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의 '무상의료'

17대 총선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정당으로 평가 받고 있는 민주조동당이 정치권과 언론의 하이라이트를 받으며 연일 뉴스메이커가 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기타 정당과는 달리 십수년간 보건의료에 대한 명확한 대안을 제시해 보건의료계의 관심 또한 폭발적이다.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핵심 공약인 ‘무상의료’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어떤 구상을 하고 있고, 이것은 과연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가? 만약 이 계획대로 실행된다면 보건의료계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예상해 본다.

민주노동당의 정책이 보건의료계의 관심을 받는 것은 비단 ‘무상의료’뿐만이 아니다. 민주노동당의 공약에는 다른 정당이 다루기를 꺼리고 있는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

우선 민주노동당이 17대 총선에서 제시한 보건의료 정책공약은 5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민주노동당 17대총선 보건의료 정책공약]

Ⅰ. 누구나 필요에 따라 진료받고, 능력에 따라 부담하는 무상의료 실시

- 진료비 할인제도에 불과한 현행 건강보험을 일반조세에 의한 무상의료로 전환
- 많이 버는 사람은 많게, 적게 버는 사람은 적게 부담하는 사회적 연대 기반 구축
- 모든 국민이 보건의료서비스 이용시 그 어떤 장애 요인도 없는 사회 건설
- 상업적 의료를 폐절한 건강의 생산에 있어 새로운 협력과 효율의 모형 창출
- 값싸고 질 좋은 공공의료서비스가 제공되는 사회 건설

Ⅱ. 노동자-민중과 보건의료인들이 건강을 함께 만들어 가는 사회

- 노동자 민중의 실질적 참여자치로 운영되는 보건의료
- 지역과 중앙에 실질적 참여자치기관인 건강위원회와 건강청 설립과 직접 선거제 도입
- 의료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학제 개편과 보건의료관련학과에 대한 우선적 무상교육 실시
- 부실기관인수 및 신설을 통한 공공의료기관의 획기적 확충과 비영리병원 설립지원
- 보건의료인들이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사회
- 건강한 자아와 건강한 사회형성을 위한 보건교육의 제도화

Ⅲ. 병이 나도 집안이 망하지 않는 사회

- 무상의료실시에 따른 의료서비스 접근성 전면 확대
- 장애인과 불치-난치병 환자 그리고 건강취약계층에 대한 전면적인 급여 확대
- 질병이 가난을 낳고 가난이 질병을 만들지 않는 사회 건설
- 생애주기에 따른 평생건강관리체계의 확립
- 공공의료기관의 연계체계강화 및 전문인력 확충

Ⅳ. 일하는 사람이 건강한 사회

- 기업의 모든 공정이 노동자의 건강에 맞춰진 사회 건설
- 노동안전관리체계의 확립과 직장건강증진사업의 활성화
- 직업-노동과 연관된 질병 발생시 모두 산재 적용
- 산재처리를 보상이 아니라 재활을 포괄하는 사회복귀로 설정, 예방사업과 연계관리
- 모든 사업장내 모성보호를 위한 영유아보육시설과 모자수유실 설치 의무화
-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을 위한 앉을 수 있는 의자권 신설
- 담배 생산중지와 국민 건강권 수호를 위한 전 사회적인 금연운동과 정책실시

Ⅴ.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인 사회

- 1차 의료기관, 의원의 인두제를 중심으로 한 주치의제도 도입
- 2, 3차 병원의 총액예산제 도입
- 의약품 유통과정의 투명화를 통한 약가인하와 의료비리제거
- 필수의약품에 대한 특허권을 철폐와 필수의약품 100% 최소가격으로 무상공급
- 민중주도 민중편익 중심의 의약분업 개혁과 확대강화
- 의사, 약사, 환자 그리고 제약 및 유통자본에 대한 사회민주적 통제 강화

그 구체적인 실행내용으로는

▲총액 및 개별 예산제
▲처방가이드라인 개정
▲평균약제비가 높은 의사에게 그 이유를 질문하여 견제
▲통제약물 지침서를 작성하여 지침서와 다르게 처방하는 의사의 경우, 정당한 해명을 하지 못한 경우 재정적인 벌과금 부과
▲고가약 처방을 억제하기 위해 성분명처방의 의무화
▲의약사 간 담합 금지

▲대체조제 실시
▲조제약 중 일반의약품 대체처방 의무화
▲대체처방 35% 미달시 조제료 삭감 등 페널티

▲약물별로 전액 차등본인부담, (65%, 35%, 0%)
▲특정환자그룹은 본인부담 전액면제 (빈곤층, 임산부,장애자,만성질환자 등 사회적 약자 및 건강취약계층)

▲대중매체를 통한 의약품의 광고금지
▲필수의약품에 대한 특허권을 철폐
▲의약품강제실시권 허용
▲도소매 마진율 규제(약가대비 정률제)
▲의약품유통공사 및 한약유통공사의 설립
▲공단입찰제를 통한 의약품 가격인하

그러면 민주노동당의 핵심정책인 무상의료는 어떤 것인가?

민주노동당의 17대 총선 공약집에 따르면 무상의료란 “필수적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무상의료 실현을 통하여 사회경제적 능력에 따른 보건의료 서비스 이용의 차별을 없애고 궁극적으로는 건강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무상의료는 2단계로 실현된다.

1단계는 기존의 의료보장체계를 유지하는 선에서 건강보험 대상자들에 대해서는 본인부담금을 철폐하고, 의료급여 대상자들에 대해서는 완전 무상의료 실현하는 것이다.

2단계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모든 필수적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완전 무상의료를 실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재원은 얼마나 소요 될까?

1단계에는 24조7819억원이 소요되는데, 이는 건강보험 가입자들의 모든 본인부담금 철폐에 19조8,419억원, 의료급여 대상자들에게는 완전 무상의료 실현에 4조9,400억원 필요한 것으로 추산했다.

2단계에는 건강보험 대상자들의 모든 본인부담금이 철폐되고, 의료급여 대상자들에게는 이미 완전 무상의료가 실시되고 있다는 가정하에, 건강보험 대상자들의 보험급여비를 충당하는데 추가적으로 드는 비용만 남는데, 19조6,747억원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무상의료가 완성되는 2단계까지의 총 비용은 44조4,566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필요하게 된다.

무상의료의 키포인트는 이 비용부담에서 국민이 배제된 가운데 정부와 자본이 의료비용의 일체를 책임지는 계획이다.

곧 1단계에서 현재 건강보험에서 국민이 지는 부담 22%중 정부와 자본이 절반(11%)씩 나누어 부담하면, 정부:자본:국민의 부담률은 50%: 28%: 22%, 간략히 5:3:2가 되고, 2단계에서 국민부담이 완전히 없어지면 정부:자본은 26조6,740억원:17조7,826억원, 간략히 6:4로 부담한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가 부담하게 될 재원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민주노동당은 기존의 의료보장제도인 건강보험제도를 폐지하고, 재원을 건강보험료가 아닌 조세로 충당한다고 밝혔다.

이는 “누진적인 조세로 재원을 충당하는 것이 정률제인 보험료로 재원을 충당하는 것보다 사회형평에 더 부합하며, 국민의 건강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명확하게 설정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서 민주노동당 정책의 핵심인 ‘부유세’와 조세 재원의 활용방안이 등장한다. 곧 재산이 많은 상위계층에게 부유세를 신설해 재원으로 활용하고, 다른 곳에 쓰이는 세금을 의료비용으로 활용하면 가능하다는 것.

일반적인 조세론자들의 우려는 여기에 있다. 세금신설에 따른 조세 저항과, 부처간 예산안 확보전이 치열한데 재원확보가 쉽지만을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25일 권영길 대표는 SBS의 시사대담에 출연에 이에 대해 “이미 유럽 11개국에서 명칭만 다를 뿐 부유세를 징수 하고 있다. 부유세의 대상은 국가 전체 재산의 약 50% 보유하고 있는 상위 1%계층에 대한 것이다. 1%의 조세저항이 의미가 있는가?”라고 밝혔다.

아울러 “유럽의 경우 60년대에, 그것도 우익 집권시에 부유세가 생겼다. 30채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세금을 한푼도 안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민주노동당 무상의료의 근간에는 ‘성장보다는 분배’라는 기본적인 인식이 깔려있다. 어떤 것이 우선 하는 것이 옳다는 데에는 정답이 없다. 다만 민주노동당은 유럽의 경우 분배 우선의 정책으로 더욱 잘 살게 됐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가예산의 집행 주체인 각 부처의 저항에 대해서는 대책이 있는가?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관계자는 “집권하면 가능하다”고 답했다. 참고로 민주노동당은 10년 후에 집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대폭 증가할 '자본의 부담'에 기업들이 순순히 동참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곧 고용에 따른 의료비 부담이 증가하게 되고, 이는 바로 회사의 부담으로 이어지며, 이익은 줄고 비용은 늘어나는 것이다.

회사가 고용을 꺼리면, 그 인원은 지역가입자가 되고, 이에 대한 의료비 부담은 고스란히 국가가 안게 될 것이다. '무상의료'시대에 있어서 그 비용은 위에서의 계산과는 달리 정부 부담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노동당의 무상의료 계획은 나름대로 건강보험 통계자료를 분석해 비용을 산출하는데는 성공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방법론은 구체화되지 않아 ‘구호로만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공약집에는 시기적인 구분이 없다. 곧 1단계는 언제까지이고, 2단계는 몇 년이 걸릴 것인지 발견되지 않는다.

아울러 현재 예산이 어떻게 집행되고 있는데 어떤 부분을 무상의료에 활용할 것인지, 부유세는 얼마인데 무상의료에 쓸 비용은 얼마인지, 보건의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금액이 나와 있지 않다.

다만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재원조달의 기본 방향’으로 ▲ 국민들의 추가 부담 반대 ▲ 국가와 자본의 전면 부담 ▲ 조세체계의 변화와 누진성 강화 ▲ 자원 배분의 사회적 효율성 강화를 설정하고, “위의 방향성을 토대로 형성된 재원의 할당 과정에서 무상의료실현의 우선순위를 높이고, 이에 집중 투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재원조달의 요체는 ① 재정지출의 낭비 요인을 없애 전 사회적 부담을 최소한으로 끌어내리되, ② 자본의 잉여가치에 의한 재원마련, 소자산가의 수입 중 세금, 노동자의 임금부문에서의 능력에 따른 부담, 그리고 국고부담 등 사회적 연대기반의 구축이 중요하고 ③ 수평적으로는 동일소득 동일부담의 원칙을 관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무상의료를 구체화할 국가조직으로 ‘건강청’을 신설할 것이러고 밝혔다. 1단계에서는 건보공단과 건강청이 중앙과 지역사무소를 두고 공존하다가 2단계에서는 공단이 건강청에 흡수되는 계획이다.

또한 지역적으로 소외된 곳이 없이 균등한 의료를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곧 “모든 국민은 필요한 곳에서 필요한 때에 균등한 질적 수준의 보건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보건의료서비스의 제공과 이용은 수요(demand)가 아닌 필요(needs)에 기초하여야 한다. 보건의료 자원이 지역적으로 균등하게 분포되어야 하며, 질적 수준(quality)의 형평성이 달성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만약 무상의료가 현실화된다면 보건의료계는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가? 전문가들은 세금 집행에 따른 요양기관에 대한 국가 간섭이 심해지고, 의료의 평준화에 따른 변혁을 가상하고 있다.

우선 세금으로 의료비가 지출되면, 정부는 지출을 가능한한 축소하려는 노력을 하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약제비, 진료비, 조제료 등 전반적인 부분에 대한 인하노력을 가속화 할 것이 예상된다. 곧, 약가인하와 수가인하가 전망된다.

아울러 병의원과 약국 등 요양기관의 수입과 지출이 고스란히 국가통제권안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곧 세금관리에 준한 요양급여비용 관리체계가 가동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역평등의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공공의료기관의 대폭 확충이 불가피 한데, 의료인력이 소외된 지역에서 근무하기를 꺼리는 것을 해소하려면, 불가피하게 국가고용에 의한 강제배치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는 많은 의료인의 공무원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무상의료는 현실적으로 '넘어야할 산'이 많은 과제처럼 보인다. 그러나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10석을 확보한 것도 '험준한 산을 넘은' 획기적인 사건으로 평가되는 만큼, 좀 더 다듬고 국민의 지지를 확보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한 지지자는 '유럽에서는 국민소득이 우리나라의 절반도 안되는 시기에 무상의료가 실시됐다. 문제는 제도에 대한 시비나 현실적인 어려움이 아니다. 분배의 정의를 국민들이 염원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의약뉴스 이창민 기자(mpman@newsmp.com)

2004-04-26 13:4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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