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약가 인상은 의약품 품절사태의 불쏘시개일뿐,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사진: 데일리팜

- 제약사가 낮은 약가로 수익을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는 서울시의사회 주장은 거짓!

- 국회와 정부는 의약품 안정공급을 위해 제약사가 책임을 다할 수 있게 정책마련에 나서야

 

 

 

2022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병원과 약국 전역에서 발생했던 의약품 품절사태는 2024년 현재까지도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식약처에 보고되는 공급중단 의약품은 2019년에 86건에 불과했지만, 2023년은 162건으로 4년만에 88%가 증가했다. 올해도 6월까지 보고된 건수가 96건에 달한다. 공급중단보다 낮은 수준인 공급부족 보고 의약품도 2019년에 38건에서 2023년에 150건으로 4배에 달했다. 천식치료제나 항암제 등은 오랜기간 공급불안을 겪으며, 언론에 여러차례 보도가 되기도 했고, 아동병원협회 및 지역 약사회에서는 작년과 올해 품절약 목록을 직접 작성하여 정부에 수급안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제(14일) 서울시의사회는 의약품 품절사태의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며 약가 인상이 품절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구체적으로 ‘정부가 그동안 제약사에 돌아가는 수익을 통제하기 위해 약값은 낮게 유지했으며, 수익을 보장받지 못하는 제약사들이 마진이 남지 않아 의약품 공급중단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하였다. 또한 복지부가 해마다 기등재 의약품의 재평가 결과를 통해 수천 품목의 약값인하를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품절문제가 악화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정말 제약사들이 손해를 감수해가며 약을 생산하는 상황에 이르렀을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내놓은 ‘2023년 제약산업 분야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282개 제약사의 평균 영업이익율은 2023년에 9.8%이며, 2020년부터 매년 9%가 넘는 영업이익율을 달성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제조업 전체의 영업이익율은 단 3.2%에 불과했다. 영업이익이 1000억원이 넘는 기업은 매년 증가해 2023년에는 6개사에 달하고 있다. 또한 제약사가 경영이 어려울 경우 가장 먼저 줄일 수 있는 영역인 판매관리비도 크게 늘어났다. 상위 제약사 75곳의 판매관리비는 2019년 6조 5천억 원에서 2023년 9조 4천억원으로 50% 가까이 증가했다. 물론 일부 의약품 원료 및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서울시의사회의 주장처럼 제약사가 경영상의 이유로 생산을 중단할 수준은 결코 아니다.

 

또한 정부가 그동안 품절사태에 했던 대응은 생산독려와와 약가인상이 대부분이었다. 지난 2년간 열렸던 20번에 가까운 민관협의체가 진행되는 동안 공급부족 문제가 제기되었던 대부분의 의약품들이 약가를 인상되었을 정도로 제약산업의 약가인상 요구는 대부분 수용되고 있다. 오히려 인센티브에 가까운 형식인 약가인상을 통한 해결이 향후에 제약사가 의약품 수급 안정화의 책임을 다하지 않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또한 반복되는 의약품 가격상승은 약제비 비중이 유난히 높은 한국의 보건의료체계에서 국민건강보험 재정안정성의 위협이 될 수 있다.

 

의약품 공급불안의 원인은 가지각색이다. 관절염보조제 등 효과는 떨어지지만 안전하다는 이유로 과도한 처방이 이뤄지면서 공급불안을 겪거나 제조소의 화재 및 생산설비의 교체 등의 이유로 발생하기도 하며, 제약사가 의도적으로 의약품 유통업체에 의약품 공급을 원활하게 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혈장분획제제, 인슐린 제제, 면역억제제 등 원료수급 및 출하일정 등이 원활하지 않거나 희귀질환치료제 및 몇몇 항암제의 사례처럼 제약사가 독점을 연장하거나 더 비싼 치료제로 전환하기 위해 저렴한 의약품의 공급을 중단하여 발생하는 공급중단 문제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제약사에게 공급안정에 대한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비축 및 보고체계를 고도화 해야 하며,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제약사가 과도한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공급을 중단하는 문제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전세계 여러 국가들은 이미 의약품 수급불안정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은 FDA를 중심으로 공급부족 의약품별 모니터링 및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하며 중요 의약품에 대해서는 비축을 통한 해결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유럽은 각 국가들의 의약품 부족 문제를 유럽의약청(EMA) 차원에서 공동 대응하기 위해 필수의약품 얼라이언스를 마련하였고, 국가별 공급부족에 대응할 수 있는 의약품 가용성에 대해 조사하고, 원료의약품 공급망을 다양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국도 식약처와 같이 제약기업의 규제기관을 담당하는 부처가 타 기관과 협력하여 적극적으로 의약품 공급안정을 위한 정책에 나서야 한다, 기존의 제약산업 및 생산시설 마련을 위한 지원정책뿐만 아니라, 공급중단에 따른 보고를 성실히 하지 않는 경우 행정처분을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품절문제에 대해 대체가능한 의약품이 있는 경우 한시적 급여정지를 하는 등 국민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단호한 대처도 함께 필요하다. 국회는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반복되는 의약품 품절사태에도 체계적인 정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정부부처에 대해 철저한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의약품 공급안정을 위한 법안 마련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2024년 10월 15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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