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극우 정치인이 만든 줄기세포의 성지, 한국은 이를 반복하려 하나
지난 12월 29일, 보건복지부가 대대적인 첨단재생의료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첨단재생의료 검증을 우회할 수 있는 난치질환의 기준을 대폭 낮추고, 소수 인원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의 경험적 성과만으로도 재생의료를 판매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나아가 규제 환경이 전혀 다른 해외 연구 결과까지 국내 승인 자료로 인정하겠다는 방침은 검증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번 방안은 검증되지 않은 줄기세포 치료의 문턱을 대폭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어, 환자의 안전을 위해 요구되어온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무너뜨리는 전략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 9월 열린 K바이오 토론회에서 제기된 산업계의 여러 요구들을 수용한 결과이다.
산업계는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의 모델을 주장한다. 이는 지난해 7월, 미국 플로리다주가 시행한 줄기세포 관련법 ‘SB 1768’를 말한다. 줄기세포 법안을 주도한 사람은 론 디샌티스 주지사라는 극우적 행보로 악명 높은 인물이다. 그는 노예제를 미화하고 강력한 반이민·반성소수자 정책을 펼치며 인권과 상식을 부정해 왔다. 그런 그가 ‘치료 접근성 확대’라는 미명 하에 정형외과나 통증 클리닉 등에서 FDA 허가 없는 줄기세포 치료를 허용하는 법안 통과를 주도했다. 이 주법은 명백한 연방법 위반이지만, 트럼프 정부의 케네디 보건부 장관 역시 줄기세포 옹호론자인 탓에 FDA가 제동을 걸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플로리다는 이전부터 불법 줄기세포 시술로 몸살을 앓던 곳이다. 최근에 검증되지 않는 줄기세포 치료를 받고 피해를 입은 약 1,000명의 환자들이 집단소송을 통해 900만 달러 이상의 배상금 판결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입증되지 않은 치료법이 합법의 탈을 쓰고 각종 클리닉에서 활개를 칠 토대가 마련되었다. 심지어 국내에서 치료제 개발에 사실상 실패한 기업이 플로리다 진출을 선언했을 정도니, 플로리다는 바야흐로 ‘검증되지 않은 줄기세포의 성지’가 될 판이다.
하지만 이를 결코 부러워할 일이 아니다. ‘치료’라는 이름으로 판매되지만, 실상은 환자들이 비용을 지불하며 임상시험 대상자가 되는 기만적인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혼합진료가 허용되는 구조라, 환자들은 이를 정상적인 표준 진료의 일환으로 오인하기 쉽다. 지난해 골수 줄기세포를 이용한 무릎 골관절염 치료법이 폭발적으로 급성장한 배경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필수 의료와 미검증 치료가 뒤섞인 한국의 의료 환경은 기업들의 위험한 돈벌이에 최적화된 토양이다.
정부는 이번 첨단재생의료 규제 완화 방안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국회 또한 검증되지 않은 줄기세포 치료를 허용하는 독소 조항들을 바로잡기 위해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지금 멈추지 않는다면, 한국은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수익을 챙기는 ‘위험천만한 줄기세포 천국’이라는 오명을 쓰게 될 것이다.
2026년 1월 5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1) 의료사기방지 국가 위원회 아카이브(2024.07.14.) https://quackwatch.org/ncahf/digest24/24-28/
2) 팜이데일리, 네이처셀, 식약처한테 3번 퇴짜 맞은 ‘조인트스템’ 美 진출 가능할까? (2025.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