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틸페니데이트 품절사태에서 드러난 불편한 진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약국이나 의료 현장에서 의약품 품절 문제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최근 유독 자주 언급되는 품절 약이 하나 있다. 바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다.
메틸페니데이트의 공급부족은 이제 위기 수준이다. 2024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품귀현상은 2025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한국얀센의 '콘서타OROS서방정(이하 콘서타)'은 2024년 6월부터 공급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사실상 유일한 대체제인 명인제약의 '메디키넷리타드캡슐(이하 메디키넷)'도 연쇄적으로 수급 불안정을 겪고 있다.
지금 문제는 누군가에게는 매우 절박하다. 지난 4월에 ADHD 자녀를 둔 한 학부모가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절박한 호소문을 올렸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유지하고, 또래관계를 맺는데, 일상생활을 안전하게 영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약입니다"라며 "우리 아이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의 학습권까지 침해할 수 있습니다"라고 하소연했다.
글로벌 공급망의 한계, 폭증하는 수요
1년 가까이 이어지는 메틸페니데이트 품절 사태는 왜 해결되지 않는 걸까?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공급량을 늘리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있다. 한국은 메틸페니데이트 공급을 대부분 외국에 의존한다. 콘서타는 주로 미국에서 원료를 생산하고, 미국과 푸에르토리코에서 완제품 형태로 한국에 수입되고 있다. 메디키넷은 영국, 인도에서 원료를 생산하고, 독일에서 완제품 형태로 수입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 생산국 역시 메틸페니데이트 품절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은 마약류로 분류되는 메틸페니데이트의 생산을 마약단속국(DEA)이 엄격히 통제한다. 최근 생산량 한도를 30%까지 늘렸음에도 여전히 공급부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국은 아예 자국산 메틸페니데이트의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까지 발표했다.
생산국들이 자국 공급을 우선시하는 상황에서 수입 의존국인 한국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물론 앞으로 다양하게 공급망을 확대하거나 국내 생산 시설에서 메틸페니데이트 생산이 가능하도록 기업에 생산 독려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단시간에 효과를 얻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공급 문제만이 전부는 아니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수요의 폭발적 증가에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가 충격적이다. 국내 ADHD 진료 환자는 2019년 7만 8천 명에서 2023년 22만 6천 명으로 4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30대 환자는 2020년 6천 명에서 2023년 3만 명으로 3년 만에 5배가 급증했다.
ADHD는 감염병이 아니다. 주로 유전적 요인이 작용하는 질환이 이렇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을까? 답은 2022년 개정된 진단 기준(DSM-5 TR)에 있다. 특히 성인 ADHD 진단 기준이 대폭 완화되면서 환자 수가 폭증한 것이다. 이에 따라 메틸페니데이트 처방량도 2018년 1725만 개에서 2023년 7312만 개로 5년 만에 4배 넘게 증가했다. 아무리 공급을 늘려도 이런 속도로 늘어나는 수요를 따라잡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진짜 피해자는 누구인가
▲약. 자료사진.연합=OGQ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약물 오남용 모니터링 강화를 해결책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이는 큰 효과를 얻기 어렵다. 진단 기준 완화로 환자가 늘어난 상황에서 오남용 단속이 수요를 줄이는 데 별다른 의미는 없기 때문이다.
ADHD의 진단 기준 완화라는 나비의 날갯짓이 의약품 품절이라는 태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이 태풍의 최대 피해자는 치료가 절실한 소아 환자들이다. 성장기 아이들의 ADHD를 제때 치료하지 못하면 성인이 되어서도 학습장애, 공격적 행동 등의 후유증이 남는다. 약물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중증 환자에게는 적절한 약물치료가 중요하다.
이러한 문제를 일으킨 원흉으로 많은 이들이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대상이 있다. 바로 거대 제약회사들이다. 의학회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는 제약기업들이 연구와 교육을 후원하며 은밀히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의혹은 끊이지 않는다. ADHD 진단 기준 완화 과정에서도 이들의 역할이 전혀 없었다고 믿기는 어렵다. 환자가 늘어나면 매출이 늘어나는 단순한 공식을 모두가 알기 때문에 지금의 품절 사태를 보면 오히려 제약기업들에 생산을 독려해야 하는 우리들의 신세가 너무 서글프다.
끝으로 ADHD 약의 품절 문제를 다루는 언론의 보도 행태도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많은 기사가 메틸페니데이트를 '공부 잘하는 약'으로 묘사한다. 마치 많은 사람들이 성적을 올리기 위해 이 약을 먹는 것처럼, 그리고 이런 것이 유행처럼 번지는 것처럼 다룬다. 반면에 부작용에 관한 내용은 놓치는 경우가 많다.
기사에서 메틸페니데이트를 다룰 때 심박수와 혈압을 높여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며, 식욕부진과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 부작용도 있고, 무엇보다 약물 중독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언급을 반드시 해야 한다. 물론 아이들에게 메틸페니데이트를 먹게 하는 과도한 입시 경쟁과 학벌주의에 찌들어 있는 이 사회의 병폐도 뿌리 뽑아야 한다.
ADHD 치료제, 메틸페니데이트 품절 사태는 단순한 수급 불균형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정말 이렇게 많은 ADHD 환자와 약이 필요한 사회여야 하는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 한, 메틸페니데이트 품절 사태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