨부하여, 요양기관 지정을 받게 한 것은 행정편의를 위한 것에 불과하고 요양기관지정의 요건으로 규정한 취지는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위헌결정이후 요양기관 지정취소에 관한 조항이 효력을 상실하자 1999년 2월 개정 법률에서 요양기관의 지정에 관하여 의료보험법 제32조 제1항에 요양기관 종류와 제외 대상만 규정하고 요양기관은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당연지정제도 형식으로 다시 규정하였다. 이는 강제지정제도에 의해 요양기관으로 하여금 불필요한 지정절차를 밟게 하는 것이 요양기관의 불필요한 행정을 초래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행정규제의 완화 차원에서 당연지정제도 형식으로 개정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도가 위헌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으나,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내려져 법률적 문제제기가 일단락 된 상태이다. 그렇지만 대한의사협회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도의 위헌성을 지적하면서 요양기관 계약제도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당연지정제도는 의료공급자 및 의료소비자 모두에 대한 선택권 박탈, 사유재산권의 과도한 침해, 경제질서원리에 위배된다는 점을 들어 이를 강제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해 전 국민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도록 하기 위하여 보험급여에 소요되는 최소한의 재정확보와 보험급여 중 가장 중요한 요양급여를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확보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이유로 당연지정제도의 불가피성을 주장하였다. 모든 의료기관을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요양기관으로 묶는 당연지정제도가 의료기관의 선택권을 일부 제한한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민간의료가 대부분인 우리나라에서 의료공급자인 의료기관의 참여 없이 국민건강보험제도를 수행할 수 없으므로 국민의 보편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법률에 의한 의료기관 당연지정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민간의료보험의 도입을 현실적 일정으로 올려놓으면서 상당한 정도의 입장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민간의료보험이 실시될 경우 이를 활성화한다는 명분으로 공보험의 요양기관 계약제도를 도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당연지정제도는 외국계 병원의 진출 과정에서 주요한 이슈로 등장할 것이 예상된다. 병원의 영리법인을 허용하고 민간의료보험의 실시가 현실화되는 등 의료환경이 더욱 더 시장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당연지정제도의 개정은 패키지 상품처럼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DDA 진행 상황을 볼 때 협상과정에서 당연지정제도가 직접적인 쟁점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의료기관의 상업적 주재가 허용되어 외국계 병원이 진출하는 경우 당연지정제도 폐지, 의료보험수가 계약제 개선 등 시장친화적인 요구조건이 뒤따를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이라 하겠다.

(4) 병원합동관리제도의 등장

병원합동관리제도는 시장경제 하에서 1개 이상 의료기관들이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결합, 운영하는 형태로 결합의 수준이 단순 제휴에서 하나의 회사의 형태로 완전하게 결합하는 수준까지 매우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다. 병원합동관리제도를 통해 효율성을 기하고자 하는 영역은 주로 의료 외적인 부문으로서 경영, 회계, 물류, 인적자원, 물적 자원, 지원체계 등이 있다. 의료 부문 역시 의료관련 인적 자원, 물적 자원, 정보, 지원체계를 공유하는 형태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형태는 결합의 수준 뿐 아니라 의료기관 간의 거리와 교통, 통신 등 사회간접 자원, 관리대상영역의 중요성과 시급성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미국은 기업의 인수합병, 진료비 상환제도의 변화 등 경영 합리화를 촉구하는 시장경제의 요인이 많아 경영혁신의 한 방안으로 병원합동관리제도를 오래 전부터 모색하였다. 병원합동관리제도는 인수합병의 바람 속에서 대형화를 통한 경영혁신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으로 기본적으로 시장경제의 산물이며 의료가 사회화된 다른 나라에서는 이와 같은 사례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 내 의료법인의 경우 내적 요인과 외부 환경의 악화로 일반 기업에 비해 병원의 수익률이 별로 높지 않다는 특성을 갖고 있는데, 이를 돌파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도입된 측면이 크다. 우리나라도 미국과 같이 의료영역에서 민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그러한 흐름이 발생할 여지가 존재한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법인 중 여러 의료기관을 산하에 두고 함께 운영하는 경우가 왕왕 존재하는데, 이들 법인의 대부분은 경영에 대한 상대적인 관심이 부족하여 경영의 효율화를 기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부에서 의료기관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모색되었으나, 국내 규정에 가로막혀 추진하지 못하는 경우도 존재하였다. 실제 의료관리연구원에서 1995년에 실시한 의료시장개방 대응전략 개발연구에 따르면, 합작투자에 대해 응답 병원의 30.1%가 찬성하였고, 25.1%가 유보의견을 보였으며, 경영자문의뢰에 대해 20.2%가 참여의사를, 20.2%가 유보의 의견을 보이는 등 경영 효율화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또한 동일 의료기관이나 의료법인은 아니지만, 체인 형태로 의료기관 간의 연계를 강화하는 시도가 S병원, H병원 등 대형민간병원을 중심으로 시도되어 왔다. 이러한 연계는 여러 지역의 다양한 의료기관과 이들 병원 간 환자의뢰를 중심으로 한 아주 미약한 수준에 불과하지만, 이들 의료기관들이 축적된 경영혁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의료시장 개방을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강구되고 있어서 보다 강력한 형태의 연계를 통한 경영 효율화 시도가 예상되고 있다.

그렇지만 현재 법, 제도에 근거할 때 병원합동관리제도의 등장은 많은 장벽에 놓여 있다. 병원합동관리제도에서 결합의 수준이 가장 강한 형태로 볼 수 있는 '일 의료기관내 복수사업장'의 인정은 다음의 두 측면에서 불가능하다. 첫째, 의료법 상 일 의료인이 여러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으며, 법인의 경우도 여러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는 있지만 의료기관 당 한 명의 관리의사를 두어야 할 뿐 아니라 별도의 의료기관으로 개설되어 있어서 동일 의료기관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둘째, 단일 의료기관에 속한 복수 사업장의 성격이 다를 경우 진료비 상환에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2차병원과 3차병원이 동일 의료기관의 서로 다른 사업장이 되어야 하는 경우 국민건강보험법에 기초한 진료비 상환이 적절하게 이루어지기 어렵다. 3차의료기관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서 2차병원에 3차병원과 같이 진료비를 상환할 수도 없으며 반대의 경우도 동일하다.

관리대상 측면에서 보더라도 경영, 회계의 자문이나 지원은 현재도 별 다른 제약이 없이 가능하지만 의료기관에 따라 적용되는 최소 인력 및 시설장비기준에 관한 문제점이 존재한다. 또한 세법 상 동일한 법인 내 여러 의료기관이 별도의 사업장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세무처리 자체는 일괄적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납세는 사업장별로 별도의 세무서에서 시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물류체계를 동일한 법인 내에 하나만 만들어서 운영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처리는 가장 큰 사업장에서 일괄 구입한 후 재분배하는 형식을 밟거나 아니면 별도의 물류담당 사업체를 설립하여 동일 법인의 여러 사업장을 상대로 계약을 맺어 물류 관계를 처리해야 한다. 그런데 하나의 사업장에서 일괄 구입한 후 재분배하는 경우 물품의 양도 등과 관련된 처리를 다시 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여러 사업장으로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의료기관 내 의료관련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의 배치에 있어서 의료법 상 최소기준과 맞물려 있어 이를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병원합동관리제도를 시행하여 최소의 자원으로 효율적인 운영을 기하고자 할 때 특정 의료기관은 최소 배치기준에 미달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병원합동관리제도는 시장경제 하에서 치열한 경쟁을 겪은 미국에서 출현한 제도이기 때문에 곧바로 도입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개방이 확대되고 의료의 공공성이 약화되고 민간의료체계가 더욱 강화된다면 도입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의료기관 설립 제한 규정이나 영리기관의 불인정, 수가계약 문제 등 법적 제도적 장치가 풀려지고 외국 병원자본의 유입이 현실화된다면 병원합동관리제도의 도입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병원합동관리제도와 관련하여 DDA 협상과정에서 직접적인 요구안으로 제출된 바는 없다. 다만 상업적 주재와 관련하여 영리병원의 인정, 의료기관 설립 제한의 철폐 등 관련 조건이 완화되면 이와 관련한 요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리나라에 영리병원의 설립을 가장 적극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경우 경영혁신기법을 무기로 한 의료체인의 진출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병원합동관리제도의 등장이 예견된다고 할 수 있다.

2. 시장개방이 보건의료에 미칠 파장

가. 서비스 공급형태별 시장개방의 효과

먼저 Mode 1을 보면, 원격 기술지원과 임상검사는 현행법상으로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국내 의료에 미치는 파장도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원격 상담과 검진, 원격 수술, 원격 진료 및 처방은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외국에서 이 분야의 개방을 요구할 경우 국내법과 마찰이 빚어질 수밖에 없으며, 보건의료에 미치는 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외법과 국내법이 서로 다를 때 의료행위의 책임소재를 묻기가 어렵게 된다는 점에서 현실적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 예를 들어 국내 의료법이 기본적으로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의료에 대해서만 규정력을 가질 뿐 국외에 소재하는 의료인의 의료행위에 대해 국내 의료법으로 제한을 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의료인의 자격, 면허에 대한 문제가 함께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국내 의료인이 중간에 개입하는 경우 책임소재를 누구에게 묻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해 적절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외국과 우리나라는 면허 및 자격조건이 서로 같지 않고 동일 의료인이더라도 적정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장 장치가 요구되는데, 만약 이와 같은 장치가 없다면 질 나쁜 서비스를 매우 비싼 값에 구입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원격 의료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함께 원격 의료를 요구하는 국가와 국외에 소재하는 외국인에 대한 책임소재 및 처벌 조항에 대한 정확한 협상이 요구되며 협상 대상국가와 원격 의료에 참여할 의료인 및 의료기관의 자격인증 문제를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다음으로 Mode 2 분야의 시장개방 효과를 보면, 그동안 해외 여행 중의 진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최근 해외 여행, 교역의 증대와 함께 그 범위가 늘어나고 있어서 대비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나라에서 제공하지 않고 있어 당장에 큰 쟁점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환자가 외국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경우는 논란의 여지가 거의 없다. 그렇지만 국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이 외국의 의료기관을 소개하거나 알선하는 경우는 영리성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외국의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의 경우는 국내법에 저촉 받지 않아 처벌에서 면제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의료기관과 외국 의료기관간의 대우에서 차별이 발생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어 내국민대우라는 원칙에서 벗어나게 된다. 따라서 Mode 2를 서로 양허하지 않는 한 국내 의료기관에서 외국의 의료기관에 이송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또한 위중한 환자를 외국에 의뢰할 때는 환자를 안전하게 이송할 수 있는 운송체계가 선차적으로 요구되며, 환자의 적절한 진료와 관리를 위해 의무기록을 공유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가 필요한데, 최소한 이러한 장치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이송 중 사고 등과 같은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세 번째로 국가 간 보건의료 인력의 이동은 경제적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보일 수 있다. 쿠바, 인도, 필리핀 등 일부 개발도상국의 경우 의사와 간호 인력을 수출하여 실업률 감소와 외화 송금 수입을 창출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고, 인력 수입국은 이러한 인력을 통해 공급의 공백을 매울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보건의료 인력의 이동은 많은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 고임금 국가에서 일하기 위해 저임금 국가를 떠나는 현상은 항상적인 개발도상국의 보건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초래하고 보건의료서비스의 접근성과 질적 저하를 부추기는 작용을 한다. 또한 정부 입장에서 볼 때도 보건의료인력의 훈련에 소요된 투자비용의 손실을 안게 된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남아프리카의 경우 이민 가는 의사에 의한 투자 손실이 약 천만 달러로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연인의 이동은 아직까지 양허 비율이 높지 않고 선진국에서 꺼리고 있기 때문에 쉽게 이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렇지만 의사협회 등 관련 보건의료인단체에서 가장 강력하게 요구한 공급형태라는 점에서 지속적인 논란이 될 소지가 있다. 특히 Mode 4 분야에서 중국의 개방 요구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한의사 등 한방 관련 보건의료인력의 이동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경우 국내 한의학의 경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실적으로 면허의 상호 인정 등 보건의료 인력의 이동이 자유롭다고 해도 선진국에서 진출하는 예보다 임금수준이 낮은 개발도상국 등에서 국내로 이동하거나 개발도상국에서 면회를 취득한 한국인이 오히려 국내로 이동하는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게 될 경우 보건의료서비스의 질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현재 인력의 수급이 적정하거나 과잉인 상태에서 공급 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건의료체계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나. 주요 쟁점별 시장개방의 영향

(1) 영리법인의 인정

병원협회는 영리법인 허용에 따른 긍정적 효과로서 병원산업 구조의 효율성이 제고되고 민간자본 유치를 통한 혁신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장점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경쟁이 격화되면서 중소병원의 도산이 증가하고 장기적으로 영리법인들이 국민건강 향상이라는 미명 하에 단물 빨기(cream skimming) 현상 등 부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임을 시인하고 있다. 치과협회도 치과의료서비스의 특성 상 서비스 시장의 개방으로 생산성 향상과 값싸고 양질의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방향으로 발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의료서비스의 민간의존도를 높이고 취약한 공공의료부문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부정적 영향을 제시하고 있다. 간호협회 역시 현재의 국내 역량을 고려할 때 미국과 일본의 가정간호기관과 조산시설, 노인요양시설의 진입하게 될 경우 경쟁력이 취약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의견을 종합해볼 때, 의료서비스의 공급 측면에서 영리법인의 인정을 포함한 의료서비스시장의 개방은 단기적으로 과잉 공급의 문제를 파생시키고 의료기관간의 경쟁을 격화시켜 일부 국내 의료기관의 도산으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첨단경영기법 또는 전문적인 노하우 및 자본력으로 무장한 외국의 의료기관에 비해 경쟁력이 취약한 일부 국내 의료기관의 도산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될 경우 공공의료의 영역을 더욱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서비스의 수요 측면에서 볼 때 보건의료서비스의 과잉 공급과 경쟁의 격화로 오히려 보건의료비용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비스의 질은 높아질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한다. 그렇지만 서비스 질의 상승이 비용을 고려한 적정 질의 상승을 의미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남아 있다. 또한 영리법인을 허용하게 될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필수의료보다 부가적인 의료서비스가 급성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비용 증가와 함께 의료서비스의 질에 있어서 불균등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이며, 소득계층간 불형평성 문제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전반적인 의료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지게 될 경우 저소득계층의 미충족의료(unmet need)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될 경우 수요 측면에서 공공의료의 필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영리법인의 인정 등 시장개방이 커지게 될 경우 현실적인 역관계를 고려할 때 공공의료기관의 비중을 축소하자는 목소리가 공공의료의 필요성을 압도할 것으로 판단되므로 전반적으로 공공의료부문의 약화가 예상된다.

이와 같은 문제점에 기초해볼 때 영리법인의 인정은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문제를 더욱 확대 심화시키고, 미약한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더욱 약화시키는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수용하기 어렵다. 만약 영리법인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그 범위를 대폭 축소하고 제한 조건을 강하게 설정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2) 민간의료보험 도입 및 확대

민간의료보험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이후 결국 건강보험을 대체할 수 있는 포괄적 보험 형태로 발전하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건강보험의 위축과 해체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연대와 사회통합의 원리에 기초하여 설립 발전되어 온 건강보험체계가 이윤추구의 원리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사적 보험체계로 대체되는 것을 뜻하며, 결국 건강보험체계의 민영화를 의미한다.

건강보험체계와 비교할 때 사적 보험체계로 전환된 이후에 국민들이 보험회사의 이윤만큼을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하며, 사회보험보다 높은 관리운영비에 대한 부담도 결국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가게 되어 건강보험료 부담이 급등할 것이다. 또한,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는 의료서비스의 고급화를 부추기게 되어 결국에는 국민의료비 의 증가를 야기하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한 가계부담과 국가경제의 부담이 높아질 것이 예상된다.

현재 건강보험체계는 국민의료비 통제를 위한 가장 강력한 정책수단을 제공해주고 있으나, 민간의료보험이 활성화되어 건강보험의 관리영역이 감소하게 될수록 국민의료비를 통제할 수 있는 사회적 기전과 정책수단은 축소 왜곡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는 의료비증가 요인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사회적 기전과 정책수단을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로 인한 의료비 증가는 이후 커다란 사회경제적 문제가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보험 민영화가 이루어진다면, 국민의 건강보험료 부담은 높아질 것이 예상되며, 과거에 비하여 동일 부담에 대한 수혜 범위가 축소되고, 지불능력이 없는 상당수는 건강보험 미가입자로 전락하거나 최소가입 형태로 머무르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의료서비스 이용의 차별화를 초래하고 결국에는 건강불평등을 심화시켜 사회적 정치적 갈등으로 외화 될 것이다.


3) 당연지정제도 폐지와 자유계약제도의 등장

당연지정제도가 폐지될 경우 의료기관의 이해관계에 따라 의료서비스 공급이 불안정해지고, 검증되지 않은 의료서비스의 남발로 의료비용이 폭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현 건강보험체계가 붕괴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된다. 대한의사협회가 2002년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당연지정제도가 폐지되면 현 건강보험체제로 남겠다는 응답이 42.8%에 불과한 것으로 볼 때 의료서비스 제공체계에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의사들이 보험환자와 일반환자를 모두 진료하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나서 실제 보험환자의 진료 공백이 없을 것이라는 추정도 할 수 있지만 일부 의료기관의 건강보험 이탈을 배제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의료기관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근거로 당연지정제도가 계약제로 전환할 경우 공급체계에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고 보험의료계약 당사자인 환자의 의료의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이를 확보하는 장치의 마련이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현재 대부분 민간소유형태로 되어 있는 의료기관을 장기적으로 국고보조금이나 부담의 혜택에 의하여 공적인 사회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환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의료자원의 효율적 사용과 의료 접근성 차원에서 국가가 규제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함으로서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은 특별한 사유를 제외하고 모두 계약에 참여하도록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의원급 의료기관도 농어촌 등 의료의 접근성이 강화될 필요가 있는 의료기관은 반드시 계약을 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작업이 선결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의료기관의 담합 행위는 이를 규제하는 조항을 두어 상업적 영리행위만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가하는 것도 함께 요구된다.

(4) 병원합동관리제도의 도입

병원합동관리제도의 도입은 단순히 제도의 도입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이를 위한 영리병원의 인정, 의료기관 개설 제한 폐지, 수가 문제 등 선결 과제가 상당수 해결된 이후에 가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선결 과제가 해결되면 외국의 자본이 막강한 자본력과 첨단 경영기법을 바탕으로 국내의 여러 의료기관을 인수·합병하거나, 지분참여 등 다양한 형태로 진출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또한 직접적인 경영이 아니라 경영, 정보, 재무·회계만을 지원해주는 병원체인 형태도 가능성이 있다.

만약 외국자본이 광범위하게 유입되면 의료기관의 통폐합, 대형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기존 중소병원, 의원 뿐 아니라 대형병원들도 운영이 어려워지고 상당수 의료기관이 문을 닫거나 이전할 가능성이 크며, 의료기관의 경영·관리 혁신의 요구가 커질 것으로 생각된다. 경영혁신의 요구는 대형병원, 의료법인보다 중소병원이나 의원에서 더 클 것으로 보이며, 생존을 위해 연계를 통한 경영효율화를 꾀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의료기관의 통폐합을 통한 대형화와 함께 중소 의료기관의 연합이 동시에 출현할 가능성이 높으며, 외국기관의 진출도 직접적인 진출뿐만 아니라 자본 투자, 경영, 정보, 재무·회계 등 지식기반의 진출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것으로 생각된다.

의료기관의 통폐합을 통한 대형화 및 의료기관 연합의 출현은 고도의 의료기술과 의료기관의 경영혁신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상당수의 의료기관이 경영악화로 도산함에 따라 소위 동네 병의원이 사라져 일부 지역에서 의료공백을 야기할 수 있으며, 전국민의료보험의 수행을 위한 기반이 손상되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개방이 현실화된다면 국내 보건의료체계의 기반을 보존하고 의료공백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외국자본의 시장진출이 전면화될 경우 심각한 문제를 파생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협상에서 보건의료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한 대책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의료부문은 일반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해당 국가의 특수성이 쉽게 인정되는 부문이기 때문에 시장개방의 수위가 조절되어야 하고, 공공의료기관의 확충 및 강화, 그리고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등과 같은 구조적 기반을 마련하는 방안이 함께 강구되어야 한다. 결국 DDA 협상이 국내 보건의료여건을 십분 고려한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3. 영리법인 도입에 따른 효과

가. 서비스공급체계에 미치는 영향

(1) 자원배분의 왜곡

시장 논리에 의하여 수도권 집중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보다 수익성이 높은 고가의 불필요한 의료서비스가 확대됨으로서 거시적인 측면에서 의료자원 및 의료서비스의 배분에 왜곡이 발생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자원의 왜곡과 낭비는 필연적으로 필수적인 의료서비스 부분에 대해서 자원배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게 되어 미충족의료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2) 의료전달체계의 왜곡 심화

현재도 의원, 2차병원, 3차병원의 기능 분화가 안되어 상호 경쟁이 심한 상태이며, 3차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는 상황이다. 이를 보통 '상방향 의료전달체계'라 하는데, 이러한 상태에서 2차병원은 그 역할이 모호하고, 의료전달체계 내에서 역할을 갖기 어렵게 된다. 각 의료기관간 연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데에 특징이 있다.

그런데, 영리법인이 도입되면 상방향 의료전달체계가 더욱 구조화될 것으로 보인다. 영리법인은 의료전달체계를 고려한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병원의 규모와 위상에 맞지 않는 환자도 유치하기 위해 판촉을 강화할 것이다. 그 상황에서 상방향 의료전달체계가 구조화되고, 결국 의료의 연속성과 포괄성, 그리고 의료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며, 의료비의 상승을 막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표 1. 의료기관 종류별 DRG 구분에 의한 중증도 분포(%)

N= 의료기관 표본수(자료: 1996년 환자조사)

그림 3. 중소병원과 다른 의료기관 간의 경쟁관계


또한 건강보험의 수가통제가 불가능하게 될 경우 의료의 필요도보다 의료이용자의 경제적 수준이 의료이용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의료의 필요도에 따른 의료전달체계의 구축이 더욱 어려워지게 될 것이다.
더욱이 상방향 의료전달체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주치의등록제, 수가차등제, 의원의 병상설치 금지 등 다양한 정책이 제기되고 있는데, 영리법인이 도입될 경우 이러한 정책적 개입이 시작도 되기 전에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나. 소유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

(1) 의료기관 사적 성격의 구조화

현재 우리나라는 전체 병상에서 민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2000년을 기준으로 전체 병상 중 공공이 차지하는 비율이 8.1%에 불과하며, 91.9%가 민간병상이다.
이러한 민간공급의 증가는 주로 3차병원이 주도하고 있는데, 이러한 3차병원만 보면, 사립대학병원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사립대학병원의 상당수는 재벌자본과 병원자본이며, 이러한 자본의 성격을 갖고 있는 병원을 보면, 종합병원을 포함한 전체 병상에서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모든 병원이 자본의 성격과 무관하게 영리성이 강하다고 하지만, 병원경영분석 및 병상의 공격적 확대, 소유지배구조 등을 볼 때 병원자본과 재벌자본의 영리성이 다른 자본에 비해 훨씬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영리법인이 합법화된다면 재벌자본과 병원자본의 경우 영리법인화에 대한 훨씬 강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재벌자본은 사업의 다각화 및 다른 서비스산업 및 금융산업과 연계 강화를 위해 병원산업에 진출할 의지를 강하게 표명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재벌병원 뿐 아니라 다른 재벌자본도 병원산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자료 : OECD Health Data, 2002

-자료 : 보건복지부, 2003. 6

-자료 : 보건복지부, 2003. 6

따라서, 현재도 영리법인화에 대한 움직임이 있는데, 일단 생기면 영리법인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
일부에 의하면 첫째, 현행 법 체계 내에서 영리법인의 전환이 불가능하고, 둘째, 영리법인의 실 이익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영리법인의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견해도 존재한다. 더 나아가 어차피 영리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일부 영리법인을 인정하고 민간병원의 비영리적 운영을 강화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특별법 형태로 비영리법인에서 영리법인으로 전환이 불가능하지 않고(이미 병협에서 2003년 3월에 주장한 바 있음), 재벌병원과 병원자본병원이 주도적으로 영리법인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위험한 생각이다. 이윤배당이 가능하고, 재벌의 경우 소속 보험회사 등 금융회사와 병원간 결합에 대해서 매력적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크며, 사업의 다각화 및 미래의 가치 증식을 위해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또한 영리적으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영리법인화는 불을 끼얹는 꼴이 되며, 비영리적 운영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확실하게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영리법인화는 의도와 무관하게 비영리적 성격의 강화와 반대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다. 설립자 개인의 지배적 성격이 강한 상황에서 이를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민간병원의 공공성 강화, 또는 비영리성 강화 정책을 사용한다고 했을 때 영리법인화는 빠져나갈 출구 작용을 하게 될 것이다.

(2) 민주적 참여구조

영리법인에서의 민주적 참여구조는 현재 기업에서 시도되고 있는 명목상의 공익이사제 이상으로 구현되기 힘들 것이다.

다. 재원조달(의료보장) 및 국민의료비에 미치는 효과

(1) 의료보장에 미치는 효과

현 수가의 5-6배에 해당하는 진료비 부담을 본인 부담 방식으로 감당할 수 있는 계층은 일부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국내에 진출할 외국자본은 의료이용자의 대부분이 내국인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민간의료보험의 필요성이 커지게 될 것이다.
또한 국내외 보험자본의 경우 영리법인의 도입을 민간의료보험의 도입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계기로 활용할 것이 예상된다.

영리법인이 등장하고 의료수가가 높은 영리법인병원을 이용하는 고소득층의 경우 건강보험의 적용대상자에서 제외될 것을 희망할 것이다. 현재 보충형 민간의료보험의 도입이 이야기되고 있지만, 실제 내용적으로 경쟁형 또는 독립형 민간의료보험 도입 등에 이해가 커지게 될 것이다. 현물급여 방식의 경쟁형 민간의료보험이 도입되면, 직접적으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고, 제공자의 통제 강화 뿐 아니라 의료이용자의 의료이용에 개입하게 됨으로서 의료의 질 저하 또한 예상된다고 하겠다.

이처럼 경제자유구역 내에 영리법인 도입은 민간의료보험 도입에 방아쇠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먼저, 건강보험의 급여 범위 축소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이 수행하고 있는 사회통합의 역할을 심각하게 훼손할 가능성이 커서 국민적인 동의를 받기 어렵지만 민간의료보험 회사는 확실한 시장 확보가 가능한 방안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공격을 가해올 것이다. 민간의료보험의 범위를 비급여 영역에 국한하는 방안은 현재도 수행하고 잇는 방식이고, 파이가 급속하게 커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민간의료보험 회사에게 매력적이지 않는 방안이라 하겠다.

둘째, 건강보험 자료의 접근성을 요구할 것이다.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를 위한 전 단계로서 건강보험 자료의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재경부가 보험업법 개정을 통하여 자료의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시도를 한 바 있다. 질병 및 의료이용에 관한 개인 정보가 유출된다는 점에서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지만, 현물급여방식으로 전환을 하고, 민간의보의 확대를 위해 끊임없이 제기할 것이다.

셋째, 심사권 이전을 요구할 것이다. 진료 내역 및 진료비의 적절성에 대한 심사·평가 권한을 민간의료보험 회사에 부여해야 한다는 요구인데, 민간의료보험회사의 수익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향후 민간보험회사의 개입이 강화될 수 있는 지점이라 하겠다.

넷째, 의료기관 당연지정제도의 폐지를 요구할 것이다. 폐지의 근거는 첫째, 소비자의 다양한 의료욕구가 충족되고, 의료기관도 소비자의 선호에 따라 분화되어 다양하게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 의료소비자들은 다양하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 중에서 본인이 선호하는 서비스를 선택하여 개인의 후생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권리가 있으나, 현행 건강보험제도에서는 제한적인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며, 셋째, 의료서비스는 의료인의 능력, 의료시설에 따라 다양한 질적 차이를 보일 수 있으나, 현재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도 하에서 이러한 차이를 반영할 제도적 장치가 없어 의료서비스 수준가 하향 평준화된다는 논리다. 이러한 의료기관 당연지정제도의 폐지와 민간의보 확대, 그리고 영리법인의 도입은 함께 제기되고, 상승 작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민간보험회사와 의료기관간 수가계약을 요구할 것이다. 태스크포스에서 발표한 안을 보면, 보험자가 급여범위, 지불보상방법과 수가, 의료의 질 등에 대해 요양기관과 자율적으로 계약하도록 허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급여범위가 축소되고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도가 폐지된다면 수가계약에 대한 규제와 개입 방식의 문제가 전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섯째, 관리부처의 전환을 요구할 것이 예상된다. 재경부가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위한 제반의 조치들을 주도하게 되면, 민간의료보험의 관리부처는 재경부로 굳혀질 가능성이 높다.
일곱째, 세제 지원을 요구할 것이다. 민간의료보험 보험료에 대한 소득공제 및 민간의료보험 보험료에 대한 법인세 손비 인정 요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 국민의료비 및 정부예산에 미치는 효과

현재의 제도와 진료관행이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2050년이 되면 명목GDP 대비 국민의료비 비율은 각각 33.7%, 26.5%, 21.3%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노인인구 비중이 14.4%로 고령사회가 되는 2020년경부터 국민의료비가 급상승할 것이 전망된다.
국민 일인당 GDP로 보면, 2만 달러에 근접하는 2016년경에 GDP 대비 국민의료비 비율은 9.8%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러한 규모는 국민소득이 비슷한 시기의 OECD 선진국이 미국을 제외하면 대부분 6.4~8.7%인 것과 비교할 때 매우 높은 수치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국민의료비 전망은 현재 의료체계의 사적 성격이 지속되고 공적 성격이 강화되지 않는다는 조건에서 추정된 계산인데, 현 체계가 유지된다고 할 때 향후 국민의료비가 국민경제에 매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현재의 중앙정부의 의료비지출 수준이 유지된다고 가정하고, 정부일반회계예산이 향후 앞서 경제성장률 가정치(~2010: 6%, 2010-20: 5%, 2021-50: 4%)만큼 늘어난다고 가정할 경우 중앙정부의 의료비 지출이 일반회계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9.0%, 2050년 20.8%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국민의료비 증가와 정부 예산 중 보건의료비 비중 증가는 노인 인구의 증가와 장기요양체계의 부재가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의료의 사적 성격이 규정하는 바가 크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영리법인의 도입은 의료의 사적 성격을 훨씬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의료비 상승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공적보험에 투여되는 정부재정 부담을 민간의료보험으로 전가시키면, 정부예산 중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초기에 조금 줄어들 수 있지만, 건강보험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한 증가 경향을 멈추기 어렵고, 국민의료비 증가는 더욱 가속도가 붙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라. 이해당사자에 미치는 효과

(1)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효과

병원노동자들에게는 당장 '고용의 유연성 문제'와 노동강도의 강화가 예상된다. 영리법인에게 이윤은 단지 탐욕의 문제가 아니라 사활의 문제가되고 인건비 비중이 매우 높은 병원에게 있어서는 노동인력의 비정규직화, 인력감축 즉 해고, 노동강도의 강화, 노동시간의 연장 등이 예상된다. 이뿐만 아니라 ERP 도입 등 이른바 네오포디즘적 노동통제제도, 예를 들어 팀제, 휴식시간의 감소, 개인노동량 감시제도 등의 신속한 도입이 예상된다.
또한 자유로운 휴폐업, 적대적 합병인수등으로 고용의 안정성, 노동조건의 악화등이 예상되며 노동조합 설립의 상대적인 어려움등 또한 예상된다.(삼성, 현대병원의 경우)

(2) 의료인들에게 미치는 효과

의료인들에게 나타나는 우선적인 영향은 이윤에 의한 임상적 자율성의 약화이다. 이윤추구가 사활적 사안이 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화된 이윤창출의 압력을 의료인들은 받게 될 것이다. 특히 공급자유인수요를 창출할 능력이 있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들의 경우 이러한 압박이 심해질 것이다.

둘째 노동강도의 강화와 인력부족이 예상된다. 이는 병원노동자와 동일하다. 인턴, 레지던트의 교육기회는 줄어들고 인력부족 상태에서의 강화된 노동강화가 예상된다.

셋째 민간의료보험도입시 미국의 의료인들이 처해있는 상황처럼 민간의보의 규정에 따른 부족하고 부적절한 진료 때문에 의사들이 소송을 받는 경우가 매우 흔해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일부 간부의료진의 경우 영리법인의 특혜를 받을 수 있으나 이는 매우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의 예를 살펴볼 때 개인의원이나 중소병원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대형영리병원에 체인화되는 결과를 예상해볼 수 있는데 이 경우 체인화되는 경우나 그렇지 못한 경우 두 경우 다 문제가 크다. 약국도 마찬가지의 결과이다. 결국 의료인들에게 있어 영리법인화/민간의보도입은 일부 의료인들의 자본의 수익의 일부를 받음으로 해서 (물론 임상적 자율성을 포기하고 영리위주의 의료를 하거나 영리를 위한 경영진에 포함되는 것을 댁가로 해야한다) 수익의 상승을 가져올지는 모르지만 대다수 의료인들에게는 현재보다 악화된 임상적 자율성과 강회된 감시, 노동강도의 강화, 제소의 위협에 시달리게 될 것이고 수익도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3) 환자들에게 미치는 효과

영리법인화와 민간의료보험이 도입되면 환자들이나 국민들에게는 재앙이 될 것이다. 이는 앞에서 설명한 바 있으므로 약한다.

4. 결론

7월 14일 재경부는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경제자유구역에 외국병원, 학교 등을 유치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부속병원 등 외국병원과의 협상에 상당한 진척이 있다고 보고하였으며 교육, 의료 분야의 전면개방을 정책방침으로 보고하였다. 전면적 의료개방의 일차적 조치로 이루어지는 경제자유구역 외국병원의 내국인진료와 영리법인화 허용은 의료이용의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며 국내병원의 영리법인화와 대체형 민간의료보험도입을 초래하여 한국의 보건의료체계 와 공적 건강보험체계를 붕괴시키는 위험한 조치로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에 대한 분명한 반대입장을 밝힌다.

첫째 정부의 방침은 실질적인 전국적인 의료개방조치에 해당한다. 경제자유구역내 외국병원의 설립을 위한 입법목적은 경제자유구역내의 외국인의 편의를 위한 것이다. 그런데 입법목적을 어겨가면서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를 허용한다는 것은 입법목적을 벗어나는 것이다. 이 조치는 외국병원의 상업적 주재(mode 3)뿐만 아니라 어떤 나라도 허용하지 않고 있는 외국면허의 국내인정(mode 4)까지 포함하는 조치이다.

지금까지 재경부 및 복지부가 밝힌 외국병원의 규모는 500병상 내지 1000병상의 규모이다. 이러한 규모의 병원의 수익구조를 맞추기 위해서는 최소한 50만명내지 150만명의 배후인구가 필요하다. 따라서 인천의 외국병원유치는 경인지역 전체에 영향을 미치며 부산의 외국병원유치는 영남지역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인천의 외국병원유치만 해도 급성기병상의 과다공급, 의료기관의 수도권집중 등 현재의 의료체계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더욱이 이것은 전국적인 규모의 의료개방조치이다. 아무런 협상도 없이 일방적으로 의료개방을 하겠다는 것은 굴욕적이며 망국적인 행위일 뿐 아니라 의료체계에 대한 아무런 고려없이 행해지는 무지에 기반한 조치에 지나지 않는다.

둘째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허용과 영리법인화 허용은 연쇄적으로 국내병원의 영리법인화 및 대체형 민간의료보험도입을 초래하여 현재도 극심한 의료이용의 빈부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진료비를 앙등시키며 국내의 의료체계를 혼란에 빠뜨리게하고 공적 건강보험의 붕괴를 불러일으키는 조치이다.

인천에 외국병원이 생기면 현재 국내병원의 5-7배의 진료비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병원은 국내의 극소수 부유층만을 병원이 될 것이며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국내병원이 이 외국병원과 경쟁을 하려면 국내병원도 외국병원만큼의 고급진료를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진료비를 당장 5-7배 올려받아야 한다. 건강보험재정으로는 이 진료비를 감당할 수 없다. 결국 대체형 민간의료보험도입은 필연이며정부는 대체형 민간의료보험제도 도입을 이미 정책방향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대체형 민간의료보험의 도입은 부유층들이 건강보험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뜻하며 결국 건강보험의 재정은 더욱 위축될 것이고 현재도 의료비의 50%가 못되는 건강보험혜택은 더 축소될 것이다. 이중적 보험체계를 가진 남미 나라들의 모습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 될 것이다. 상류층 10-15% 정도는 민간보험에 들수 있지만 대다수 서민은 보험혜택이 더욱 줄어든 건강보험에 남을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경제자유구역내 외국병원의 내국인진료 및 영리법인화 허용은 공적 건강보험체계의 붕괴를 불러일으키는 조치일 뿐이다.

셋째 경제자유구역내 외국병원 영리법인화조치가 불러일으킬 국내병원의 영리법인화는 의료비의 엄청난 앙등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병협은 이미 역차별의 논리를 들어 국내병원의 영리법인화 허용을 주장하고 있다. 재경부장관은 국내병원의 영리법인 허용을 정책방침으로 밝힌바 있고 공정거래위원장이 삼성의 기업도시 구상에 맞추어 기업식으로 운영되는 병원을 허용해준다고 발표하였다. 정부는 약국의 영리법인화도 법제화 하려하고 있다.

그러나 사립의료기관이 90% 이상이고 공립의료기관이 10%도 못되는(OECD Health data) 우리나라는 이미 매년 GDP 상승률의 두 배 이상의 의료비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비영리법인으로 묶여 있는 지금도 돈벌이에 열중하고 있는 병원들을 아예 영리법인으로 허용하면 의료비 지출 상승율은 감당할 없이 커지게 된다.

앙등된 의료비는 결국 정부나 기업 또는 가계가 부담을 하게 된다. 정부는 영리법인화/민간의료보험도입 등으로 당장 정부지출을 줄이겠다는 생각을 가질지 모르나 이는 지극히 편협한 단견이다. 기업의 부담은 '기업의 경쟁력'을 낮출 것이며 가계의 부담은 가뜩이나 위축된 내수시장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다. 정부가 의료개방과 영리법인화의 효과로 들고있는 '경쟁력 강화'는 개별병원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미시적 효율성'을 촉진시킬 수는 있으나 국가적으로는 재앙적인 '거시적 비효율성'을 불러올 뿐이다.

넷째 경제자유구역 외국병원의 내국인진료허용과 영리법인허용은 정부의 주장대로 외국원정진료로 빠져나가는 돈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국부를 외국으로 유출시키게 될 것이다. 경제자유구역의 외국병원이 영리법인으로 이윤배당·과실송금이 허용되는데 어떻게 진료비가 외국으로 유출되지 않는다는 것인가? 영리법인인 외국병원이 국내에 들어오게되면 외국병원에 대한 접근성이 오히려 높아진다. 또한 원정출산을 위한 외국진료는 국내외국병원으로 막을 수 없으며 '폐암은 엠디앤더슨' 식의 세계 최고 일류의료진을 찾는 한국인들의 외국진료이용행태를 볼 때 세계 최고부문만을 모을 수 없는 이상 외국진료를 막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더욱이 현재 재경부는 국내자본을 이용해 병원건물을 지어주고 몇 명의 외국의사들만 몇 명 보내주고 브랜드만 빌려주면 이윤의 상당부분을 떼어주겠다는 형태의 굴욕적인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지금 필요한 것은 고급진료나 병원의 경쟁력 강화가 아니라 모든 국민이 빈부와 상관없이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이다. 일부언론이나 정부가 의료가 산업이니 개방만이 살길이니 하면서 동북아 허브병원이나 의료개방의 예로 드는 것은 고작 싱가폴과 중국이다. 그러나 싱가폴은 병원의 80%가 공립병원이며 정부가 공공의료에 투자하는 돈이 우리나라의 10배에 가깝다.(참고자료 표 5) 중국은 농촌인구의 80%가 어떠한 의료보험혜택도 받고 있지 못한 나라로 한마디로 의료체계가 망한 나라이고 배울 것이 없는 나라이다. 미국을 제외한 OECD 어느 나라도 의료부문을 WTO DDA 주요협상대상으로 하고있지 않으며 협상도 없이 일방적으로 의료개방을 추진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하나뿐이다.

OECD 평균 공공의료기관 비중은 75%이고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80%이상이다. 노무현 정부는 자신의 공약인 공공의료강화 30%나 건강보험보장성 강화 80%를 지키려 하기는커녕 이제 아예 공보험체계를 붕괴시키는 전면적 의료개방·병원영리법인화·대체형 민간의료보험도입조치를 취하려고 하고 있다. 그 일차적 조치로서의 경제자유지역 외국병원의 내국인진료 및 영리법인화 허용을 법제화하려는 시도 및 약국의 영리법인을 허용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의 보건의료체계를 무너뜨리려는 이러한 시도를 우리는 기필코 막아내야 한다.
은 형식적으로는 약국법인의 개설자가 약사로 한정된다 하여도 실제로는 자본이 지배하는 형태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병원도 마찬가지이다.

Shar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