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1년간 교환교수로 와있는 매사추세츠대학 경제학과의 교수 로버트 폴린은 자신의 연구실 문에 영국 사회주의자이며 켐브리지대학 교수였던 레이몬드 윌리암스의 유명한 구절 “진정으로 급진적인 것은 절망을 확신케 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To be truely radical is to make hope possible rather than despair convincing)라는 쪽지를 붙여 두고 있다.
(이와 관련된 경제학자 케이트 그리핀의 이야기를 경제기사 난에 게재해 놓았다)
정말 많은 사람을 절망하게 만들고 자살로까지 내모는 이 자본주의 사회의 현실에 대한 비판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이것을 극복할 대안을 고민하고 또 대안을 실현시킬 방도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그 대안이란 것을 고안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수용하도록 하여 실현하는 것은 정말 너무나 어렵다. 마르크스도 자본주의경제를 비판했지만 대안에 대해서는 추상적인 방향만을 이야기했을 뿐이다.
모든 제출되는 대안은 한계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한계를 걱정하면 아무 이야기도 할 수 없다. 따라서 한계를 무릅쓰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터무니없는, 공상적인 대안이 되지 않고 실현가능한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 왜냐하면 각자가 처한 입장에 따라서 현실의 진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입장의 문제가 제기된다. 자본가, 기업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기업이 얼마나 이윤을 많이 남길 것인가를 가치기준, 판단기준으로 삼는다. 미시적인 관점이다. 이들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는 비정규직이 많을수록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적게 줄수록 좋다. 주류 경영학에서 보는 관점이다.
반면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노동자의 인간다운 생활이 보장되는 임금을 받는 것이 일차적인 가치 기준이 될 것이다.
여기서 경제학자는 국민경제의 재생산의 관점을 가져야 한다. 임금은 민간 소비를 통해 수요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저임금은 민간소비를 위축시킨다는 문제가 있다. 또 저임금과 불안정 고용은 노동생산성을 올리는데 노동자들의 노동의욕을 저하시키는 문제가 있다.
이윤은 투자를 결정하는 중요 변수이다. 그러나 민간소비가 위축되어 경기가 나쁘면 자본가와 기업은 당연히 투자를 회피하게 된다. 투자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임금 인상을 억제한다는 것은 개별기업의 입장에서는 그럴사 하지만 국민경제 전체의 입장에서는 잘못된 방향일 수 있다.
진정 급진적이고자 하는 것은 좋으나 실제로 진정 급진적으로 되는 것은 어렵다. 희망을 현실로 만드는 것, 얼마나 어려운가. 그래서 끝없이 학문과 연구에 열정을 쏟는 것이다. 그리고 힘을 모으기 위해서 그렇게 조직하고 열띠게 토론하는 것일 것이다.
정말 급진적인 것은 희망을 현실로 만드는것--장상환
6월
0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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