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비대면진료, 공공플랫폼 도입을 제안한다
비대면진료를 정식 제도로 시행하기 위한 개정 의료법이 오는 12월 24일 시행된다. 실시 요건과 처방할 수 있는 의약품의 범위, 약국 외 인도가 허용되는 지역 등 제도의 실질을 정할 기준이 대부분 보건복지부령에 위임되어 있으므로, 현재 진행 중인 하위법령 제정이 사실상 제도의 최종 설계에 해당한다. 그러나 논의는 비대면진료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다. 환자의 진료 요청을 받아 의사에게 연결하고 발급된 처방전을 약국으로 전송하는 일, 즉 비대면진료 중개업이 수행하는 기능을 누가 담당할 것인가는 민간 위임을 전제로 논의에서 빠져 있다. 우리는 이 기능을 담당할 공공플랫폼의 도입을 제안한다.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역할은 진료 요청의 접수와 의사 연결, 처방전 전송이다. 의학적 판단이 개입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도 않는 정형화된 중개 업무이다. 개정 의료법 제34조의9는 중개업자가 환자나 처방전 소지자를 특정 의료기관·약국에 소개·알선한 대가로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특정 의료기관이나 약국, 의약품을 추천하거나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도 함께 금지하였다. 환자를 연결하며 대가를 받는 것이 의료의 공공성과 충돌한다는 판단이 그 바탕에 있을 것이다. 그 결과 플랫폼 업체가 중개 업무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광고를 게시하는 정도로 제한되며, 업체는 수익을 창출할 새로운 영역을 끊임없이 찾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이후 6년여의 한시적 허용과 시범사업에서 확인된 사례들이 이를 보여준다.
대표적인 사례는 의료법과 약사법을 우회하는 수익 사업의 등장이다. 한 업체가 의약품 도매업체를 설립하여 약국에 의약품을 공급하고 그 약국을 앱에서 우대 노출한 사안은 법안 발의로부터 1년 9개월이 지난 지난달에야 이른바 닥터나우방지법의 제정으로 정리되었다. 주목할 것은 결말이 아니라 과정이다. 의약품의 유통과 조제가 특정 사업자의 이해에 좌우되지 않도록 지켜온 보건의료 원칙을 우회하는 방식이 등장하고, 그것이 입법으로 차단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며, 그동안 해당 사업은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앱 화면에서의 노출 순위 판매 또한 같은 구조에서 비롯되었다. 지난 4월 비용을 지불한 의사를 검색 결과 상단에 배치하는 광고 상품이 출시되어 논란이 되었다. 노출 위치가 곧 환자 유입을 결정하는 구조에서 병의원과 약국의 수익은 플랫폼의 편집 권한에 좌우되고, 의료기관이 플랫폼에 종속되면 진료와 조제의 판단 또한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제 플랫폼의 수익원은 진료 정보 자체로도 옮겨가고 있다. 비대면진료 앱을 운영하는 한 업체는 올해 1월 의료 마이데이터 개인정보관리 특수전문기관으로 지정되어, 이용자의 전송 요구에 따라 의료기관·약국 방문 이력과 처방 의약품, 예방접종 및 건강검진 결과를 전송받을 수 있게 되었다. 개정법은 중개업으로 취득한 개인정보를 영리 목적으로 제공하거나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였으나, 마이데이터 전문기관의 지위로 전송받는 정보는 그와 다른 경로이며 두 지위가 한 사업자에게 겹치는 상황을 규율하는 조항은 없다. 마이데이터 지정 심사 역시 기술과 안전성, 재정능력을 심사할 뿐 이해상충은 판단하지 않는다. 해당 업체는 전송받은 정보를 기반으로 건강상태 분석과 질병 위험 예측, 개인별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진료를 연결하는 창구가 곧 자사 상품을 권유하는 창구가 되고, 진료 과정에서 확보한 의료정보가 상품 판매의 기반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개별 업체의 일탈이 아니라 중개 업무를 영리 사업으로 둔 구조에서 비롯된 필연적인 결과이다. 개정법이 규율 장치를 두지 않은 것은 아니다. 중개매체의 신고와 인증 제도가 마련되었고, 제공·운영 기준을 보건복지부장관이 고시로 정하도록 하였으며, 개인정보의 최소 수집과 파기 의무도 규정되었다. 그러나 기준을 두는 것과 그 기준이 지켜지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보건복지부는 2023년 12월 중개 플랫폼 가이드라인으로 처방의약품의 약품명과 효과, 가격을 이용자에게 안내하지 못하도록 하였으나, 최근 한 플랫폼은 전문의약품인 비만치료제의 가격을 그대로 노출하여 홍보하고 있다. 전문의약품을 가격으로 비교하여 선택을 유도하는 것이며, 오남용의 우려가 큰 의약품일수록 그 위험은 커질 것이다. 이렇듯 수익을 찾아야 하는 사업자를 상대로 금지 항목을 하나씩 추가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중개 업무를 수익 구조에서 분리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익을 얻을 필요가 없는 주체가 이를 담당하는 것이 그 방법이며, 우리는 보건복지부가 공공플랫폼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근거는 이미 마련되어 있다. 개정 의료법 제34조의7은 보건복지부장관이 비대면진료의 요청과 실시를 중개하는 비대면진료지원시스템과 처방전 전송을 위한 전자처방전전달시스템을 구축·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으며, 같은 조 제7항은 시스템의 구축과 운영에 더하여 서비스 제공에 관한 사항까지 보건복지부령에 위임하였다. 즉 공공플랫폼의 설치와 운영에 새로운 입법이 요구되지는 않는다. 이 시스템을 어떠한 형태로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공공플랫폼은 환자가 비대면진료 과정을 신뢰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다. 민간 플랫폼 앱을 이용하는 환자는 화면 상단에 배치된 의사가 어떠한 기준으로 선정되었는지 알기 어렵고, 진료 과정에서 권유받는 서비스의 근거나 자신의 진료 정보가 활용되는 범위 또한 확인할 수 없다. 공공이 운영하는 플랫폼에는 노출 순위를 판매하거나 진료를 계기로 상품을 판매할 유인 자체가 없어, 환자와 의료기관 모두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다.
운영의 기준은 다음과 같이 설정할 수 있다. 의료기관과 약국은 거리나 대기시간과 같이 환자가 확인할 수 있는 조건에 따라, 또는 무작위로 배분하며 그 순위를 판매하지 아니한다. 수집하는 정보는 진료 연결에 필요한 범위로 한정하고, 목적을 벗어난 결합을 금지하며, 중개 업체는 마이데이터 전문기관의 지위와 분리한다. 진료 연결을 계기로 유료 서비스나 상품을 권유하지 아니한다. 이는 시범사업 기간에 문제가 반복하여 발생한 지점이자, 보건복지부장관이 고시로 민간 중개매체에 요구하여야 할 내용이기도 하다.
비대면진료를 둘러싼 최근의 논의는 의약품 배송 대상의 확대를 비롯하여 플랫폼 사업자의 요구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다. 그러나 비대면진료는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접근성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이며, 의료의 영리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제34조의7에 따른 시스템의 구축 계획과 일정을 제도 시행 이전에 공표하고, 하위법령에서 이를 환자가 직접 진료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로 설계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비대면진료가 의료의 공공성을 넓히는 방향으로 작동할 것인지는 지금의 하위법령 제정에 달려 있으며, 공공플랫폼의 도입 여부도 이 단계에서 함께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