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5일 수요일 오후 7시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윤석열 퇴진! 평등으로 가는 수요일 <내란범들은 가고, 임신중지 권리보장 오라!> 가 열렸습니다. 이날 집회에는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보장을 촉구하는 시민 약 200여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했습니다.
이날 집회는 3.8 여성의 날 이전 열리는 평등으로 가능 수요일 집회에서 인구정책의 도구로 여성을 재생산 도구로 몰아넣는 사회를 비판하고, 2019년 형법상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6년, 임신중지가 비범죄화 된지 4년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방치되고 있는 임신중지 권리를 요구하기 마련한 자리였습니다. 참여자들은 정부가 ‘입법 공백’을 핑계로 재생산권 보장에 관한 책임을 방기하는 것을 비판하며 유산유도제 도입, 임신중지와 관련한 의료행위 건강보험 적용, 권리 보장을 위한 법.제도 구축 등을 외쳤습니다.
수요일 오후 7시에 시작한 본 집회에서는 플랫폼C 민희 활동가의 진행으로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의 나영 활동가, 한국여성의전화 도도 활동가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이어서 싱어송라이터 예람의 공연이 있었고, 시민 자유발언, 인권운동가네트워크 바람 명숙,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이보배 활동가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장애여성공감의 <일곱빛깔무지개>의 공연과 시민 자유발언, 트렌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의 리나 활동가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나영 님은 2012년 낙태죄 합헌결정 이후 임신중지로 사망한 사건을 통해 낙태죄가 여성의 생명과 안전을 어떻게 위협하는지 설명하면서, “2012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현금으로 많은 비용을 요구하는 병원들이 부지기수이고, 임신 초기에 안전하게 임신을 중지할 수 있는 약은 아직도 멀리”있다며, “세상이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들의 죽음을 기억하고 현재의 변화로 계속 이어가는 산 자들의 한걸음 원한다”고 발언하였습니다.
도도 님은 1990년대 대구의 극단적인 출생성비 불균형을 언급하며, “저는 아주 근접한 시기에 대구에서 태어난 삼남매의 막내딸 입니다.”, “어머니는 저를 임신하였을 때, 여성의 성적 재생산권을 사회에 의해 선택적으로 제약받았습니다.” “더는 성과 재생산권리 보장을 가로막는 폭력과 강압, 차별을 두고보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자리에서 함께 모두, 그리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투쟁하고 있는 이들과 멈추지 않고 나아갈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고 발언하였습니다.
시민 자유발언에 나선 의사 최예훈님은 2009년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고발로 임신중지 시술이 어려웠던 기억을 설명하며, “임신중지는 그 자체가 위험하거나 절대 허용해선 안되는 의료행위였던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그치만 필요한 사람들에게 마땅히 제공되어야 할 이 정당한 의료서비스를 국가가 어떤 식으로든 통제하고 금지해 왔습니다.” “취약한 조건에 있는 사람들에게 임신중지는 생명과 직결된느 매우 위험한 상태가 되어버”리며, “임신중지를 단순히 의료서비스 제도의 허용여부가 아니라 재생산 정의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라고 발언하였습니다.
이보배 님은 과거에는 임신중지는 기술이나 방법이 없어 건강을 해치거나 포기했지만, 지금은 안전한 방법이 있음에도 국가와 사회가 그 권리를 빼앗고 있다고 언급하며, “임신중지약 미프진은 개발된지 30년이 넘었고, 세계보건기구는 20년 전부터 필수의약품을 지정할 정도로 아주 오랫동안 검증되고 보편화된 임신중지 약물”이라고 설명하며, “196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 피임약이 자기결정권을 쟁취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듯이, 한국에서 미프진의 도입이 임신중지 권리를 되찾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발언하였습니다.
시민 자유발언에 나선 가희 님은 공장식 축산이 이윤을 위해 생명을 착취하듯이 여성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더 많은 생산을 위한 기계로 착취된다고 언급하며, “여성의 해방이 비인간 동물의 해방없이 완결될 수 없으며, 비인간 동물의 해방 또한 여성 해방없이 불가능하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3.8 세계여성의 날에 참여하고 투쟁”한다고 발언하였습니다.
리나 님은 트렌스젠더는 법적성별 등으로 재생산 관련 의료의 건강보험에서 적용을 거부당하고, 의료기관 도움없이 임신중지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여성을 위한 임신중지 클리닉에 방문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론장에서 트랜스젠더의 존재가 지워지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발언하였습니다.
본집회 이후 이어진 행진은 마로니에 공원을 출발해 종로5가, 종로3가을 지나 탑골공원로 이어졌습니다. 참여자들은 “내란범들 어서 가고 안전하게 임신중지할 권리 보장하라” 안전한 임신중지약 미프진을 승인하라” “장애여성에게도, 청소년에게도, 이주민 난민에게도, 성소수자에게도, 홈리스에게도, 성노동자에게도 안전한 임신중지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발언문 전문과 사진을 보내드리오니 많은 보도 바랍니다.
윤석열 퇴진! 평등으로 가는 수요일
"내란범들은 가고, 임신중지 권리보장 오라!"
□ 일시_ 2025년 3월 5일(수) 오후 7시
□ 장소_ 마로니에 공원
■ 사회 : 민희 (플랫폼C)
■ 진행 순서(안)
□ 7시 본 집회(마로니에 공원)
- 집회 안내 및 취지 소개
- 발언 1. 나영(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 발언 2. 도도(한국여성의전화)
- 공연1. 예람
- 발언 3. 시민발언
- 발언 4. 명숙(인권운동가네트워크 바람)
- 발언 5. 이보배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 공연1. 일곱빛깔무지개 합창단
- 발언 6. 시민발언
- 발언 7. 리나 (트랜스젠더인권단체 조각보)
□ 8시 10분 행진
- 마로니에공원 -종로 5가 - 종로 3가 - 탑골공원
□ 9시 행진 마무리
■ 주최_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
구호
-윤석열은/내란범들 감옥으로, 임신중지는 건강보험으로!
-안전한 임신중지가 우리가 원하는 민주주의!
-안전한 임신중지약 미프진을 승인하라!
-식약처는 빨리빨리 임신중지약 승인해라!
-장애여성에게/청소년에게/이주민난민에게/성소수자에게/홈리스에게/성노동자에게/여성노동자에/비혼 여성에게 안전한 임신중지 보장하라!
-모자보건법 전부 개정하라
-성재생산권리보장 기본법 제정하라
발언1. 나영
안녕하세요. 저는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와 함께하는 단체,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에서 활동하는 나영입니다.
저에게는 활동하면서 계속 마음 한 켠에서 나침반이 되어주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왔던 날에도, 기자회견에서 이 사람을 가장 먼저 언급했었는데요,
그녀는 2012년 8월에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 합헌 결정이 나온지 3개월 후인 그 해 11월에 임신중지 시술을 받던 중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당시에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국가는 공익인 태아의 생명을 지켜야하는반면, 여성의 임신중지 결정은 사익에 해당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실은 어땠을까요. 당시 19세였던 이 여성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본 후에야 임신 사실을 말할 수 있었고, 낙태 병원 단속 강화로 병원을 찾기가 극도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임신 23주차에 한 병원에서 현금 650만원을 내고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수술 도중 자궁천공으로 과다 출혈이 발생했지만 의사는 처벌이 두려워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환자를 방치했습니다.
그 이후 다시 본격적인 ‘낙태죄’ 폐지 운동이 시작된 것이 박근혜 탄핵 시기와 맞물렸던 2016년이었습니다. 그 때 우리는 과장에서 박근혜를 탄핵하고 낙태죄도 폐지하자고 외쳤습니다. 우리가 외쳤던대로, 박근혜도 탄핵되었고 2019년 헌법재판소에서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지만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던 문재인 정부는 오히려 각종 조건을 덧붙여 권리를 더 제약하는 개정안을 내놓았습니다. 그 이후 윤석열 탄핵을 외치고 있는 지금까지 보건복지부와 식약처, 국회는 모두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2012년의 죽음을 생각합니다. 그 죽음은 단지 의사의 실수 때문에 벌어진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낙태죄의 존재가 그 자체로 다른 모든 것의 원인이었지만 단지 법적 처벌의 존재만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혼자서는 안전한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도 없고, 보호자와 함께 가지 않으면 자신의 삶과 건강에 대한 결정을 존중받을 수 없는 현실, 청소년의 임신출산에 대한 낙인과 비난이 모두 그 죽음의 원인으로 존재했습니다. 2012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현금으로 많은 비용을 요구하는 병원들이 부지기수이고, 임신 초기에 안전하게 임신을 중지할 수 있는 약은 아직도 멀리에만 있습니다. 이런 모든 상황들이 여전히 임신중지의 시기를 늦어지게 만듭니다. 가난하고,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사람들, 수많은 청소년, 이주민, 난민, 불안정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안전한 임신중지의 권리도, 임신과 출산, 양육을 보장받을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안전하고 평등하게, 포괄적이고 보편적으로 임신중지 권리를 보장하라는 우리의 요구는 이 모든 상황에 얽혀 있는 불평등과 부정의를 함께 바꾸자는 요구입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조건이 바뀌지 않는 세상은 새로운 사회 구성원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세상입니다.
윤석열 탄핵 이후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그 변화는 우리가 계속해서 요구하고 만들어가야 합니다. 누군가의 삶과 죽음이 배제되고, 우리의 삶이 그저 경제성장의 수단으로 다뤄지는 세상을 이제는 바꾸어야 합니다. 저는 그저 죽은 자가 산 자를 돕는 세상을 원하지 않습니다. 세상이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들의 죽음을 기억하고, 현재의 변화로 계속 이어나가는 산 자들의 한 걸음을 원합니다. 오늘 모인 우리가 그 걸음을 계속 이어가 봅시다. 투쟁!
발언2. 도도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 도도입니다.
혹시 출생성비라는 표현을 아시나요? 출생성비는 여아 100명당 남아의 수를 나타낸 수치로 자연적인 출생성비는 103-107사이라고 추산합니다. 출생성비의 숫자가 높을 수록 남아의 출생률이 높게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1990년의 출생성비는 116.5, 셋째 아이의 출생성비는 189.9입니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셋째 아이의 출생성비는 대구로 394.3라는 높은 수치를 자랑합니다.
뜬금없이 출생성비를 말해서 의아하셨을텐데요, 이 모든 수치가 저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저는 해당 통계와 아주 근접한 시기에 대구에서 태어난 삼남매의 막내딸입니다. ‘남아선호사상’이라는 말로 포장된 극악한 출생성비 속에서 저는 제가 발언하는 이 자리에 없을 수도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저를 임신하셨을 때 이미 아들 딸 한명씩 있는데 막내로 딸을 왜 또 낳냐고, 아들도 아니고 딸은 굳이 또 안 낳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회상을 하곤 합니다. 아이를 낳을 권리, 낳지 않을 권리 모두 여성에게 있지만 여성의 성적 재생산권은 사회에 의해 선택적으로 제약받아왔습니다.
2019년 4월 11일, 낙태죄가 형법상 제정된 지 66년 만에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는 여성의 몸을 도구로 삼는 국가의 폭력에도 굴하지 않고 싸워온 모든 여성, 시민들의 힘으로 만들어 낸 결과입니다. 낙태죄가 위헌판결이 나던 날, 저는 어머니와 저를 떠올렸습니다. 여성의 몸에 대한 선택은 언제나 사회가 원하는 방향대로 강요를 받았습니다. 여성의 몸은 통제나 강요의 대상이 아닌 여성 자신의 것입니다. 이 당연한 말을 언제까지 해야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멈추지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더이상 여성의 판단을 의심하고 훼손하고 판단하는 세상에서 살지 않을 것입니다. 임신중지의 완전한 비범죄화가 이루어지는 사회, 유산유도제 즉각 도입 등 임신 중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의료체계가 보장되는 사회, 다양한 임신과 출산의 경험이 존중될 수 있도록 성평등 교육체계를 갖춘 사회, 성평등추진체계 실현을 통해 여성을 향한 폭력과 차별에 즉각 대응하는 컨트롤 타워가 존재하는 사회. 우리는 그런 사회를 만들 것입니다. 더는 성과 재생산권리 보장을 가로막는 폭력과 강압, 차별을 두고 보지 않을 것 입니다. 우리는 이 자리에 함께하는 모두, 그리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투쟁하고 있는 이들과 멈추지 않고 나아갈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따뜻한 봄이 오고 있습니다. 투쟁하기 좋은 날씨네요. 이 좋은 날씨에 여러분과 뜨거운 연대와 투쟁을 함께 이어가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발언3. 시민발언
오늘 저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 임신중지 권리 보장을 위한 실천에 함께 하는 산부인과 의사로 자리에 나왔습니다.
2009년 1월 소위 프로라이프 의사회라는 임신중지를 반대하는 의사 몇몇이 주축이 되어 동료 의사의 임신중지 의료행위를 고발하는 사태가 있었습니다. 저는 당시 경기도에 있는 한 분만병원에서 임신중지 시술을 제공하는 의사로 근무 중이었는데요. 그 사태 이후 몇달간 임신중지를 제공하는 병원이 크게 줄었고 제가 근무하던 병원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초기 시술 비용이 30만원대에서 두 배로 올랐고 법적혼 관계에서 남편의 동의가 있는 경우처럼 안전한 상황이라고 간주할 만한 사례의 경우에만 시술을 제공하고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전까진 보호자 동의라 해도 법적혼인지 사실혼인지 중요하지 않았고 남자친구로 동행한 사람의 신원도 알 바 없는 상황이었는데 말이죠.
오늘 자리에서 시민 발언을 하려 하니 그때 기억이 새삼 납니다. 임신초기에는 진공흡입술이라는 방법으로 시술을 하는데, 분명 똑같은 의료행위임에도 자연유산이 되면 죄가 되지 않고 자신의 의지로 임신을 중지하면 죄가 되는 상황. 작년에 아이를 출산한 여성이 다음 해에 임신중지를 하기도 하고, 몇년전 임신중지를 했던 여성이 다시 임신을 계획합니다. 하지만 출산으로 이어지는 결정을 하지 않으면 당사자는 물론 의료인의 입장에서도 어떤 심적 부담을 오롯이 떠안게되는 그 아이러니를 해결하기 위해 참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임신중지는 1973년 모자보건법 이래로 지금까지 쭉 합법적인 의료서비스였습니다. 심지어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전에도 말이죠. 다르게 말한다면 임신중지는 그 자체가 위험하거나 절대 허용해선 안되는 의료행위였던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오히려 임신중지 자체는 특히 초기엔 유산유도제와 같은 간단한 약으로도 스스로 해결가능한, 안전한 과정일 뿐이죠. 그치만 필요한 사람들에게 마땅히 제공되어야 할 이 정당한 의료서비스를 국가가 어떤 식으로든 통제하고 금지해 왔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나이가 어리거나 거주 상태가 불안정하거나 파트너와 폭력적 관계에 있거나 등등의 취약한 조건에 있는 사람들에게 임신중지는 생명과 직결되는 매우 위험한 상태가 되어버립니다. 이것이 임신중지를 단순히 의료서비스 제도의 허용 여부가 아니라 재생산정의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발언4. 명숙
안녕하세요.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의 상임활동가 명숙입니다. 저는 1남 3녀의 셋째 딸입니다. 이렇게 사생활인 개인정보를 알리는 것은 임신중지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안 계신 저희 엄마는 제가 태어나기 전에 낙태를 한 번 했다고, 만약 애를 났으면 너는 셋째가 아니라 넷째가 됐을 거라고 여러 번 말씀 하셨습니다. 엄마가 임신 중지를 한 이유는 경제적 이유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정말 기혼여성이든 비혼여성이든 임신중지는 정말 흔한 일이었습니다. 한국 정부의 인구정책이 출생을 줄이는 발향이었기 때문입니다.
<많이 낳아 고생 말고, 적게 낳아 잘 키우자> <딸아들 구뱔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같은 포스터가 전국에 붙여졌습나다. 물론 이러한 정책은 정부가 여성의 권리를 인정해서가 아닙니다. 출산제한, 즉 출생률을 줄이는 게 정부의 방향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떤 포스터에는 19 75년 유엔이 정한 세계여성의 해라는 문구가 들어간 홍보물도 있기는 했지만 출산제한 정책의 일환일 뿐이었습니다. 낙태죄 조항은 여전히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나아졌습니까. 2014년 낙태죄가 없어져 처벌은 안 받지만 임신중지를 권리로서 보장하는 정책은 아직도 없습니다. 오히랴 인구가 줄어드니 여성을 임신출생의 수단으로 만드는 정부정책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임신중지를 권리로 보장한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임신중지 치료를 받고 난 후에는 쉴수 있어야 합니다. 시술이나 약물 구입 등에 건강보험이 적용돼야 적절한 의료비용으로 안전하게 임신중지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출산만큼이나 임신중지도 여성의 몸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휴가를 쓸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바꾸어야 합니다. 제가 아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는 비싼 현금을 주고 임신중지 시술을 받았을 뿐 아니라 휴가처리도 어려워 곤란을 겪었다고 합니다. 이게 임신중지권리가 보장된 것이라고 할수 없지 않습니까. 여기에 가난하거나 미등록 이주여성이라면 얼마나 곤란을 겪겠습니까.
이렇게 여성을 인구정책의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국가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언제든 필요에 따라 애를 낳아라 마라 마음대로 할 것입니다. 국가는 우리의 재생산권리를 보장하십시오, 낳을지 말지는 우리가 결정합니다.
발언5. 이보배
안녕하세요.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이보배 활동가입니다.
여성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임신중지를 시도하였습니다.
다만 과거에는 안전한 임신중지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을 해치면서 임신중지를 선택하거나 임신 중지를 포기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여기서 누구나 안전하게 임신 중지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고 이 자리에 섰나요? 기술이 부족해서인가요?
아닙니다. 우리는 과학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바로 국가와 사회가 우리에게 안전한 임신중지를 할 권리를 뺏어 가서 그런 것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임신중지약 미프진은 개발된지 30년이 넘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20년 전부터 미프진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할 정도로 아주 오랫동안 검증되고 보편화된 임신중지 약물입니다. 현재 전세계 100개 국가에서 이 약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미프진 도입을 막고 있습니다. 왜 막고 있을까요?
안전성 문제가 아닙니다.
식약처는 유산유도제 도입을 하지 않는 이유로 // 입법공백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게 말이 되나요? 식약처는 혹시 모를 미래에 낙태죄가 다시 부활할텐데, 그 낙태죄에서 가능한 임신중지 허용주수가 약이 허가하는 허용주수보다 짧으면 약이 불법이 될까봐 약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말도안되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누가 분노하지 않을까요?
그 뻔뻔한 식약처장은 윤석열 정부하에 지난 3년동안 그렇게 유산유도제 도입을 막아왔습니다.
이제 우리가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1960년대 미국과 유럽에 도입된 피임약은 당시 여성들이 성억압과 임신공포를 벗어나 자기결정권을 쟁취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한국에서 미프진의 도입이 우리 모두가 그토록 원했던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를 되찾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모두가 안전한 임신중지를 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구호를 마치며 마무리 하겠습니다.
마지막 단어만 3번 따라 외쳐주세요.
윤석열은 가고 미프진 어서와라!
내란범들이 빼앗은 임신중지권, 우리가 쟁취하자!!
발언6. 시민발언
안녕하세요. 저는 마포구의 평범한 30대 직장인 여성 가희 입니다.
저는 오늘 여성해방과 동물해방의 교차성을 얘기하고 싶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페미니즘과 동물권-반종차별운동은 모두 차별과 배제, 억압에 저항하는 사회 운동입니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이 받아온 차별과 배제, 억압과 인간중심주의 사회에서 비인간 동물이 받아온 차별과 배제, 억압은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을 가집니다.
공장식 축산 시설에서 태어나 감금 당한 채 태양 한번 보지 못하고 어린 나이에 죽어야 하는 동물들의 이야기는 많이 들어 보셨을 겁니다. 인간을, 아니 이윤을 위해 (인간을 포함한) 생명을 착취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공장식 축산 체제는 모든 감금 동물을 착취하지만, 여성 동물에 대한 착취는 더 잔혹합니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많은 이윤을 만들어내기 위한 자본주의 체제에서 여성 동물은 더 많은 소를, 돼지를, 닭을, 양을, 염소를, 젖을, 알을 만들어내는 기계로 취급되기 때문입니다. 공장식 축산 시설에서 여성 동물은 몸을 움직일 수도 없는 형틀 같은 공간에 감금된 채 젖, 알, 살점 생산을 위해 평생 착취 당하다가 젊은 나이에 ‘고기’로 팔리거나 버려집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인간 여성의 몸도 당사자를 배제한 채 국가경제를 위해 존재하는 ‘출산 기계’처럼 취급됩니다. 이는 공장식 축산 체제에서 여성 동물이 자신의 의사에 반해 ‘새끼 낳는 기계’처럼 취급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는 페미니즘과 반종차별 운동이 교차하는 중요한 지점입니다. 동시에 동물권 운동에 여성의 참여가 더 큰 것이 우연이 아님을 알려줍니다.
교차적 반종차별주의, 교차적 동물권 운동은 가부장제의 성차별주의, 인종주의와 식민주의, 비장애주의, 계급과 고용형태 등에 따른 다양한 차별이 어떻게 종차별-동물 착취와 교차하는지를 고민하는 접근 방식입니다. 교차적 접근은 달라보이는 차별과 착취가 동일한 억압의 구조를 가지는 점에 주목하고, 이 억압 구조를 해체하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 이는 교차적 페미니즘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여성의 해방이 비인간 동물의 해방 없이 완결될 수 없으며, 비인간 동물의 해방 또한 여성 해방 없이 불가능하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3.8 세계 여성의 날에 참여하고 투쟁합니다. 모두의 해방을 위해 투쟁! 감사합니다.
발언6. 리나
안녕하세요.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활동가 리나입니다.
저는 오늘 모두를 위한 안전한 임신중지와 재생산권 의료 접근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여러분, 트랜스젠더와 임신중지의 연관성에 대해 생각해 보셨나요? 어쩌면 트랜스젠더 커뮤니티 내에서도 ‘재생산권’ 그리고 ‘임신중지’는 남의 이야기라고 여겨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법적 성별정정을 하려면 대법원 예규상으로 “비가역적인 생식 능력 제거”가 요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트랜스젠더 당사자들도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의료접근권을 필요로 합니다. 2021년 수원가정법원은 포궁 적출술을 시행하지 않은 트랜스남성의 성별 정정을 허가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삶은 성별정정과 의료적 트랜지션 이전에도 존재하기 때문에 안전한 임신중지는 트랜스젠더의 삶에서도 떼놓을 수 없습니다.
저는 오늘 발언을 준비하며 트랜스젠더와 재생산권, 그리고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통계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나 국내의 연구나 통계는 전무했고, 그나마 해외에서 몇 가지 통계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2015년 미국의 성인 트랜스젠더 27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13%의 응답자가 법적 성별 또는 정체성 때문에 재생산 건강 의료의 보험 적용을 거부당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2021년 미국에서 진행된 조사에서는 210명의 트랜스젠더 당사자가 살면서 1회 이상 임신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그 중 1/5 이상의 응답자가 의료 기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임신중지를 시도하였고, 이는 여성 응답자보다 세 배나 높은 수치라고 합니다.
이러한 경험을 겪어야 했던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의료 현장에서 배제되고, 병원에 방문하기를 꺼려하며, 결국에는 위험한 임신중지로 내몰리게 됩니다. 현 의료 체계가 트랜스젠더와 논바이너리 당사자를 시스템 밖으로 내몰고 있다고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2018년 아일랜드에서 국민투표를 통해 낙태죄가 폐지되고, 안전한 임신중지를 보장하는 새 법안이 제정될 때에도 이러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이 법이 포괄하는 대상을 ‘여성’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임신한 사람’으로 할 것인지를 두고 말입니다. 결국 해당 법안은 ‘여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입법되었지만, 당시 아일랜드의 보건복지부 장관은 “트랜스젠더와 논바이너리 당사자들이 의료접근권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물론 이 또한 충분치는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여성’을 위한 임신중지 클리닉에 방문하지 못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공론장에서 트랜스젠더의 존재가 지워지지 않았다는 것을 저는 강조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시 아일랜드의 트랜스젠더 인권단체인 Transgender Equality Network Ireland의 성명을 인용하며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법제화는 물론 여성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그 안에 트랜스젠더를 포함하는 것이 여성의 권리를 제한하지 않습니다.”
모두를 위한 안전한 임신중지 담론 안에 계속해서 트랜스젠더 당사자 또한 계속해서 함께 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활동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