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약이 알고 싶다_8th]드라마에도 나온 '눈 뜨게 하는 치료제'의 비밀

▲KBS2 주말드라마 <다리미 패밀리>의 주인공 이다림(금새록 분)KBS

- 한 번 치료받는 데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 달하는 유전자 치료제

 

최근 방영을 시작한 KBS 주말드라마 <다리미 패밀리>는 지난주 시청률 16.2%(닐슨코리아 기준)로 주간 시청률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희귀병인 '퇴행성 희귀망막질환'을 진단받은 시각장애인이다. 어렸을 때는 시력이 2.0일 정도로 눈이 아주 잘 보였지만, 성인이 되면서 시야가 점차 좁아져 거의 보이지 않게 된다.

주인공은 어느 날 주치의로부터 부분적으로 망막이 아직 살아 있다며 새로 개발된 신약을 이용하면 치료가 가능하다는 소식을 듣는다. 하지만 비용을 묻는 말에 치료제 가격이 4억 원이고 두 눈을 모두 치료 받으려면 8억 원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작은 동네 세탁소집 딸인 가난한 주인공은 8억 원이라는 치료비용을 듣고 절망한다.

드라마처럼 시각장애인의 눈을 뜨게 할 수 있는 약이 현실에 존재할까? 놀랍게도 그렇다. RPE65라는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눈이 보이지 않는 망막질환 환자를 치료하는 '럭스터나'가 바로 그 약이다.

유전성 망막질환을 가진 환자 중 시각회로에 필수적인 RPE65라는 단백질이 감소해 망막세포가 파괴되면서 시야가 좁아지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환자의 망막 밑에 럭스터나를 투여하면 RPE65 단백질을 코딩한 복사 유전자가 환자의 망막세포에 삽입된다. 새로운 유전자가 삽입된 망막세포는 원하는 단백질을 합성할 수 있고 시력도 회복될 수 있다.

럭스터나처럼 유전성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유전물질을 수정하거나 삽입하는 치료제를 흔히 유전자 치료제라고 부른다. 유전자 치료제는 한번 주입하면 삽입된 유전자가 딸세포에도 전달되어 효과가 평생 유지되기 때문에 완치가 가능한 기적의 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국에서 허가된 유전자 치료제는 킴리아(B세포림프종 치료제), 졸겐스마(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 럭스터나(망막질환 치료제), 카빅티(다발성골수종 치료제), 헴제닉스(B형 혈우병 치료제)로 모두 최근 4년 내에 허가되었다. 최근 5년 동안 20개가 넘는 유전자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을 정도로 각광받는 치료 영역이다.

비싼 가격 매겨진 유전자 치료제
 

2024년 10월 기준 국내 허가된 유전자 치료제 현황(가격 포함)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유전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은 자신들에게 맞는 치료제가 하루빨리 개발되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아들이 있는 연기자 권오중씨도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유전자 치료가 지금 되고 있어요... 한방이면 되는데... 그 유전자 중에 과연 누구 걸 먼저 연구할 것인가. 그게 제1의 기도 제목인 거예요"라며 유전자 치료제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치료제가 개발된다고 다 치료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 주인공처럼 문제는 가격이다. 제약회사는 유전자 치료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돈을 요구한다. 올해 허가된 혈우병 치료제인 헴제닉스는 치료비용이 40억 원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유전자 치료제에는 왜 이처럼 비싼 가격이 매겨졌을까?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누군가는 유전자 치료제를 생산하기 위해 많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유전자 치료 관련 개발 기술은 대부분 대학이나 비영리 연구단체에서 시작된다. B세포 림프종에 사용되는 항암제인 '킴리아'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기술은 거의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과학자들에 의해 개발되었다. '럭스터나'의 핵심 기술도 미국 필라델피아아동병원, 펜실베이니아대학, 코넬대학, 플로리다대학의 연구원들에 의해 개발되었다.

미국에서는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연구기관 연구원들이 따로 소규모 회사를 세우는 경우가 흔하다. 그렇게 분사된 소규모 회사들이 결국 많은 유전자 치료를 상용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제약회사가 말하는 연구개발 비용이라는 것은 초국적 제약회사가 분사된 소규모 회사와 독점 계약을 맺으며 지불하는 계약금과 로열티를 뜻한다.

계약금 등의 비용이 커질수록 신약 개발비가 증가하고, 증가된 개발비만큼 약값을 올릴 명분이 생긴다. 그래서 제약사는 자사의 연구 역량을 높이기 위한 노력보다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분사된 기업의 기술계약에 열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는 초국적 제약사들이 꾸준하게 연구개발 인력을 감축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럭스터나'의 기술을 독점 계약한 노바티스가 분사기업 스파크 테라퓨틱스에 지불한 계약금이 1~1.7억 달러 규모다. 작년 한 해 노바티스가 럭스터나로 벌어들인 수익이 5000만 달러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규모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유전자 치료제의 생산비용도 결코 크지 않다. 기업에서 치료제의 생산비용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업계에서 어느 정도의 추정은 이뤄지고 있다. 럭스터나의 경우 생산에 필요한 직간접적 비용을 합치면 1명 치료에 발생하는 비용은 약 2000~3000만 원 수준이라고 한다. 국내 판매가 6억 5000만 원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아직 물음표 상태인 유전자 치료제 효과
 

럭스터나의 작용스파크 테라퓨틱스


비싼 유전자 치료제는 돈값을 하고 있을까? 정말 1회 투여로 평생 기대한 효과를 보여주고 있을까? 아직은 물음표에 가깝다. 한국에서 기적의 항암제라며 도입되었던 초고가 약 '킴리아'는 작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130명 투여 환자의 반응을 분석한 결과 99명(76.2%)의 환자에게 효과가 없었다고 평가하였다. 이는 항암제 투여 후 암이 재발하는 문제에 대한 평가를 제외한 결과로 엄밀하게 평가하면 치료 이익을 본 환자는 더 적어질 수도 있다.

'럭스터나'는 처음에 시력을 잃은 환자의 눈을 뜨게 하는 약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오해에 가깝다. 완전히 실명한 환자에게 럭스터나는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충분한 생존 망막세포를 가진 환자에게 저조도의 시력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로 허가된 약이고, 아직 효과가 평생 지속된다는 보장도 없다.

이론적으로는 평생 효과가 있을 거라 하지만 아직 투여 기간이 오래되지 않아 환자들의 장기적 효과성에 대한 검증은 아직 진행 중이다. 환자의 시력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 감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남아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치료제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남아있다. 킴리아, 카빅티 등 항암제로 사용되는 유전자 치료제는 미국에서 백혈병 등 2차 암 발생 사례가 재차 보고되면서,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지난 4월 해당 유전자 치료제 개발회사에 강력한 경고 문구 삽입과 환자들을 대상으로 평생 모니터링을 요구하는 조치를 취했다.

유전자 치료제는 치료제 특성상 세포에 유전자를 삽입하거나 기존 유전자를 수정하기 때문에 세포가 분열되는 과정에서 삽입·수정된 유전자가 어떤 위험을 만드는지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것이다.

최근 유전자 치료 분야는 빠르게 신약이 개발되면서 각광받고 있지만, 드라마 <다리미패밀리>의 주인공처럼 평범한 집에서는 감당할 수 없는 비싼 가격이 매겨져 있다. 조금 저렴하면 3억 원 비싸면 40억 원을 호가한다. 살펴본 것처럼 유전자 치료제가 이토록 비싼 이유는 연구개발비용도 아니고 생산비용의 문제도 아니었다.

치료잠재력은 높지만 아직 약에 대한 충분한 검증도 끝나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유전자 치료제가 이토록 비싼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이에 대한 내용은 다음 칼럼을 통해 자세하게 더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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