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원칙없이 제안하고 눈치보며 접은 탈모약 급여화 논의, 건강보험은 정치 이벤트가 아니다

 

- 무엇을 보장할 것인가, 건강보험의 우선순위를 다시 묻는다

 

 

보건복지부가 어제 6월 29일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급여 확대를 주제로 한 공론화 토론회 추진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어 시간을 두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탈모치료제 급여화 논의는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의 검토 지시로 시작되었고, 당시 신중론을 펴던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입장 변화에 대한 설명없이 6개월 후 하반기 중점 추진 과제로 발표했다. 

 

그러나 토론회 중단 결정은 탈모 급여화 자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낸다. 탈모약 급여 확대 논의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정책적 검토 없이 갑작스럽게 제기되었고, 이를 둘러싼 공론화 역시 제대로 시작해 보기도 전에 정부의 발표 한 번으로 중단되었다. 건강보험의 보장 범위를 둘러싼 중대한 정책 논의가 정치적 판단과 행정적 결정에 따라 시작되고 종료된 것이다.

 

건강보험은 정치적 관심사에 따라 던졌다가 거두는 정책 수단이 아니다. 특정 질환의 급여화를 갑자기 제안하고, 사회적 논쟁이 커지자 충분한 설명과 평가 없이 다시 접어버리는 방식은 정책 결정의 책임성과 민주성을 훼손하고, 건강보험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약화시킨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이하 건약)는 지난 6월 25일 「탈모치료제 급여화, 그 너머의 질문들」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 건강보험 급여기준, 삶의 질과 건강권, 약가제도, 의약품 안전관리 등 다양한 쟁점이 논의되었다. 참석자들의 의견은 서로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된 문제의식은 분명했다. 탈모약 급여화는 하나의 약제를 둘러싼 문제가 아니라 건강보험의 원칙을 다시 묻는 계기라는 점이다.

 

오늘날 건강보험은 생명을 구하는 의료만을 보장하는 제도가 아니다. 백반증 치료, 안면부 화상 흉터 치료, 유방재건술 등 삶의 질과 사회적 기능을 고려하여 급여를 적용하는 사례도 꾸준히 확대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특정 질환에 대한 선별적인 급여 확대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탈모치료제 급여화는 건강보험의 우선순위, 형평성, 약가 산정 방식, 안전관리 체계 등 여러 과제를 함께 검토해야 하는 정책이다.

 

이번 토론에서는 다낭성 난소증후군을 비롯한 여성 건강 관련 질환, 성별 불일치 관련 의료, 재생산 의료 등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리면서도 여전히 급여 밖에 놓인 영역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루어졌다. 건강보험은 어떤 원칙에 따라 보장할 것인지, 소외되는 영역은 없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 과정은 사회적 필요와 건강권에 대한 합리적 논의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건약은 탈모치료제 급여화에 대한 찬반을 넘어, 지금이야말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의 기준과 원칙을 사회적으로 다시 논의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왜 이러한 논의를 갑작스럽게 제기했고, 왜 일방적으로 중단했는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아울러 건강보험 정책을 정치적 의제 관리의 수단으로 삼는 방식을 중단하고,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위한 민주적이고 지속적인 공론화 체계를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2026년 6월 30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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