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 일부개정고시(안) 행정예고’에 대한 의견
(보건복지부 공고 제2026-408호)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1. 의견
이번 개정고시안의 핵심은 약가산정률의 조정이 아니라,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일정 비율'로 제네릭 의약품의 상한금액을 산정하는 현행 체계를 그대로 유지한 채 일부 요율만 변경한 데 있습니다.
2010년 제정된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별표1] 약제 상한금액의 산정, 조정 및 가산기준은 제네릭 의약품의 상한금액을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일정 비율로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후 여러 차례의 개정을 통해 그 비율만 조정되어 왔습니다. 이번 개정고시안 역시 이러한 틀을 유지한 채 약가산정률과 가산률을 일부 변경하는 내용입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이러한 약가 산정 방식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제네릭 의약품의 적정 가격은 행정적으로 '오리지널 대비 몇 퍼센트'를 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제약사 간 가격 경쟁을 통해 형성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 개정고시안은 경쟁을 촉진하는 제도 개선 없이 약가산정률과 가산률만 조정하고 있으며, 특히 (준)혁신형 제약기업에 약가 우대를 부여하는 것까지 추가하였습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회의자료에서도 이번 제도 개편의 목적을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는 「국민건강보험법」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습니다.[1] 설령 신약 개발을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신약에는 임상적 가치에 따른 약가 보상체계와 특허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만큼, 제네릭 의약품의 약가를 우대하는 방식은 적절한 정책수단이 아닙니다.
따라서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현행 약가 산정 체계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합니다. 정부는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일정 비율을 적용하는 산정방식의 조정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제약사 간 실질적인 가격 경쟁을 유도하는 경쟁형 약가제도를 함께 도입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해야 합니다.
2. 배경
제네릭 의약품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생물학적으로 동등한 의약품으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저렴한 가격입니다. 세계 각국은 내부참조가격제, 입찰, 처방 할당 등을 통해 제네릭 가격 경쟁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저가구매 장려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의약품은 건강보험 상한가 수준에서 거래되어 실질적인 가격 경쟁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개선안은 제네릭 약가산정률을 현행 53.55%를 45%로 인하하되,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에는 각각 49%, 47%의 특혜 약가를 일정 기간 적용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신규 제네릭에 대해서도 최대 4년간 추가적인 약가 특혜를 부여합니다.
현행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심사기준」은 '의약품 해외진출 및 수출 규모', '특허 및 기술이전 성과', '연구개발 투자 규모 및 비율' 등 산업 경쟁력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제도 시행 13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기업들이 연구개발이나 수출 증대 등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해 정책적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우대 대상을 준혁신형 제약기업까지 확대하였습니다.
3. 상세 사유
첫째, (준)혁신형 제약기업에 약가 우대를 제공하는 정책은 건강보험의 목적에 위배되는 '산업 육성 정책'입니다.
「국민건강보험법」의 목적은 국민의 질병·부상 예방과 치료, 건강 증진 및 사회보장 증진입니다. 따라서 보험약가를 기업 특성에 따라 차등 적용하려면 그 기준은 국민 건강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은 '의약품 해외 진출 및 수출 규모', '특허 및 기술이전 성과', '연구개발 투자 규모 및 비율' 등 산업적 지표를 중심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준을 근거로 제네릭 약가를 우대하는 것은 건강보험 재정을 사업 지원에 활용하는 것입니다.
향후 (준)혁신형 제약기업이 신약을 개발하게 된다면 가입자가 혜택을 누리게 되므로 국민의 건강과 무관하지 않다고 반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 건강에 기여하는 신약의 개발을 촉진하려면 개발 단계에서 해당 기업의 제네릭 의약품 가격을 우대해 줄 것이 아니라, 개발이 완료된 신약의 임상적 가치에 합당한 가격을 보상하면 충분합니다.
더욱이 신약 개발에 성공한 제약사는 특허 제도를 통해 장기간의 시장 독점권을 보장받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강보험 재정을 활용하여 개발 과정에 있는 기업의 제네릭 의약품까지 우대하는 것은 신약 개발에 따른 위험을 건강보험 재정으로 분담하는 이중 보상에 해당합니다.
현행 제도는 R&D 투입 규모뿐만 아니라 임상시험 건수나 연구개발 비전 등 여러 지표를 평가하고 있으나, 이 역시 신약 개발이라는 결과가 아닌 과정과 계획을 지원하는 푸시(Push) 메커니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결과가 아닌 과정에 보상하는 제도는 기업들이 정책의 허점을 파고드는 편법을 사용하도록 유도하여 본래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합니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큰 비용과 실패 위험을 감수하면서 국민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는 혁신 신약(First-in-class)의 개발을 목표로 하기보다, 인증 요건을 맞추는 것에 더 높은 경제적 유인이 발생합니다. 또한 같은 신약이라 하더라도 신약의 임상적 유용성은 신약마다 다 다를 것입니다. 결국 이번 개정안은 국민 건강 증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신약 개발보다 '인증 유지'를 통한 약가 혜택을 목표로 하는 행태를 유인할 우려가 있습니다.
둘째, 보건복지부는 제약사 간의 자발적인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경쟁형 약가 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개별 제네릭 의약품의 생산원가를 정확히 산정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면, 다수의 공급자가 경쟁을 통해 형성한 가격을 적정 가격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양기관이 건강보험 상한가보다 낮은 가격에 의약품을 구매할 때 절감된 차액의 20~30%를 해당 기관에 장려금으로 지급하는 ‘저가구매 장려금 제도’를 시행하여 가격 경쟁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하면 현재 대부분의 의약품은 건강보험 상한가에 근접해 청구가 이루어집니다. 이는 요양기관이 제네릭 의약품을 구매할 때 가격 경쟁이 발생하지 않으며, 그 결과 실제 거래가격이 항상 상한가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번 개정고시안에는 해당 내용이 없으나 보건복지부는 향후 품목 수, 매출, 제네릭 침투율, 주요국 약가 등을 기준으로 제네릭 의약품 가격을 사후에 조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1] 그러나 적정 가격을 모르는 상황에서 사후에 약가를 조정하려 든다면 제약사의 반발과 공급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회의자료[2]에서 예시로 나오는 프랑스의 경우, 제네릭 출시 후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제네릭 침투율에 따라서 약가를 인하합니다. 또한 프랑스에서는 제약사가 약국에 제공한 할인 금액을 CEPS(의료제품경제위원회)와 URSSAF(사회보장징수국)에 법적으로 신고해야 하며, 2024년 제약사가 약국에 제공한 제네릭 의약품의 할인 금액은 매출액의 22%에 달했습니다.[3] 즉, 가격 경쟁이 일어나며 정부가 파악한 실거래가와 표시가가 평균 22%가 차이가 나므로, 제네릭 침투율에 따라 약가를 7% 인하해도 제약사들의 큰 반발이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과도한 할인을 제공하는 제네릭 의약품의 경우 가격을 추가적으로 인하하기도 했습니다.[4,5]
일본에서도 요양기관이 의약품을 구매할 때 가격 경쟁이 발생합니다. 2020-2022년 출시된 제네릭 의약품의 경우 출시 직후 년도의 실제 구매 가격은 건강보험 상한가와 10-25% 가량 낮습니다. 이후 정부는 실제 거래 가격을 참조해서 건강보험 상한가를 인하했습니다.[6]
약가 참조국에 속하는 다른 대부분의 국가들도 시장 내 최저가나 하위 가격대를 참조해 약가를 사후 조정하거나, 내부 참조가격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가격 경쟁이 가능한 구조를 마련해야 사후 약가 조정 제도가 실효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1]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 「2026년 제1~10차 건정심 회의 내용」 (2026. 07. 10), pp.138
[2]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 「2025년 제1~24차 건정심 회의 내용」 , pp.429
[3] CEPS (Comité économique des produits de santé), Rapport d'activité 2024, pp.43
[4] CEPS (Comité économique des produits de santé), Rapport d'activité 2022, pp.59
[5] CEPS (Comité économique des produits de santé), Rapport d'activité 2021, pp.56
[6] 中央社会保険医療協議会 薬価専門部会, 「第215回 議事次第」(令和5年11月17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