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연][성명] 플랫폼 중심 의료민영화 완성하려는 약배송 전면화 반대한다

사진©: 시사저널

 

- 정부는 지역과 야간‧주말 의료공백을 진정으로 해소할 공공의료 인프라와 인력에 투자하라.

 

 

정부가 모든 비대면 진료 환자를 대상으로 약 배송을 확대하고, 이를 위해 약사법‧의료법 등 관련 법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민의 약 수령 편의’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는 허울일 뿐이다. 약배송 전면화는 기업 플랫폼이 진료부터 약 배송까지 모두 지배하게 되는 것이 본질이고, 그러면 환자들의 의료 공백은 더 심화될 것이다. 정부 정책은 플랫폼 중심 의료영리화일 뿐이다.

 

1. 약배송 전면허용은 플랫폼 민영화를 완성시켜주려는 것이다.

플랫폼 서비스는 편리함을 앞세운다. 그러나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하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카카오택시와 배달플랫폼이 대표적이다. 단순한 중개서비스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서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받을 수도 없게 되었다.

약배송까지 전면화되면 의료도 의료기관 선택, 진료, 처방전 발행, 약국 선택, 조제, 약배송이라는 의료의 전 과정이 기업 플랫폼 하에서 이뤄지게 될 것이다. 플랫폼은 어떤 의료기관과 약국을 환자에게 노출할지, 어떤 정보를 우선 제공할지, 어떤 방식으로 환자를 유입시킬지에 영향력을 가진다. 플랫폼이 지배적 영향을 미치는 산업들이 그렇듯, 해당 부문의 서비스 자체를 플랫폼의 이익을 위해 변형시킨다.

이것이 요식업이나 운수업이어도 문제가 되는데,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공공적 영역이라면 더 큰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의료행위가 임상적 필요가 아니라 플랫폼의 영리적 이해관계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 비대면진료가 법제화되었다. 그나마 약배송을 도서벽지, 장기요양수급자, 장애인, 감염병, 희귀질환 환자 등에 국한시킨 것은 플랫폼의 전면적 지배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였다. 이것마저 정부가 허물려 하는 것이다.

 

2. 플랫폼 독점은 의료비 상승과 생명‧건강 위협으로 돌아올 것이다.

기업 플랫폼은 수익을 얻어야 하므로, 이미 시범사업에서 드러난 바 있는 과다진료나 의약품 오남용을 더 유발할 것이다. 이는 국민건강보험 재정도 악화시킬 것이다. 그러면 정작 필요한 서비스를 받아야 할 환자들의 보장은 축소되거나, 건강보험료가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 의료 체계를 왜곡시키면서 환자 주머니와 건강보험료에 빨대를 꽂아 플랫폼은 배를 불릴 것이다.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들에서도 비대면진료 플랫폼이 의료비를 상승시키고, 불필요한 진료와 약물남용을 부추겼으며, 환자 의료정보를 팔아 돈을 벌었다. 플랫폼 기업들은 주로 대도시에 거주하는 젊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돈벌이를 하면서, 더 복잡한 질환을 가진 취약한 환자들에게 쓰일 공공자원을 고갈시켰다. 공공의료체계가 잘 갖춰져 있었던 국가들에서도 보건의료인들이 돈벌이를 좇아 플랫폼으로 향하는 바람에 지역 응급 서비스 등은 크게 위축되었다.

안 그래도 지역 의료붕괴와 응급실 뺑뺑이가 심각한 한국에서 플랫폼의 약배송까지 전면 허용된다면 한국 의료는 더 무너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지역의 의료기관과 약국의 존립도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면 정작 지역의 환자들은 더 위험해지고 고립될 것이다.

 

3. 필요한 것은 약배송이 아니라 지역마다 촘촘한 공공의료 인프라이고 직접 찾아가는 의사와 약사다.

최근에 보도된 바 있듯, 정부가 51억여원을 들여 240여개 섬에 설치한 비대면진료 키오스크는 섬마을에서 자리만 차지하는 애물단지가 됐다. 진료 한 건당 무려 221만원의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그보다 스무배는 더 비용효율적이고 더 효과적이고 안전한 병원선 의사의 대면진료에 들어갈 재정은 정작 충분히 투자되지 않고 있다.

도서벽지와 산간오지에도 필요한 것은 찾아가는 의사와 약사이다. 250개 지자체 중 34곳에 응급실이 없고 77곳에 분만실이 없는데 비대면진료와 약배송이 무슨 소용인가? 지역에 살아도 응급, 중증, 외상 진료를 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고 일차 의료를 제대로 제공해 아프기 전에 예방하고 돌볼 보건의료인이 필요한 것이다.

주말과 야간에 진료받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대안도, 유럽 국가들이 제공하는 24시간 공공 의료상담전화, 적합한 환자에게는 공공적 비대면진료, 필요하다면 즉시 대면진료 가능한 공공의료 인프라 등이다. 의료공공성을 더 무너뜨릴 영리 플랫폼 진료가 아니다.

정부가 디지털헬스 산업을 육성한다며 정작 지역 의료공백의 대안도 아니고, 이를 더 악화시킬 비대면진료와 약배송을 전면 허용하는 것은 오직 기업들 돈벌이를 위한 의료민영화일 뿐이다. 이런 이재명 정부의 성장지상주의가 관철된다면 한국의 보건의료 체계는 더욱 붕괴할 것이다.

 

- 정부는 약배송 전면화를 즉각 중단하라!

- 영리 플랫폼 비대면진료 허용한 의료법을 재개정하라!

- 지역사회 공공의료와 공공 돌봄 체계를 확립하라!

 

 

 

2026년 8월 25일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Shar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