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약이 알고 싶다_20th] '화제의 약'이라는 치매 치료제, 크게 확산되지 못한 이유

출처: 픽사베이

-치매 환자 100만 명 시대, 의약품 아닌 '함께 살기'에 눈 돌려야

 

작년 12월, 한국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주민등록 인구의 20%를 넘어섰다.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넘은 사회를 초고령사회라고 부르는데, 한국은 2017년 8월 고령사회로 진입한 이후 7년 4개월 만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와 함께 급격히 증가하는 질환이 있다.

바로 치매다. 한국의 치매 환자 증가 속도도 극적이다. 2012년 48만 명에서 올해 97만 명으로 13년 만에 2배 넘게 증가했다. 이에 반해 급속도로 늘어나는 치매 환자들과 함께할 사회적 준비는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말 애타게 기다리는 것이 있다면, 바로 획기적인 치매 치료제일 것이다.

작년 한국에 새로운 치료제가 허가되었다. 화제의 약인 '레카네맙(상품명 레켐비)'이다. 이 약은 2024년 11월부터 한국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점차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97만 명이라는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될 것으로 기대되었던 레카네맙의 활용이 한국에서는 저조한 상황이다. 대한치매학회에 따르면, 도입 후 약 6개월 동안 레카네맙을 사용한 사례는 약 700명에 불과했다. 한국에서 레카네맙 사용이 크게 확산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20년 만의 신약, 넘어야 할 산은 높다

치매는 원인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뉘는데, 대부분 퇴행성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이나 혈관성 치매에 해당한다. 이 두 유형이 전체의 약 90%를 차지하며, 그 외에 루이소체 치매, 전두측두엽 치매, 파킨슨병 치매 등이 있다. 레카네맙은 여러 치매 중에서 알츠하이머병, 특히 초기 알츠하이머(경도인지장애와 경도 알츠하이머병 치매)이면서 뇌 아밀로이드 생체표지자가 양성으로 확인된 환자에만 효과가 입증되었다.

알츠하이머병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여러 가설 중 하나가 뇌 신경세포 외부에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축적되어 뇌세포 손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치매 신약인 레카네맙은 뇌의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감소시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인지 저하 속도를 늦추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레카네맙 사용 전에 반드시 아밀로이드 생체표지자를 확인해야 한다. 고가의 뇌 아밀로이드 양전자 단층촬영(PET) 또는 침습적인 방법인 뇌척수액 검사를 통해서 말이다. 또한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이라는 부작용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자기공명영상촬영기(MRI) 검사도 받아야 한다. 레카네맙을 사용하려면 이처럼 많은 검사와 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에, 치료를 원하는 환자 입장에서는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더 큰 장벽은 치료비용에서 발생한다. 레카네맙은 2주마다 정맥주사로 투여받는 약이다. 그렇기 때문에 2주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50kg 환자를 기준으로 1회 투여할 때마다 약 100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이를 연간 비용으로 환산하면 2600만 원에 달한다. 기존 환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치매약이 연간 100만 원 내외, 본인부담금으로 환산하면 30만 원가량 들기 때문에 치료비용에 수십 배 차이가 난다.

게다가 효과성 검증에 대한 논란도 여전히 남아있다. 기존 치료제가 아니라 위약(가짜약)을 대조군으로 효과성을 검증했다는 점, 임상시험 기간이 18개월에 불과하다는 점, 그나마 검증되었다는 효과마저 증상의 개선이 아니라 질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정도라는 점들이 신약에 대한 기대를 낮추게 하는 요소들이다. 이는 레카네맙이 한국에서 약 20년 만에 허가되어 환자들의 높은 기대를 받았음에도 아직 처방이 적은 이유 중 하나다.

더욱이 2024년 10월 호주 의약품관리국(TGA)이 호주 내 허가를 불허한 데 이어, 지난 6월 18일에 영국 보건임상연구소(NICE)도 아밀로이드 표적 치료법 2가지 신약(도나네맙, 레카네맙)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영국 국영의료시스템(NHS)에서의 사용을 권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영국 NICE는 해당 치료법이 '초기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4~6개월 지연시키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에 비해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비싸다'고 지적했다.

치매 정책, 의약품 구매만이 능사는 아닐 것
 새로운 치매 치료제 '레카네맙(상품명 레켐비)'


새로운 치매 치료제 '레카네맙(상품명 레켐비)' ⓒ 한국에자이

한국도 올해 내에 레카네맙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은 단순히 약의 급여 여부 판단을 넘어 관심 있게 살펴봐야 할 이유가 있다. 의약품의 가치를 치료 효과 이외에 '혁신'이라는 기준으로 평가해 약값을 결정할 것인지 가늠하는 중요한 판단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국가가 치매라는 난치성질환의 해결을 위해 신약의 무조건적 급여보다 다양한 접근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치매를 단지 의료적 방법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은 오랜 기간 치매 정책을 주로 의약품 구매지원과 의료적 접근에 치중해 온 측면이 있다. 치매국가책임제의 핵심이었던 치매안심센터 설치와 조기 진단검사 지원 등도 의료 중심 접근에 머물렀다. 효과도 불분명한 뇌영양제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급여를 유지한 것도 의료적 접근의 일환일 것이다. 하지만 연간 수천억 원이 투자되는 의료적 접근법을 만약 다른 방식으로 전환한다면, 치매 환자들의 일상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질병 관리에 하나의 정답이 있을 수는 없다. 치매 환자를 위한 접근에서 그동안 더 많은 의료 상품의 선택항을 늘리고, 더 많은 상품을 제공하는 데 집중해 왔다. 하지만 이는 환자의 건강보다 산업 생태계를 위한 일이었을 것이다. 새로운 진단 도구와 의약품이 끊임없이 등장하지만, 실질적인 필요보다 시장 논리로 수요가 창출되는 장면을 쉽게 목격한다.

인공지능(AI)이 의사보다 뛰어난 의학 지식을 뽐내고 웬만한 암도 치료법이 개발되는 시대이지만, 알츠하이머와 같은 치매의 명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도 미스터리이다. 이런 시대에 완벽한 치매 치료제를 기대하는 것은 근거 없는 욕망일 수도 있다. 지금은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수단에 대해 말할 때가 아니라, 우리가 질병과 어떻게 함께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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