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약이 알고 싶다_2편] 8년 만에 이뤄진 입덧약의 급여화, 이대로 괜찮나

혹시 이 약을 드시는 임신부라면 꼭 보십시오

 

JTBC 일일연속극 <더 이상은 못 참아>의 한 장면
▲  JTBC 일일연속극 <더 이상은 못 참아>의 한 장면
ⓒ JTBC  

 

드라마나 영화에서 과장되거나 어색한 연기를 보이는 '전형적인 장면'이 있다. 여성 연기자가 음식 냄새를 맡고 갑자기 헛구역질하면서 화장실로 뛰어가는 장면이다. 이 모습을 본 관객이나 시청자는 모두 입덧을 상상한다.

입덧은 대략 임신 5~16주 사이에 구역, 구토가 나고 입맛이 떨어져 몸이 쇠약해지는 증상을 말한다. 어떤 사람은 심한 뱃멀미에 빗대거나 술 먹고 난 다음날 겪는 심한 숙취로 설명하기도 한다.

전체 임신부의 70~85%가 겪는 입덧은 대부분 구토도 동반하기 때문에 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심한 입덧을 겪으며 구토를 반복하다가 탈수나 전해질 이상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도 있다. 간혹 둘째를 고민하다가도 육아보다 힘들었던 입덧 때문에 임신을 포기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이런 어려움을 알았던 걸까?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비급여였던 '디클렉틴장용정(성분명 : 독실아민숙신산염, 피리독신염산염)' 등 5품목 입덧약의 건강보험 급여를 신설했다. 저출생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 중 하나임을 밝히면서 말이다. 그동안 하루 복용량 4정을 기준으로 본인부담금이 6000~9000원에 달했지만,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1400~1560원으로 크게 줄어든다.

 

급여 결정이 늦어진 가장 큰 이유
 

 

지난 5월 30일 보건복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저출생이 심각한 상황에서 임부의 일상생활이 지장받지 않도록 그간 국민건강 향상 차원에서 급여화 요구가 높았던 필수 약제인 입덧약 치료제에 대해 2024년 6월부터 건강보험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  지난 5월 30일 보건복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저출생이 심각한 상황에서 임부의 일상생활이 지장받지 않도록 그간 국민건강 향상 차원에서 급여화 요구가 높았던 필수 약제인 입덧약 치료제에 대해 2024년 6월부터 건강보험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 보건복지부  

 
임신부의 입덧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입덧약의 급여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2016년 한국에 도입된 입덧약이 왜 오랫동안 급여가 되지 않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입덧약의 급여 결정이 늦어진 가장 큰 이유는 제약사가 급여 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의약품을 사용하는 단계는 크게 두 번의 절차가 필요하다. 하나는 시판 여부를 판단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아래 식약처)의 의약품 허가 과정이고, 다른 하나는 비용 대비 효과가 있는지 결정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아래 건보공단)의 의약품 급여 결정 과정이다.

이 절차에 돌입하기 위해서는 판매·제조하는 제약사의 신청이 필요하다. 제약사가 아무리 좋은 약을 개발하더라도 식약처나 건보공단에 판매 또는 급여 신청을 하지 않으면 절차가 진행되기 어렵다. 입덧약의 경우 그동안 제약사가 급여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급여 신청을 하게 되면 약값에 대해 정부 통제를 받는데, 제약사는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자 급여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수년에 걸쳐 산부인과 의사들이 정부에 입덧약의 급여를 요청하였고,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탈모약과 입덧약의 급여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급여가 이뤄지게 된 것이다. 의사와 국민들의 요구가 있다면 제약사가 원하지 않더라도 복지부가 건강보험 급여를 결정할 수 있는데 이번 입덧약이 그 사례다.

 

어떤 원칙과 근거로 결정되었나
 

입덧약 복합제
▲  입덧약 복합제
ⓒ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입덧약의 급여 결정이 늦어진 또 다른 이유는 약의 가격 문제다. 입덧약 주요 성분인 독실아민은 1956년에 처음 입덧 치료용 약으로 판매되었고 그 외 불면증이나 알레르기 치료에도 사용한다. 다른 성분인 피리독신은 동물성 식품이나 현미, 시금치, 감자 등에 있는 비타민 B6의 한 형태로 의료적으로는 주로 피리독신 결핍증이나 의존증 치료에 사용한다. 두 성분 모두 의료적으로 사용한 지 70년 가까이 된 오래된 약제이며 제조 비용도 많지 않다.

그럼에도 이번에 급여 결정된 독실아민 10mg과 피리독신 10mg 복합제 1정의 가격은 1175~1303원에 달한다. 그런데 입덧약 외의 치료용 독실아민과 피리독신 가격은 이보다 한참 저렴하다. 수면제로 판매되는 독실아민 10mg의 가격은 약 60원이고, 피리독신 결핍증 치료에 처방되는 피리독신 10mg은 4.6원에 불과하다.

당연히 복합제나 장용정 형태로 제조하는 비용을 고려하면 달리 계산해야겠지만 다른 치료 목적으로 사용했을 때보다 입덧 방지 목적으로 생산하면 가격이 20배나 비싸지는 이유를 찾기 힘들다.

물론 의약품 가격결정의 원칙은 '가격 대비 효과'다. 효과가 좋으면 그만큼 가격이 비쌀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독실아민과 피리독신의 효과성에 대해 비판적인 연구 결과가 여러 차례 발표된 바 있다. 대규모 연구에서 위약(가짜약)에 비해 복합제 입덧약의 효과가 유의하지 않다는 주장들이다. 게다가 가격이 다른 구토 억제제로 중증 입덧 치료에 사용되는 메토클로프라미드의 1정당 가격 49원과 비교해도 1300원이라는 가격은 지나치게 비싸다.

그동안 비싼 가격 때문에 입덧약 복용을 주저하던 임신부들에게 이번 급여 결정이 희소식인 것은 분명하다. 낮은 약값을 우려해 급여 신청을 주저하던 제약사도 복지부가 준 큰 선물 보따리에 함박웃음을 지었을지 모른다.

건강보험 보장성 문제는 단순히 정부 지원 여부에 머물러선 안 된다. 정말 그 약이 효과적인지, 가격은 적절한지, 원칙에 부합했는지, 과정은 투명했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효과성 의혹에도 무리하게 높은 가격에 입덧약의 급여를 결정한 복지부와 건보공단은 어떤 원칙과 근거로 이 가격이 결정되었는지 밝혀야 할 것이다.

 

 

오마이뉴스 링크: https://omn.kr/293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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