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혁신형 제약기업 배불리기 위해 건강보험 ‘곳간’ 빼먹는 약가정책 반대한다

출처: 청년의사

- 국가필수의약품 안정공급은 절대 약가가산으로 해결될 수 없어

- 국민 건강증진을 위해 마련된 약가 특혜조항을 혁신형제약기업을 위한 특혜로 둔갑

- 무차별적 국내 제약산업육성은 결국 제약산업 발전의 독이 될 뿐

 

 

 

지난 10월 16일 보건복지부는 국산 원료를 사용한 국가필수의약품의 약가 가산 및 혁신형제약기업이 개발한 신약의 가격 평가기준을 포함한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일부개정고시안을 행정예고하였다. 이번 개정고시안은 의약품 안정공급 문제를 시장주의적 방식으로 해소하려는 정책이자, 제약산업 육성을 위한 비용을 국민건강보험재정으로 전가하는 내용이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국산원료에 대한 약가가산조항 및 혁신형제약기업 특혜조항을 삭제하는 의견을 제출하였다.

 

 

첫째, 품절약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단일 품목별 약가를 인상하는 방안이 아니라 필요에 따른 공급체계를 마련하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품절약 문제를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제약기업과 10여차례 민관협의체를 개최하였으며, 10여개 성분 의약품의 약가를 인상하는 등의 조치를 내놓았다. 하지만 대부분 임시방편이며, 근본적 해결책은 부재하다. 시민사회단체는 그동안 품절 대응을 위해 성분명 처방 및 대체가능한 약제가 있는 품절약의 급여 제한, 공급 불안정 의약품의 모니터링 관리 강화, 공공통제 가능한 생산시설 확보, 장기적 차원에서의 원료의약품 생산시설 고도화 등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관련 정책마련은 도외시 한 채, 이번에 국산원료를 사용한 국가필수의약품에 대해 27% 약가를 가산하고 이를 최대 10년 유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최근 국가필수의약품에 대한 공급중단 문제는 외국산 원료의 수급이 원인이 아니다. 국내 제약사들이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일부 질환 치료제에 생산을 집중하면서 임상 현장에서 필요성이 높음에도 생산량이 부족한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다. 게다가 국내 제약사 대부분 영업이익률이 5%를 상회하고 평균 영업이익률이 제조기업 영업이익률보다 3배 이상 높은 상황에서 단일품목에 대한 국산원료 장려정책으로는 결코 현행 공급 불안정성을 해소할 수 없다. 필요에 기반한 의약품 생산·공급체계 마련을 위한 정책마련이 급선무다.

 

 

둘째, 혁신형제약기업 개발 신약에 대한 약가 특혜 조항은 성실하게 건강보험료를 내는 국민을 우롱하는 조치다.

 

이번 개정고시안은 보건의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평가가 필요한 약제에 대하여 [별표1의2]를 신설하여 새로 평가기준을 마련하였다. 이번 개정된 고시에서 말하는 ‘보건의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평가가 필요한 약제’는 혁신형제약기업이 개발한 신약이면서, 우선심사 대상이며,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수행한 약제를 뜻한다. 그런데 「약사법」에 따른 우선심사대상 자체가 혁신형 제약기업이 개발한 신약을 뜻하고 있다. 그러므로 신설된 평가기준은 결국 국내 혁신형제약기업이 개발한 신약이 된다. 「제약산업법」에 따른 혁신형제약기업은 2024년 기준 일반제약사 27개사 등 42개사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주요 제약기업 대부분이 해당된다. 다시 말하면, 혁신형 제약기업이 개발한 신약은 그냥 국내 주요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과 동의어다.

 

신설된 [별표1의2]의 신약 평가기준은 기존에 「신약 등 협상대상 약제의 세부평가 기준」의 ‘1.7 보건의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필요한 경우에 대한 평가기준’과 유사하다. 해당 내용에서 특혜 약가정책의 대상 약제는 아래 표와 같다.

 

 

1.7 보건의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필요한 경우에 대한 평가기준

 

▢ 적용대상

 

○ 1, 2를 모두 충족하는 신약

 

1. WHO에서 추천하는 필수의약품 또는 「약사법」 제2조에 따른 국가필수의약품을 수입ᆞ생산하여 국내에 원활하게 공급하는 것으로 확인되는 기업이면서 다음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되지 않는 기업이 요양급여대상 여부 결정신청을 한 경우

 

1) 약제급여목록표에 등재된 약제를 원활하게 공급하지 않는 경우

 

※ 다만, 아래의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는 제외함

 

- 아 래 -

 제조소가 가동 중단 되거나 폐쇄되는 경우

 생산‧수입‧판매를 위한 인ᆞ허가가 정지되거나 취소되는 경우

 안전성ᆞ유효성에 새로운 문제가 발생되는 경우

 공급 요청량이 급격히 증가하여 현재 생산‧수입량으로 공급이 부족하게 되는

경우(단, 예상청구금액 이내인 경우는 제외한다.)

 기타 천재지변 등 업체가 통제할 수 없는 사유가 발생되는 경우

 

2) 「약사법」 제47조제2항을 위반하여 행정처분 또는 법원의 판결이 확인되는 경우

 

2. 세계최초로 허가된 혁신적인 신약

(단, 이 기준에서 의미하는 혁신적인 신약은 다음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를 말한다.)

 

1) 새로운 기전 또는 물질

2) 대체가능한 다른 치료법(약제포함)이 없는 경우

3) 생존기간의 상당기간 연장 등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이 입증된 경우

4) 미국 FDA의 획기적의약품지정(BTD) 또는 유럽 EMA의 신속심사(PRIME)로 허가된 경우

5) 희귀질환치료제나 항암제

 

결국 국가필수의약품의 안정공급에 기여하는 제약기업이 생산해야 하며, 새로운 기전 등 약의 혁신성이 보장되는 경우 한정적으로 주어졌던 특혜 조항이 국내 제약사의 육성지원 정책 조항으로 변질된 것이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으로 국내 제약기업을 먹여살리겠다는 조항에 불과하다. 심지어 구체적인 내용을 들어가면 혁신이 보장된 신약의 특혜보다 더 강력한 조항도 담고 있다.

 

정부는 오랜기간 수출을 장려하기 위해 제약산업에 매년 수천억원의 재정을 투자하고 있으며, 우선심사제도 등 국민건강과 무관하게 의약품 규제완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제약산업의 현실은 초라하다. 바이오의약품 및 원료의약품 시장을 제외하면 수출규모는 전체 생산금액의 5% 내외에 그치며, 덕분에 국내 제약산업은 내수시장 기반 산업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나름 성공했다고 알려진 국내개발 신얀인 케이캡도 전체 생산액 중 수출액은 2% 수준이다. 반면에 한국 제네릭 의약품 가격은 세계 최고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엄밀한 평가없이 제약산업 육성정책을 펼친 결과 300개가 넘는 제약기업이 난립하고 있으며, 많은 제약기업들이 수출에 대한 노력 없이도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그리고 제약산업 경쟁력은 국제수준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정부는 더 이상 제약산업 지원을 위한 약가 가산정책을 멈춰야 한다. 그리고 이번 개정고시안에 따른 국산원료의 약가가산 제도 및 혁신형제약기업 개발신약의 특혜제도를 삭제해야 한다. 지금은 제약기업 배불리는 정책보다 의약품의 안정공급과 나날이 증가하는 약제비 지출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마련을 나서는 것이 급선무다.

 

 

2024년 10월 22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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