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청소년 자살‧성폭력 상담 기밀 기업에 넘긴 성평등가족부 규탄한다.
정부·여당은 이런 일 정당화할 ‘디지털헬스케어법’ 추진 중단하라.
어제(5일) 보도에 따르면, 성평등가족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청소년상담1388' 운영 과정에서 수집한 상담 기록 1만4천여 건을 민간 업체에 제공했다. 청소년들의 임신, 성매매, 자살, 자해, 가출, 가정폭력, 성폭력, 학교폭력 등의 상담 기록이 포함되었다. 해당 개발원은 사전 개인 동의나 사후 제공 사실 고지도 없이 인공지능(AI) 학습용으로 이 민감한 정보들을 기업에 제공했다고 한다.
자살, 성폭력 등은 민감정보 중 민감정보다. 지적되다시피 이름, 연락처, 주소 등 일부 정보가 제거돼도 맥락정보가 있는 상담기록은 개인 재식별 위험이 크다. 이 충격적 사건에 대해 성평등가족부는 '가명정보 처리 가이드라인'을 준수했다고 해명을 내놓았다. 어처구니없는 해명이다.
가이드라인은 강제성 없는 지침일 뿐이다. 제공하지 않아도 될 민감정보를 성평등가족부가 기업에 넘긴 것이다. 또 청소년 상담 과정에서 성폭력과 자살 관련 개인 비밀을 누설해선 안 된다는 법률이 엄연히 존재한다. 게다가 최근 AI 등을 동원한 금융권 동시다발 해킹 사건이 우리 사회 충격을 주고 있다. 이렇게 무분별하게 민감한 상담 기록 등을 정부가 기업에 넘기면 해킹 위험도 급증한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1388' 같은 국가의 위기상담 창구는 어려움에 처한 청소년들이 마지막으로 기대는 안전망이다. 그 근간에는 비밀이 완전히 보장될 거라는 당연한 전제가 있다. 그런데 그 비밀이 민간 기업으로 넘어간다는 사실을 알면 어떻게 될까? 신뢰는 땅에 떨어질 것이다. 상담을 회피하거나 가장 민감한 정보를 숨길 것이다. 성평등가족부의 이 같은 행태는 극단적 상황에 놓인 청소년들의 마지막 보루를 무너뜨리는 것이나 다름 없다.
이번 정보 제공은 경제 부처인 과기정통부가 추진하는 'AI 10대 프로젝트'를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AI 기술개발을 위해 가장 민감한 건강정보들조차 정부가 넘겨 취약한 사람들을 위한 공적 사회안전망을 뒤흔드는 사례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는 이런 일을 막기는커녕 향후 더욱 장려하려 한다. 바로 '디지털헬스케어법' 제정 시도가 그것이다.
지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올라 있는 디지털헬스케어법은 ‘청소년상담 1388’ 사건과 꼭 마찬가지로, 개인 동의도 없이 가명처리만 하면 우리의 의료‧건강정보를 기업에 넘길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그 목적도 같다. AI 등 디지털헬스 기술 개발을 위해서라는 명분이다. 환자들은 자신들의 비밀이 완전히 보장될 거라고 믿고, 의료기관에 자신의 가장 내밀한 정보를 터놓고 진료를 받는다. 이 정보들이 손쉽게 기업에 넘어간다면 의료의 신뢰와 근간이 무너질 것이다.
정부·여당은 '디지털헬스케어법'이 의료‧건강정보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 궤변이다. 민감정보를 무분별하게 집중시키고, 결합하고, 기업들한테 넘기면서 무슨 보호란 말인가? 국민들을 속여선 안 된다. 특히 이렇게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연달아 일어나는 나라에서 민감한 의료정보를 보호하기는커녕 규제를 푸는 짓을 해선 안 된다.
정부·여당뿐인가? 국민의힘도 '디지털헬스케어법' 추진에 한마음 한뜻이다. 윤석열 정권이 가장 추진하고 싶어했던 법 중 하나가 이것이다. 두 당이 이견이 없어서 이 법은 하반기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이 위험천만한 법 제정에 반대한다.
성평등가족부는 청소년 상담기록 유출에 대해 반성하고 재발 방지책을 약속하라!
정부‧여당은 이런 사건들 합법화할 '디지털헬스케어법'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2026년 10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