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은 독일에서 연금보험, 실업보험, 산재보험과 함께 중요한 사회보험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독일의 건강보험은 1880년대에 시행된 질병보험법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현재도 당시의 골격을 상당부분 유지하고 있다. 공적 건강보험제도(GKV)의 관련규정은 사회법전(SGB V)에 있다. 아래에서 독일의 건강보험의 현황, 동향 및 쟁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2002년도 기준, 독일의 건강보험가입자 중 피보험자는 약 5,100만명, 피부양자는 약 2,000만명, 건강보험에 가입된 사람들의 비율은 전체국민의 90%인 약 7,10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건강보험의 가입은 소득의 정도에 따라 의무가입과 임의가입으로 구분되는데 대부분 의무가입자들이다. 의무가입자라고 하더라도 보험납입금이 소득에 따라 차등적으로 부과된다. 그러나 급여는 동일하게 제공되어 일정한 정도의 소득재분배가 이루어진다. 주당 15시간 이상 일을 하고 소득이 최저한계(2003년 기준 월 400Euro) 이상인 사람들은 의무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하여야 한다. 일정소득이상인 자(2003년 기준 연간총소득 45,900Euro)에게는 임의가입이 인정되고 이들은 민간건강보험을 선택할 수 있다. 피고용자 이외에도 대학생, 직업수련생, 취업장애인, 연금생활자 등이 의무가입대상이다. 공적 건강보험은 또한 추가보험료 부담없이
가족보험의 기능을 한다. 즉, 피보험자의 배우자와 자녀들은(특정 연령이 될 때까지) 2003년 기준 월소득이 340Euro 이하이고 스스로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을 경우 자동적으로 급여의 대상이 되는 것이 독일 건강보험제도의 특징이다.
보험급여 범위는 외래진료, 입원진료, 의약품, 보장구(안경·의치), 운동요법, 작업요법, 온천요법, 출산원조, 재택간호 및 수발, 가사원조, 상병수당, 교통비 등이 있다. 또한, 피임, 임신중절, 불임수술 및 출산관련서비스 등이 급여대상이 된다. 특히, 독일의 건강보험에서는 질병에 따라 결손될 수 있는 생활대책을 보장해주기 위하여 6주 이상 병상에 있을 경우 상병수당(Krankengeld)을 지급하고 있다.
급여율은 원칙적으로 100%이나 입원진료, 의약품, 보장구 등에서 일부 본인부담이 있다. 2003년 기준 입원의 경우 연간 14일까지 1일당 9 Euro를 피보험자 본인이 부담한다. 의약품비의 경우 포장의 크기에 따라 4또는 5Euro를 본인이 부담한다. 최근 들어서 의료비용 절감을 위한 개혁조치로 본인부담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본인부담을 기대할 수 없는 저소득 성인은 입원진료 시를 제외하고 본인부담이 면제된다. 18세이하의 아동이나 청소년들은 치과보철이나 교통비를 제외하고 본인부담이 면제된다.
보험자에 의해 결정되는 보험료율은 2002년 기준 세전수입의 14.01%(구서독지역: 14.02%, 구동독지역: 13.96%)이다. 학생이나 농업종사자 등의 집단은 보다 낮은 보험료율을 부담하고 있다. 보험납입금은 사용자와 피사용자(피보험자)가 각각 50%씩 부담한다. 연금생활자의 경우도 연금보험과 연금생활자가 각각 50%씩 부담하게 되어 있다. 공적 건강보험의 재정은 거의 대부분이 피보험자의 보험료에 의해 조달되며, 국가의 지원은 극히 소규모에 국한된다. 공적 건강보험의 보험료를 포함한 총수입은 2002년 기준 1,402억 Euro정도이고 보험급여지출을 포함한 총지출은 1,436억 Euro정도에 이르러 적지 않은 재정적자를 유지하고 있다. 2002년 기준 피보험자 1인이 부담한 보험료는 연간 2,672 Euro이며 연간 1인당 보험급여액은 2,635 Euro에 이른다. 독일은 인구노령화에 따른 의료서비스에 대한 욕구증가를 건강보험제도에 반영하였다. 1995년부터 건강보험의 재정부담을 덜고 증가하는 노인들의 간병필요성에 대비하여 간병보험을 시행하고 있다.
건강보험의 관리운영 주체인 건강보험조합(Krankenkasse)이 보험급여를 제공하고 있으며, 지역, 직장 또는 전국규모로 조직되어 있다. 공적 건강보험조합은 행정자치권을 갖는 공법상의 단체이다. 건강보험조합은 피보험자와 사용자에 의한 자치운영의 원칙에 따라 조직·운영되고 있고 국가의 감독을 받고 있다. 건강보험조합의 이사회는 대부분 피보험자와 고용주 측에서 동등하게 선정된 대표들로 구성되며 여기에서 건강보험의 정관이 결정된다. 건강보험조합들은 보험의사협회나 병원담당기관들과의 협상상대가 되는 상부조직(예를들어 연방지역건강보험조합협회)을 갖고 있다. 독일에서는 오늘날까지 건강보험조합의 단일화된 조직형태가 없다. 2002년 기준 355개의 공적 건강보험조합들이 전국적으로 조직되어 있으며, 이중 287개가 직장의료보험조합이다. 공적 건강보험조합에는 2000년 기준 약 15만명 가량의 건강보험종사자들이 고용되어 있어 한국의 건강보험종사자 수 약 1만명(2003년 말 기준, 적용대상자 약 4,670만명)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1970년대 말부터 독일에서는 건강보험의 개혁이 중요한 정치·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주된 과제는 폭발적인 의료비용증가에 대응하여 합리적인 비용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건강보험의 재정안정을 유지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그간 수차례의 건강보험개혁이 있었으나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과 비용감소의 효과는 충분히 나타나지 않았다. 공적 건강보험은 매년 재정적자를 유지하고 있고, 지난해 연말기준 70억 Euro가량의 부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고자 연방정부는 최근 건강보험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주된 내용은 건강보험급여내용을 축소하고 피보험자의 본인부담을 늘이는 대신 보험료는 점진적으로 내리는 것이다. 즉, 치과보철의 경우 2005년부터 공적 건강보험에서 제외되고, 교통비(병원이용에 필요한), 불임 및 인공수정 시술비 등은 특별한 경우에만 건강보험조합이 지불한다.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건강보험카드를 2006년부터 치료내역 등이 기록된 건강보험카드로 교체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진료를 받을시 매번 10 Euro, 의약품비의 경우 10%(포장에 따라 최소 5 Euro, 최대 10 Euro), 입원진료의 경우 매일 10 Euro를(연간 최대 28일간) 피보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 개혁조치를 통해 의료비용의 절감을 추구하고 결과적으로 건강보험의 누적적자 및 부채의 해소를 기대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 독일의 건강보험 [가볍게 읽으세요]
7월
0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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