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건약, “약가개편, 건강보험 재정의 목적 외 사용” 공익감사 청구`
- 건강보험료는 제약산업 지원금 아니야
- 불투명한 약가, 타당성 검토 없는 약가 개편안 위험하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이하 건약)는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약가제도 개편안이 국민건강보험의 목적과 원칙을 훼손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제약산업 육성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판단하여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였습니다.
이번 약가제도 개편안은 「국민건강보험법」의 목적인 국민 건강 증진과 사회보장 증진보다 ‘신약 개발 생태계 조성’과 ‘제약산업 생태계 전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정책 타당성과 재정 영향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국민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운영되어야 할 국민건강보험의 수탁자로서 책무를 저버리고 직무를 유기하는 것입니다.
건약이 공익감사를 청구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급여적정성 평가 생략을 통해 환자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의약품 사용을 보장해야 할 책임을 방기한 점입니다.
의약품은 식약처의 안전성·유효성 평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임상적 유용성 및 경제성 평가를 통해 사용하게 됩니다. 사전 등재절차는 2006년 이후 20년간 유지된 체계입니다. 2016년 신속한 급여화를 위해 경제성평가 생략제도가 시행되고 적정 가격를 검증하는 과정을 생략하는 신약이 늘어나긴 했지만, 임상적 유용성 평가까지 간소화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희귀질환치료제의 신속등재 제도는 환자가 보다 효과적인 약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는 국가적 책임을 방기하고 그 위험을 고스란히 개인에게 전가시키는 것이며, 헌법 제 34조 제6항에 명시된 국가의 국민 안전 보호 의무를 저버리는 것입니다.
둘째, ICER 임계값 상향과 실효성 없는 사후평가를 명분으로 사전 약가 통제를 무력화하여 건강보험 재정을 관리해야 할 책임을 방기한 점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제약산업 생태계 재편’을 이유로 신약의 비용효과성 평가 기준인 ICER 임계값을 상향하고 사후평가 제도를 도입하였습니다. 그러나 ICER 임계값 상향은 신약 가격 인상과 건강보험 지출 증가로 직결될 수 있음에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효과와 재정 영향 분석,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보건복지부는 제도 시행을 결정한 이후인 2026년에서야 타당성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는 일정 규모이상의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도록 하는 ‘국가재정법’에 준하여 봤을 때 무리한 추진이며, 국민들의 공적 자산인 건강보험료를 관리해야 할 재정관리의 책임을 소홀히 하는 것입니다.
셋째, 약가유연계약제 확대를 통해 약가 투명성을 훼손하고 특정 산업에 특혜를 제공한 점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약가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약가환급제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였습니다. 하지만 대상 약제는 국내 제약기업의 수출을 위한 특혜 제공 수단에 불과하며 환자 접근성과 무관합니다. 또한 약제비 상승을 유발하고 국제사회의 의약품 가격 투명성 강화 흐름에도 역행하며, 국민들이 납부한 약가 협상이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검증하는 체계를 무력화시킵니다. 복지부는 약가유연계약제 확대가 추가적인 행정비용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로 보험자와 요양기관의 행정적 부담 등 약가 이중관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습니다.
넷째, 혁신형 제약기업 지원을 위해 건강보험 재정을 사실상 산업육성 재원으로 활용한 점입니다.
보건복지부는 혁신형 제약기업 등에 대해 제네릭 의약품 약가 우대 혜택을 확대하였습니다. 그러나 동일 성분의 제네릭 의약품에 가격 특혜를 부여하는 방식은 건강보험 재정을 민간 제약기업의 연구개발 지원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정부는 제네릭 약가산정률 조정과 계단식 인하 기준 변경에 대한 구체적 검토자료와 재정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으며,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약가 가산으로 인해 추가 소요될 건강보험 재정 규모 또한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요약]
보건복지부는 중증·희귀질환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제네릭 약제비 부담을 경감하며,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할 책무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약가제도 개편방안은 이러한 공적 목표보다 ‘제약산업 생태계 조성’이라는 산업정책적 목적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으며, 국민 부담 완화와 환자 중심의 보장성 강화라는 본연의 역할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개편안은 저렴한 제네릭 의약품의 사용을 확대하기보다 특정 기업에 대한 약가 우대와 각종 특혜를 통해 사실상 연구개발 재원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또한 신약에 대해서는 임상적 유용성과 경제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 절차를 완화하면서도, 그에 따른 재정 부담과 위험은 건강보험 재정과 국민에게 전가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비밀약가제 확대를 통해 약가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약화시키고, 국민이 건강보험재정 운용을 감시하고 검증할 수 있는 기반마저 훼손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 재정은 국민이 질병과 의료비 부담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조성한 공적 자산입니다. 따라서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이를 투명하고 책임있게 관리해야 하며, 모든 약가 정책은 산업적 이해관계보다 국민 건강권과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이에 본 개편방안의 정책적 타당성, 재정적 영향, 법령 및 요양급여 원칙과의 정합성, 그리고 건강보험 재정 운용의 적절성에 대한 면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특히 국민의 보험료로 조성된 국민건강보험이 본래 목적에 부합되게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감사와 평가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2026년 6월 17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붙임 1] 취지발언문_이동근부대표
[붙임 2] 사진
[붙임 3] 감사청구 이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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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17 건약, 감사청구서 제출에 부쳐 : 취지발언문_이동근부대표
안녕하세요.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이동근 활동가입니다.
지난 11월 보건복지부는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되는 핵심 제도인 ‘약가제도 개편안’을 발표하였습니다. 연간 20조에서 30조원에 달하는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되는 중대한 정책임에도 이번 개편안은 사전 예고나 폭넓은 사회적 합의 없이 지극히 불투명한 방식으로 갑작스럽게 발표되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내용임에도 공식 기자회견도 없었고, 뒤늦게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복지부 장관이나 차관처럼 정치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은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수십조원의 재정과 국민들의 건강권이 걸린 정책이 이렇게 결정된다는 사실에 깊은 우려를 느꼈습니다.
국민들이 자신이 처한 조건에 관계없이 건강권을 누리는 사회를 위해 활동하는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개편안 발표 이후 지난 4개월동안 10여차례 토론회를 쫓아다녔고, 많은 성명서와 의견서를 냈으며, 직접 약가제도 설명회까지 열어 개편안의 위험성을 경고해왔습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이를 단지 제약업계와 소수 환자단체 간의 이해관계 조율 문제로 치부하며 외면했습니다. 이로인해 2006년 이후 비싼 약값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한 선별등재제도와 동일성분 동일약가 원칙은 이제 옛말이 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저희는 오늘, 이 약가제도 개편안 추진이라는 불도저에 흠집이라도 내겠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국민의 충실한 대리인이 되어야 할 보건복지부가 그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내용의 공익감사 청구서를 감사원에 제출하고자 합니다.
감사청구의 이유는 네 가지입니다.
첫째,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는 환자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의약품을 보장해야 할 정부의 의무를 방기한 것입니다. 식약처는 제약기업의 개발을 촉진한다는 명목으로 다수의 희귀약에 대해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를 유예하는 ‘조건부 허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임상적 유용성을 검증함으로써 환자들이 안전하면서도 경제적인 약을 복용할 수 있도록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임상적·경제성 평가를 생략하거나 간소화하는 신속등재가 도입되면, 정부는 재정만 지출할 뿐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책임과 위험을 고스란히 환자 개인에게 전가하게 만듭니다. 이는 국가가 국민을 위해 안전한 의약품 사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헌법적 책임을 저버린 행위입니다.
둘째, 선등재 후평가와 ICER 임계값 상향은 건강보험 재정 관리 책임을 방기한 것입니다.
신약의 비용효과성 평가 기준인 ICER 임계값을 올리고 사후평가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곧 신약 가격 인상, 건강보험 지출 증가로 직결됩니다. 수조 원의 재정이 추가로 투입될 것이 우려되는 상황임에도, 정책 효과나 재정영향 분석 결과는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더욱이 보건복지부는 제도 시행을 먼저 결정하고 난 뒤에야 타당성 연구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가재정법은 300억 원 이상의 사업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개편안은 그 수십 배 규모의 재정이 걸린 사안입니다. 그런데 예비타당성 조사에 준하는 어떤 재정타당성 검증 없이 강행되고 있습니다.
셋째, 약가환급제 확대는 투명성을 훼손하고 특정 산업에 특혜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기존에는 중증질환에 쓰이는, 기존 치료제보다 효과가 입증된 신약에 한해 약가환급제가 적용됐습니다. 이번 개편안은 모든 신약, 바이오시밀러, 복합제까지 확대합니다. 이는 환자의 신약 접근성 개선과는 무관하며, 국내 제약기업의 수출을 지원하기 위한 특혜 조치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전세계는 지금 약제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약가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번 개편안은 그 흐름과 정반대입니다. 약가협상의 실제 내용을 숨기면, 시민사회와 환자들은 건강보험공단이 정말 국민 편에서 협상하고 있는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언제든 부패할 수 있습니다. 투명성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입니다.
넷째, 혁신형 제약기업 약가 우대는 건강보험 재정을 산업정책 재원으로 전용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의 제네릭의약품 약가를 높게 인정하고, 사용량-약가 연동제에서도 이들의 약가 인하 부담을 완화해주겠다고 했습니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는 2012년 도입 이후 매년 막대한 지원이 이뤄졌지만, 그 정책 효과는 미미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더 폭넓고 강력한 우대를 약속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은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적 재원입니다. 특정 산업을 육성하거나 민간기업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산업정책 재원이 아닙니다. 우대 조치가 확대될수록 환자의 본인부담금도 오릅니다. 효과도 불분명한 제도에 환자와 국민의 돈을 쓰는 것, 이것이 건강보험료 관리 책임의 방기가 아니면 무엇입니까.
이번 복지부 개편안의 보도자료 곳곳에는 "국내 제약산업의 신약개발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목표가 노골적으로 드러납니다. 국민건강보험의 목표가 언제부터 제약산업 육성이 되었습니까. 환자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 접근을 위해 쌓아온 국민의 보험료가, 언제부터 제약산업 육성을 위한 쌈짓돈이 된 것입니까. 더 큰 문제는 이 잘못된 개편을 견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입니다. 법이 아닌 하위 시행령 개정 사항이라 국회는 제 역할을 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건약이 오늘 감사원에 공익감사청구를 제출합니다.
국민의 보험료로 운영되는 건강보험 재정이 본래의 목적에 맞게 쓰이고 있는지, 감사원이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감사를 통해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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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사 청 구 이 유
1. 감사청구의 배경
의약품은 크게 신약과 제네릭의약품(복제약)이라는 두 가지 영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신약은 제약기업이 새로운 약을 개발한 후 지적재산권을 통해 얻는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규제기관의 허가를 받아 시장에 출시됩니다. 제약기업은 이 독점권을 활용해 약값을 높게 책정하여 이윤을 극대화하려고 합니다. 반면, 정부나 건강보험 등 공공 기관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환자들에게 질 좋은 신약을 적정한 가격에 공급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따라서 신약의 최종 가격은 이윤을 추구하는 제약기업과 적정 가격을 요구하는 공공 기관 사이의 협상을 통해 결정됩니다. 이 과정에서 제약기업은 자신들의 독점적 지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원하는 수준의 비싼 약값을 받지 못할 경우 특정 국가에 신약 공급을 아예 거부하거나, 자신들의 요구 조건에 부합하는 환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약을 무상 공급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그 예입니다.
제네릭의약품은 앞서 말씀드린 신약의 특허(독점권) 기간이 만료된 이후에 등장합니다. 약을 만들 수 있는 생산 시설과 기술을 보유한 다른 제약기업들이 원래의 신약과 성분 및 효능이 동일하게 만든 약을 뜻합니다. 제네릭의약품이 시장에 공급되면 기존 신약의 비싼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실제로 많은 국가에서는 제네릭 의약품의 가격을 원래 신약 가격의 10분의 1, 또는 그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책정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환자들은 기존과 동일한 효능의 질 좋은 약을 훨씬 저렴한 가격에 복용할 수 있게 됩니다. 동시에 공공기관 역시 국가가 지원해야 할 전체적인 약제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장기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2026년 3월 26일, 보건복지부는 약가제도 개선방안 추진 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증거자료1]. 이번 발표 내용은 신약과 제네릭의약품 약가제도를 전반적으로 개정하는 개선방안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개선방안이 환자의 실질적인 의약품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방향이 아니라, 국내 제약산업 생태계를 신약 개발로 전환하기 위한 산업적 목적의 개선방안입니다. 이는 국민건강보험법상 목적(국민보건 향상 및 사회보장 증진)과 무관하며, 국민건강보험을 민간 제약산업 육성을 위해 운영하려 하는 것이므로 감사를 청구합니다.
⑴ 신약 약가제도
신약이 환자에게 사용되기 위해서는 크게 두 단계의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첫 번째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신약 허가' 단계이며, 두 번째는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급여 등재' 단계입니다. 식약처 허가 과정은 주로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심사하지만, 제약회사가 제출한 자료 범위에서 진행되므로 실질적인 치료 이익을 담보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최근 항암제나 희귀질환 치료제에 많이 적용되는 '조건부 허가' 제도는 대규모 임상 3상 시험 결과가 확보되기 이전에도 일정한 조건 아래 허가를 부여함으로써 환자의 치료기회를 앞당기는 장점이 있으나, 후속 연구에서 기대했던 치료 효과가 입증되지 않거나 허가가 취소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으며, 환자는 검증되지 않은 약을 사용함으로써 건강상·경제적 피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허가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고 의약품 가격을 통제하기 위해 운영되는 것이 신약 급여 등재 제도입니다. 이 단계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기존 약 대비 치료 효과가 얼마나 개선되었는지를 평가하는 '임상적 유용성'과, 효과 대비 가격이 적절한지를 따지는 '경제성 평가'를 거치게 됩니다. 일부에서는 신약 급여 등재가 지연되어 이른바 '코리아 패싱'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신약의 국내 도입 시기는 제도적 요인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개발된 약의 치료 효과가 모호하거나 국내 시장 규모가 작은 경우, 제약회사가 가격 협상 전략이나 수익성 등을 고려하여 급여 등재 신청 자체를 늦추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신약의 접근성 지연은 단순히 급여 평가 절차의 문제로만 해석하는 것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합니다.
한편 건강보험 재정에서 약품비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고가 신약의 약제비 상승 속도는 매우 빠른 수준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UN) 등 국제기구 역시 고가 신약으로 인한 접근성 문제와 재정 부담 문제를 주요 정책 과제로 지적하며, 국제연대와 지적재산권의 유연성 확대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증거자료2, 3].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신약의 접근성을 확대한다는 미명하에 주로 희귀질환 치료제와 혁신 신약의 신속 등재, ICER(점진적 비용-효과비) 임계값 인상, 그리고 약가환급제(비밀가격제) 확대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희귀질환치료제의 신속등재는 기존 임상적유용성 평가를 간소화하고 경제성평가를 생략하는 대신, 주요 선진국 평균 가격의 일정 수준을 참조하여 빠르게 급여를 인정해 주는 방식입니다. 이는 환자의 신약 접근성을 높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효과가 불분명한, 임상적 유용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고가의 신약들이 대거 건강보험 체계에 진입하게 만들어 수조 원의 추가 재정 지출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증거자료4]. 또한, ICER 임계값을 인상하겠다는 것은 신약의 비용효과성을 평가하는 기준을 완화하여 향후 들어올 신약의 가격 상한선을 전반적으로 높여주는 결과를 낳습니다. 더불어 대외적인 표시 가격과 요양기관의 실제 구매 가격을 다르게 설정하는 '비밀가격제‘를 기존 혁신적인 치료제 이외에 특허만료 약 및 바이오시밀러, 개량신약(가령, 복합제)까지 확대하는 것은 약가의 불투명성을 심화시키고 오직 제약회사의 이윤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것입니다. 특히 여러 질환에 적용되는 약의 경우 질환별로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적응증별 약가 제도 역시 급여 범위가 넓어져도 약값이 떨어지지 않게 만들어 재정 부담을 가중시킵니다.
⑵ 제네릭 의약품 약가제도
제네릭 의약품은 오리지널 신약과 유효 성분 및 효능이 생물학적으로 완전히 동등하게 만들어진 약을 의미합니다. 약의 치료 효과가 동일하기 때문에 제네릭 의약품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가치는 바로 '저렴한 가격'입니다. 즉, 동등한 품질의 약을 시장에 저렴하게 공급하여 환자와 국가의 전체적인 약제비 부담을 크게 줄이는 것이 제네릭 제도의 근본적인 목적입니다.
이러한 제네릭 제도가 본격적으로 형태를 갖추고 시작된 배경에는 1984년 미국의 '해치-왁스만법(Hatch-Waxman Act)'이 있습니다. 당시 오리지널 신약의 특허 독점 권리가 강화되면서 사회 전체의 약값 부담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습니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제네릭 의약품에 대해서는 기존의 복잡한 안전성 및 유효성 임상 심사를 면제해주고, 몸속에서 똑같이 작용한다는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만 입증하면 쉽게 허가를 내주도록 제도를 완화했습니다. 제네릭의 진입 장벽을 낮춰 시장에 저렴한 대체 약을 빠르게 공급함으로써 약품비 증가를 억제하려 했던 것입니다.
이후 세계 각국은 제네릭의 가격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약효군별로 기준을 묶어 최저가를 유도하거나 입찰, 처방 할당 등을 통해 시장 내에서 스스로 가격 인하 경쟁을 하도록 유도하는 '경쟁형 약가제도'가 있는 반면, 정부가 일정한 약가 산정률을 정해두고 직권으로 가격을 깎아 즉각적인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를 노리는 '고정적 약가제도'도 존재합니다. 우리나라는 대체로 정부가 비율을 지정하는 고정적 약가제도를 채택하여 운영 중입니다.
현재 한국의 제약기업들은 건강보험을 통해 제네릭 의약품을 판매하여 얻는 수익이 전체 매출의 80%가 넘을 정도로 매우 의존적이며, 수많은 중소 및 대형 제약회사가 동일한 성분의 제네릭을 다수 중복 생산하는 다품종 생산 구조를 띠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 비슷한 품목이 많아진다고 해서 가격 인하 경쟁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마케팅이나 영업력 등 비가격적인 요소로 경쟁하는 경향이 짙어, 미국이나 유럽 등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제네릭의 절대적인 가격 수준이 높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제네릭이 본래 시장에서 수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인 '효과적인 약제비 절감'이 한국 시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현재 제네릭 약가제도가 마주한 주요한 한계이자 개선 과제로 꼽힙니다.

* 미국 RAND 연구서가 발표한 미국 가격을 기준, 국제 처방약 가격 비교표를 한국 가격 기준으로 변환하여 재가공
** 출처: RAND Corporation, International Prescription Drug Price Comparisons: Estimates Using 2022 Data, 2024.
이번 제네릭 약가제도 개선방안은 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 약가의 현행 약가산정률 53.55%를 45%로 낮추되,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적용되며,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에는 각각 49%, 47%의 특혜 약가를 일정 기간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신규 제네릭에 대해 혁신형 제약기업은 최대 4년간 60% 약가 우대, 준혁신형제약기업은 최대 4년간 50% 약가우대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제네릭 약가 정책은 약품비 절감이라는 제네릭 제도의 본래 목적은 달성되지 못한 채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번 개정안으로 기업 유형에 따른 약가라는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과는 무관한 형태의 가격정책이 시행된다면 기존 비가격적 요소에 의한 경쟁이라는 폐단은 더욱 심해질 것이며, 건강보험공단은 매년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의 제네릭의약품 약가를 우대하기 위해 매년 수천억원의 추가 재정을 소요해야 할 것입니다.
2. 감사청구의 목적
본 감사청구는 보건복지부가 2026년 3월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상정하고 보도자료로 발표한 약가제도 개선방안의 내용적 부당성을 엄중히 규명하고, 훼손된 국민의 건강권과 건강보험의 공공성을 복원하기 위해 제기합니다.
3. 감사청구이유
이번 개선방안은 2006년 ’약제비 적정화 방안‘ 도입 이후 약 20년 만에 시행되는 가장 광범위한 제도 개편입니다. 그럼에도 보건복지부는 국민의 건강과 경제적 부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민주적 절차 마련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치료 접근성 향상’이라는 명분을 표방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제약산업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특정 기업의 특혜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국민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운영되어야 할 국민건강보험의 수탁자로서 본분을 저버리고 직무를 유기하는 것입니다.
⑴ 환자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의약품 사용을 보장해야 할 책임을 방기한 직무 유기
①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사전 검증체계 무력화
의약품은 급여등재 과정에서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제1조의2 등에 따라 임상적 유용성과 경제성에 대한 엄격한 사전 평가를 거쳐야 합니다. 다만 생명이 위급한 환자의 신약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경제성에 대한 사전 평가를 생략하는 ’경제성평가 생략제도(경평 생략제도)‘를 2016년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개선방안에서 제시된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는 경제성평가 생략제도의 적용 대상을 기존의 ‘생명위급 환자 대상 항암제·희귀질환 치료제’에서 ‘전체 희귀질환 치료제’로 크게 확대하였습니다. 나아가 경제성 평가만을 제한적으로 생략하던 기존 방식에서 임상적 유용성 평가마저 축소하는 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사전 검증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임상적 근거가 불충분한 다수의 치료제가 충분한 검토 없이 급여 등재될 우려가 있습니다. 이는 환자가 보다 효과적인 약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는 국가적 책임을 방기하고 그 위험 부담을 고스란히 개인에게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의 안전권보다 제약사의 개발 촉진을 우선시하는 행정적 판단을 내렸으며, 이는 헌법 제34조 제6항에 명시된 국가의 국민 안전 보호 의무를 저버린 행위에 해당합니다.
⑵ 약가유연계약제(비밀약가제) 대상 확대를 통한 약가 투명성 훼손 및 특정 산업 특혜 부여
① ‘약가 뻥튀기’ 특혜 및 약제비 폭등을 부추기는 등 국제사회 투명화 합의에 역행
국제적으로 약가 불투명성은 신약에 대한 제약기업의 독점권을 강화시키고 약의 가격을 상승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국내 등재되는 신약의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으며, 관련 약품비가 연간 평균 15%가량 증가하고 있습니다. 약가 불투명성으로 인한 신약 가격 상승은 ‘지구 온난화’처럼 세계적 문제로 지목되고 있으며,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의약품과 백신의 가격 투명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하였습니다. 그 후 프랑스·이탈리아 등 여러 국가들은 제약회사에 신약의 원가 및 공적 지원 규모를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주변국들과 실제 거래가(Net price)를 공유하며 제약사의 가격 횡포를 견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는 초국적 제약사의 비밀 약가 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 연대의 흐름입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국제적인 약가 투명화 추세에 역행하여 ‘비밀약가제’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2014년부터 항암제 및 희귀질환 치료제 중 기존 치료제보다 효과가 좋은 혁신 신약에 대해 이중약가를 약가협상 수단으로 활용해 왔습니다. 이후 적용 대상이 점차 확대되면서 2020년 이후 상당수의 협상 신약이 약가환급제 계약(비밀약가 계약)으로 건강보험에 등재되었습니다. 이번 개선방안에서 새롭게 확대되는 대상 의약품은 기존 약과 대체 가능한 동등한 신약, 개량신약(복합제 등), 특허 만료 오리지널 의약품, 바이오시밀러입니다. 이는 환자 접근성 확대를 위한 조치가 아니라, 국내 제약기업의 주력 품목을 비밀약가제 적용 대상으로 편입한 것입니다. 결국 국내 제약사들이 해외 수출 시 높은 약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가격표 부풀리기(약가 뻥튀기)’를 공식적으로 용인하고 특혜를 부여하는 산업 육성 정책에 다름 아닙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국제적 약가 불투명성을 심화시키고 해외 신약의 국내 가격 상승을 초래하는 잠재적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② 불필요한 행정비용 발생과 민주적 운영 기본원칙인 투명성 파괴
정부는 지금까지 고가 신약에 대해 제약기업과 환급계약(비밀약가제)을 맺으며 환자의 신약 접근권을 보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장기적으로 제약기업의 신약 독점력을 강화시키고, 국제적인 신약 가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또한 공시가격과 실제 거래가격을 분리하여 운영함으로써 별도의 계약 체결과 관리체계를 필요로 하게 되어 불필요한 행정비용을 발생시킵니다.
이번 개정으로 비밀약가제 적용 대상이 다수의 복합제와 바이오시밀러까지 확대되면서 이를 관리해야 하는 보험자(국민건강보험공단)와 요양기관의 행정적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험자는 별도 계약을 체결·관리하기 위해 추가적인 행정력을 투입해야 하며, 요양기관은 의약품 구매가격과 환자에게 적용되는 가격이 서로 달라짐에 따라 현장에서 혼동을 겪을 수 있습니다. 나아가 약제비 본인부담금의 일부를 부담하는 민간보험사 역시 이중 가격체계를 관리하기 위한 행정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결국 이러한 비용은 환자의 접근성 향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제약기업의 이윤을 유지하기 위해 사회 전체가 부담하는 비용으로 귀결됩니다.
건강보험재정은 국민이 아플 때 돈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조성된 공적자산입니다. 따라서 이 재원을 관리하는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은 의약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고 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해야 하는 공적 책임을 지니며, 이를 투명하고 성실하게 수행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표시가격과 실제 거래가격을 분리하여 운영하는 비밀약가제는 실제 가격 정보를 철저히 비공개로 만드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건강보험공단과 제약기업 간 협상이 적정한 조건에서 이루어졌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국민 역시 자신이 납부한 건강보험료가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검증하거나 감시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비밀약가제의 확대는 건강보험 재정 운영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사회적 감시를 약화시키고, 공공재정 운영의 핵심 원칙인 투명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⑶ 건강보험 재정을 관리해야할 책임을 방기한 직무 유기
① 약제비 급증을 초래하는 ICER 임계값 상향
신약의 급여 등재 여부 및 적정 약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활용되는 비용효과성 평가 지표인 ICER(점증적 비용-효과비)의 임계값을 상향한다는 것은, 동일한 건강개선 효과를 제공하는 의약품에 대해서 기업이 기존보다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해도 정부가 그 가격을 인정해주겠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건강보험이 부담해야 할 약제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최근 영국은 국민보건서비스(NHS)가 감당해야 할 신약 평가 기준의 ICER 임계값을 25% 인상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 개선을 위한 조치라기보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과정에서 미국 제약기업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이와 같은 외부적 요인이나 상응하는 정책적 이익 없는 상황에서도 신약 급여 기준을 완화하여 다국적 제약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하려 하고 있습니다.
특히 ICER 임계값을 20% 이상 상향할 경우 건강보험 재정에서 추가적으로 1조 원 이상의 지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이는 한정된 건강보험 재원을 고가 의약품에 집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여 다른 필수 의료서비스의 보장성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국민의 건강보험료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 재정은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사용되어야 할 공적자산입니다. 그럼에도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재정 영향에 대한 검토 없이 ICER 임계값을 상향하는 것은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훼손하고, 재정 관리 책임을 소홀히 하는 정책 결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② 실효성 없는 사후평가를 명분으로 한 사전 약가통제 무력화 및 자유가격제 방조
정부는 임상적유용성 및 경제성 평가의 문턱을 낮추는 ‘신속등재’를 도입하면서 신약의 가격을 선진국(A8) 평균 가격의 일정 수준으로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이 실제로 합리적인 약가를 보장하는지는 의문입니다. 참조국가에 포함된 미국은 제약사가 제시한 가격을 시장에서 사실상 그대로 수용하는 ‘자유가격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유럽의 다수 국가는 높은 표시가격을 유지한 뒤 비공개 환급계약을 통해 실거래가격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A8 평균가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결과적으로 제약회사가 요구하는 높은 가격을 상당 부분 수용하는 효과를 낳을 것 입니다.
의약품 시장은 일반적인 시장과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의약품은 특허와 지적재산권에 기반한 독점적 공급 구조를 가지며, 환자는 생명과 건강을 위해 해당 의약품을 필요로 하는 절대적 수요자입니다. 따라서 의약품 가격은 통상적인 시장경쟁에 맡길 수 없으며, 정부는 국민을 대신하여 제약회사와 협상하고 적정한 가격을 확보해야 할 책임을 지닙니다. 그럼에도 충분한 가격 검증 없이 제약회사가 요구하는 수준의 약가를 인정한다면, 환자의 본인부담이 건강보험으로 완화되더라도 그 비용은 결국 국민이 납부한 보험료로 충당됩니다. 이는 제약회사의 독점적 이윤을 사회 전체가 부담하는 구조를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더욱이 국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공단과 복지부가 산업 육성 등의 이유로 제약회사의 수익성을 우선시한다면, 이는 건강보험 재정 관리의 공적 책임을 소홀히 하는 행위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신속등재로 인해 사전 검증 절차가 축소되는 대신, 의료기관 전자의무기록(EMR)과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치료성과 중심의 사후평가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사후평가 체계는 실제 운영이 가능한 수준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관련 정책연구를 2026년에 추진하고, 이를 토대로 2027년 이후 제도화를 검토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즉, 사후평가체계는 아직 구체적인 방법론과 운영 기반조차 확립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반면 신속등재 제도는 그 이전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검증되지 않은 사후관리 체계를 근거로 기존의 사전평가 기능만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습니다.
더욱이 전 세계적으로 의료기관의 EMR 자료와 AI분석을 활용해 신약의 적정가격을 산정하거나 재평가하는 체계를 운영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미 운영 중인 경제성 평가 제도를 개선하고 고도화하는 대신, 검증되지 않은 미래의 사후평가 체계를 명분으로 사전 약가 통제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은 정책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신속등재 제도는 건강보험 재정에 상당한 추가 부담을 초래할 수 있음에도 이에 대한 재정 검증 절차는 사실상 부재합니다. 예를 들어 기존 제도에서는 급여 등재가 어려운 연간 치료비 2억원 규모의 희귀질환 치료제가 신속등재를 통해 급여화되어 100명의 환자가 3년간 사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추가 재정 소요는 약 600억 원에 달합니다. 만약 정부가 2030년까지 이와 유사한 희귀질환 치료제 10개 품목을 시범사업으로 등재한다면, 단순 계산으로도 약 6천억 원 규모의 추가 지출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면 「국가재정법」 제38조는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 국가 재정지원 규모 300억 원 이상인 신규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건강보험 재정은 약가 정책 변화만으로도 수천억 원 규모의 추가 지출이 발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필요성과 적정성을 사전에 검증하는 제도적 장치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결국 신속등재 제도는 재정 영향에 대한 객관적 검토 없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③ 동일성분 제네릭에 대한 가격 우대는 요양급여 결정 원칙 위반
모든 제네릭 의약품은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통해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한 안전성·유효성을 입증받아 허가됩니다. 즉, 동일 성분의 제네릭은 치료 효과 측면에서 차이가 없는 의약품입니다. 따라서 건강보험이 요양급여 여부와 약가를 결정할 때에는 동일한 치료 효과를 제공하는 의약품에 대해 가장 저렴한 가격을 기준으로 보상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이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의 취지에도 부합합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약가제도 개선방안은 동일한 치료 효과를 가진 제네릭 의약품에 대해서도 ‘혁신형 제약기업’ 이라는 이유만으로 더 높은 약가 산정률을 적용하고, 새롭게 도입되는 ‘준혁신형 제약기업’에도 유사한 수준의 우대 혜택을 부여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는 환자 입장에서 치료 효과의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인증 여부나 정책적 지위를 이유로 더 높은 약가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건강보험 약가제도는 국민의 약제비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필요한 치료를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동일한 효능을 가진 의약품에 대해 기업의 특성에 따라 가격 차이를 인정하는 것은 비용효과성 기반으로 한 요양급여 결정원칙을 훼손하는 조치이며, 결과적으로 건강보험 재정과 환자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④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민간제약사의 ‘R&D 육성펀드’로 부당하게 전용
「국민건강보험법」 제1조는 건강보험의 목적을 국민의 질병·부상에 대한 예방과 치료, 건강 증진 및 사회보장 증진에 두고 있습니다. 건강보험 재정은 국민의 의료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조성된 공적 재원이며, 특정 산업을 육성하거나 민간기업의 연구개발 비용을 지원하기 위한 산업정책 재원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보건복지부의 약가제도 개선방안은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해 제네릭의약품의 약가를 높게 인정하고, 사후 약가 관리 장치인 ‘사용량-약가 연동제’에서도 약가 인하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의 특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실상 건강보험 재정을 통해 제약기업의 수익성을 보전하고 연구개발 재원을 지원하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국내 제약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별도의 산업정책과 재정사업을 통해 추진해야 할 과제입니다. 건강보험 재정은 국민의 질병 치료와 건강 증진을 위해 조성된 공적 자산인 만큼, 산업 육성 정책의 재원으로 활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럼에도 건강보험 약가제도를 통해 제약기업에 우회적인 재정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건강보험의 본래 목적을 벗어난 재원 운용이며, 국민이 납부한 보험료와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산업정책의 수단으로 전용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⑤ 실효성 없는 인증제도와 비윤리적 기업에 대한 퍼주기식 특혜 방관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도는 국내 제약산업의 연구개발 역량 강화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2012년 도입되었습니다. 그러나 제도 시행 이후 13년이 경과했음에도 연구개발 성과, 신약 개발, 수출 확대 등 핵심 정책목표 달성 여부에 대한 실증적 검증은 충분하지 않으며,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증거자료 5].
더욱이 일부 인증 기업들은 불법 리베이트 제공, 의약품 품질 관련 문제, 계열사 부당지원 등 사회적 비판을 받은 사건이 있음에도 혁신형 제약기업 지위를 유지하며 각종 정책적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는 공공적 책임과 윤리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인증제도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보건복지부는 기존 제도의 성과와 문제점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기보다, 오히려 ‘준혁신형 제약기업’이라는 새로운 범주를 도입하여 지원 대상을 확대하려 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상당수 중대형 제약기업이 약가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며, 제네릭 의약품의 가격 경쟁을 촉진해야 할 정책 목표는 후순위로 밀려났습니다.
건강보험 약가정책의 핵심 목표는 동일한 치료 효과를 보다 낮은 비용으로 제공하여 국민 부담을 줄이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데 있습니다. 그럼에도 실효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인증제도를 근거로 광범위한 약가 우대 정책을 확대하는 것은 값비싼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가격 통제 기능을 약화시키고, 보건당국이 수행해야 할 건강보험 재정 관리 책임을 소홀히 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4. 결론
보건복지부는 중증·희귀질환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제네릭 약제비 부담을 경감하며,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할 책무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약가제도 개선방안은 이러한 공적 목표보다 ‘제약산업 생태계 조성’이라는 산업정책적 목적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으며, 국민 부담 완화와 환자 중심의 보장성 강화라는 본연의 역할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개선방안은 비용효과적인 제네릭 의약품의 사용을 확대하기보다 특정 기업에 대한 약가 우대와 각종 특례를 통해 사실상 연구개발 재원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또한 신약에 대해서는 임상적 유용성과 경제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 절차를 완화하면서도, 그에 따른 재정 부담과 위험은 건강보험 재정과 국민에게 전가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비밀약가제 확대를 통해 약가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약화시키고, 국민이 건강보험재정 운용을 감시하고 검증할 수 있는 기반마저 훼손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 재정은 국민이 질병과 의료비 부담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조성한 공적 자산입니다. 따라서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이를 투명하고 책임있게 관리해야 하며, 모든 약가 정책은 산업적 이해관계보다 국민 건강권과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이에 본 개선방안의 정책적 타당성, 재정적 영향, 법령 및 요양급여 원칙과의 정합성, 그리고 건강보험 재정 운용의 적절성에 대한 면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특히 국민의 보험료로 조성된 건강보험 재정이 본래 목적에 부합되게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감사와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