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빌베리 급여 삭제, 4년의 법적 공방 끝에 드디어 마침표

- 효과 불분명한 눈영양제의 급여삭제는 당연한 조치

- 제약사의 법적 지연전략으로 국민건강보험 재정만 낭비되어

- 약제급여제도는 제약사의 사익 보호가 아니라 오로지 국민 건강권 관점으로 운영되어야

 

 

길고 지난한 법정 공방 끝에 마침내 결론이 나왔다. 2021년 급여적정성 재평가로 퇴출될 줄 알았던 눈 영양제 빌베리가 4년이 지난 2025년 5월 1일부터 급여 삭제가 최종 이뤄진다고 한다. 이는 국민의 건강권 보호와 건강보험재정을 위한 당연한 결정이지만, 그 과정은 불필요하게 지연되었고 그 대가는 국민 모두가 치렀다.

 

건강보험공단은 2020년 콜린알포세레이트 재평가에 이어 2021년에는 해외에서는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되지만, 한국에서는 보험급여 대상인 의약품들에 대한 재평가를 실시했다. 당시 임상적 유용성이 불분명한 많은 약제가 퇴출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이모튼을 포함한 일부 약제는 제도적 허점을 활용해 살아남았고, 빌베리와 같은 약제는 소송을 통해 퇴출 시기를 지연시켰다.

 

지연전략으로 시작된 빌베리 소송은 1심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재판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빌베리의 임상적 유용성을 불인정하더라도 비용효과성, 사회적 요구도를 추가로 검토하지 않은 절차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효과 없는 약제를 두고 비용효과성, 사회적 요구도는 왜 안 따졌냐는 1심의 억지 판결은 약제급여 적정성 재평가 제도 자체를 퇴보시키는 결과를 낳았고, 제약사들이 소송으로 급여 삭제, 약가인하를 지연시켜 얻은 부당이득을 환수하려는 '환수환급법'을 반대하는 근거로도 악용되었다. 한 재판부의 무모한 판단이 건강보험정책에 얼마나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였다.

 

다행히 2심과 3심에서 제약사의 패소로 최종 결론이 내려졌고, 이제 마침내 빌베리가 급여목록에서 삭제된다. 그러나 이 소송 과정에서 제약사는 4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얻었고, 그 시간 동안 눈영양제 처방시장은 도베실산으로 대체되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23년 도베실산의 원외처방 매출액은 360억원에 달했다. 소송으로 급여퇴출이 지연되는 동안 처방시장이 빌베리에서 도베실산으로 완전히 전환된 것이다.

 

4년간의 지리한 소송을 마쳤지만, 건강보험공단 입장에서는 달라진 것이 없다. 제약회사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은 여전히 임상적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눈 영양제를 보험재정과 본인부담금으로 구매해야 하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반면 이 소송을 대리한 로펌은 막대한 수임료를 챙겼을지 모른다.

 

이번 사건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 두 가지를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첫째, 의약품의 급여등재 여부가 제약사의 사익을 보호하기 위한 소송전으로 전환되는 문제를 막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건강보험공단이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기 보다 소송을 방어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수 밖에 없다. 둘째, 약제 급여 재평가는 개별 약물이 아닌 효능군 중심으로 포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두더지 잡기식으로 하나의 약이 재평가되면, 다른 약이 다시 그 자리를 메우는 악순환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치료 영역별 약제를 전체적으로 재평가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국민의 건강권 보호와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효과가 불분명한 약제에 대한 급여 퇴출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조치를 통해 법적 지연전략으로 무력화되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이 마련된다면, 국민의 건강을 위한 국민건강보험제도로 거듭날 수 있다.

 

 

2025년 4월 23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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