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급불안정 지정은 복지부, 식약처의 협의가 아니라 사회적 요구로 지정되어야
- 성분명 사용 활성화에서 그치지 말고 시행되어야
- 성분명 처방 이외에 다양한 공적 통제방안을 모색해야
지난 12월 2일 정부 차원에서 수급불안정의약품의 안정적 공급기반을 마련하는 내용의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김윤 의원이 대표발의하여 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되었다. 이번 개정안은 수급불안정의약품을 지정하고 성분명 사용을 촉진함으로써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의약품에 대한 수급불안정 문제는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수요가 적은 일부 의약품에서 발생하는 현상이었지만 이제는 다빈도 의약품에 대해서도 약국에서 약을 원활하게 구매하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상품명으로 처방되어 특정 제품의 공급이 불안정한 문제도 있지만, 시장에 맡겨진 의약품 생산체제에서 필수치료제보다 이윤이 높은 약이 주로 생산되는 문제나 불안정한 국제 정세로 해외 원료의약품 공급망이 불안정한 문제도 있다. 의사들의 의료수가 문제에서도 반복되지만 현 정부의 약가인상 정책은 국민들의 부담만 높일 뿐 현행 의약품 품절문제를 해소하는데 역부족이다.
따라서 이번 개정법률안처럼 성분명 사용을 활성화하여 의약품 수급불안정을 대응하겠다는 전반적인 취지에 동의한다. 하지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이하 건약)는 개정법률안의 내용만으로는 불충분하기에 다음의 추가 의견을 담은 의견서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전달하였다.
첫째, 수급불안정의약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와 보건복지부의 협의가 아니라 사회적 요구에 기반하여 작성되어야 한다.
그동안 보건복지부와 식약처는 수급불안정 대응을 밀실에서 결정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의약품 생산·공급 및 유통에 관한 모니터링 정보는 충분히 공개되지 않고 있으며 대응하는 의약품 목록의 결정 과정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특히 공급자 위주로 운영되는 수급불안정 의약품 대응 민관협의체는 대응이 꼭 필요한 의약품의 선정이 미흡하며, 효과적인 대응방안 마련을 위한 결정도 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그로 인한 피해는 환자와 국민이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단체와 환자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체계 마련을 위해 개정법률안 제2조에 새로 정의되는 수급불안정의약품은 ‘보건복지부장관과 식약처장의 협의하여 지정하는 의약품’이 아니라 ‘사회적 요구로 결정하는 의약품’이 되어야 한다.
둘째, 성분명 사용은 활성화가 아니라 시행이 필요하다.
현행 제도는 성분이 같고,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통해 서로 같다고 평가받은 의약품을 상품명으로 구분하여 처방한다. 상품명 처방은 의약품 품절 상황에서 약국이 문제를 유연하게 대응하는데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동일한 약임에도 환자와 의사에게 대체조제 사실을 고지해야 하고, 그런 절차에서 약사가 약을 구하지 못해서 대체조제 한다며 핀잔을 듣거나 반발을 산다. 결국 약국은 특정 상품명의 약을 구하기 위해 하루종일 의약품 구매사이트를 들어가거나 주변 지인 및 약사들을 통해 약을 구해야 하는 불필요한 행정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이미 국공립 병원 등에서 수년째 성분명 처방을 시행하고 있지만 특별한 문제가 보고된 바 없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해외에서 성분명 사용은 매우 흔한 일이다. 상품명 사용은 사회적 이익이 전혀 없는 반면에 성분명 사용은 사회적 이익이 차고 넘친다. 따라서 개정법률안은 성분명 사용 활성화 및 권고로 사람들을 현혹하지 말고 ‘성분명 사용을 시행해야 한다’로 명시해야 한다.
셋째, 의약품 수급불안정을 해소하는 방안은 성분명 사용 이외에 여러 공적 통제방안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최근 수급불안정 문제를 겪는 코감기약, 기침약, 항생제, 관절염 보조제 등은 특정 성분의 공급이 충분치 않고 있으며, 성분명 사용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특정 성분의 처방이 어려운 경우, 동일한 작용기전이면서 대체할 수 있는 의학적 사실이 규명된 약에 대해 약사가 대체할 수 있도록 대체가능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동등한 효능 등의 규명이 있기 때문에 의사의 동의 없이 환자와 약사의 협의만으로 처방의약품을 대체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으며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항생제 남용 사례와 같이 진료지침과 달리 처방되는 약제는 처방이 제한되는 방안도 강구되어야 하며, 관절염 보조제의 사례와 같이 건강기능식품 수준임에도 처방되고 있는 약제도 공급이 부족한 경우 처방을 제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건약은 국회가 성분명 사용을 넘어 수급불안정의약품의 지정부터 대책까지 포괄할 수 있는 개정안을 논의할 것을 요구한다. 성분명 사용 활성화를 담은 개정안은 심각한 품절 문제를 약사들의 민원 수준으로 보는 것에 불과하다. 지난 3년 동안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현 정부의 정책을 뛰어넘는 대안들을 마련하지 않으면 의약품 품절 문제는 결코 해소될 수 없다. 시장 기능에만 의존한 의약품 공급체제를 넘어 국민들이 안심하고 제때 적절하게 진료받을 수 있도록 의약품이 생산되고 사용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2024년 12월 26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 첨부 :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김윤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제 2206111)’에 대한 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