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정세분석(연합)

2004년 정세분석

2003년은 대통령선거를 둘러싼 민간보험 도입/의료보장축소를 주장하는 세력과 민간의보반대, 의료보장확대를 주장하는 세력간의 대립이 후자의 승리로 마무리되면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스스로의 공약과 달리 실질적인 의료의 시장화-신자유주의화를 기조로 의료정책을 운용하였다. 의료시장개방의 전 단계로 추진되고 있는 경제자유지역에서의 정책들이 그것이고 의료보장과 공공의료강화에 대한 철저한 무시가 그것이다. 노무현 정부를 '개량 없는 개량주의' 정부라고 부를 수 있다면 이것의 보건의료부문에 대한 적용은 의료개혁공약은 있되 실체는 없고 사실상 역행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허브(hub)라는 이름으로 다국적 기업의 동북아침투의 중개상역할을 자임하였고 2003년은 거대 다국적기업들의 한국으로의 직접침투가 더욱 거세어진 한해였다. 다국적 금융자본의 보험시장 진출은 물론 경제자유구역을 매개로 미국과 일본의 병원자본이 직접 진출을 시도하기 시작하였고 이에 따라 끊임없이 민간의보 도입이 거론되고 추진되었다. '세계화'는 또 다른 건강상의 위기를 불러일으켰는데 물 사유화가 진행되었고 많은 식품문제를 일으켰다. 광우병도 그 중 하나로 작년 말과 올해 식품안전을 위협하기도 하였다. 물론 이 뒤에는 다국적 기업들의 탐욕이 있다.
2003년은 노무현 정부가 자주외교를 외치면서 이라크파병을 결정한 해이기도 했다. 9.11테러이후 거세어진 미국의 일방적 군사주의는 작년에 거대한 반전운동에 직면하였다.

작년은 대통령선거이후 민간의보도입 등의 논의는 사실상 잠복한 해였고 경제자유지역을 둘러싼 공방이 오고갔으나 경제자유지역이 당장 집행일정에 오른 것은 아니어서 이 문제도 논의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2004년 올해에는 총선을 계기로 신자유주의적 보건의료에 대한 적극적인 이데올로기 공세가 시작되고 있고 총선의 결과가 사실상 예상되는 만큼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공세는 이데올로기적인 형태가 아니라 구체적 정책으로 실현되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자본의 진출의 정지작업이 보다 노골화하면서 이에 비례하여 국내의료법-보건의료체계에 대한 직접적 공격으로 드러날 것으로 생각된다. 다국적 기업과 이를 비호하는 미국 및 여타 제국주의세력의 보다 노골화한 공격이 진행될 것이고 따라서 수입소고기문제, 약가결정문제, 식품규제기준 개악 등의 여러 문제가 이슈가 될 것이다.
다른 한편 신자유주의의 동전의 다른 면이라고 할 수 있는 군사주의는 미 대선결과 따라 그 정도는 다르겠지만 군사주의의 공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적으로 전 지구적인 자본의 신자유주의·군사주의적 공세가 더욱 강화되면서 노무현정부의 '개량없는 개량주의 정부'의 모순이 노골화되는 방향으로 상황이 진전할 것이며 경제회복의 계기가 없는 상황에서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민중의 불만과 저항이 증폭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전체 민중운동진영이 그 결의와 투쟁의 방향을 명확히 하지 못한 상황에서 격렬한 대치와 정치적 무능이라는 과거의 패턴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많은 노력이 요구되는 한해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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