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수만명 감염인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콜롬비아 정부의 강제실시 결정을 환영한다

사진: 국경없는 의사회

 

- 이번 조치로 HIV 감염인 1명을 살리기 위한 비용으로 28명을 살릴 수 있게 되어

- 사회공공재인 의약품에 부여된 독점권을 이용한 제약기업의 탐욕에 맞설 수 있어야

 

 

콜롬비아 보건부는 지난 24일(현지시각 기준) HIV 치료제 돌루테그라비르(Dolutegravir)에 대한 특허 강제실시1️⃣를 시행했다. 이번 결정은 콜롬비아 역사상 첫 강제실시이다. 지난해 전 세계 120개 시민사회단체 및 유명인사들이 콜롬비아 정부의 돌루테그라비르 강제실시를 요청하고 지지하는 서한을 보냈으며, 결국 많은 이들이 염원했던 강제실시가 드디어 결정된 것이다.

돌루테그라비르는 임산부를 포함한 전세계 감염인들의 중요한 치료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여 모든 인구집단에 1, 2차 치료제 권장하는 약제이다. HIV 감염인들의 생명을 살리는 치료제인 돌루테그라비르가 가진 문제는 바로 높은 가격이었다. 1인당 국민소득 6,200달러인 콜롬비아는 HIV/AIDS 치료를 위해 환자 1명당 1,224달러라는 비용을 감당해야 했다. 특허독점으로 인해 그동안 콜롬비아는 이 가격을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발적 특허 실시를 통해 일부 저소득 국가에서 공급되고 있는 가격은 연간 22.8~44달러에 불과했다. 이번 강제실시로 콜롬비아는 단 1명을 치료할 수 있었던 비용으로 28명의 사람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사건은 콜롬비아 국민뿐만 아니라 베네수엘라나 브라질 등 주변 남아메리카 지역 사람들의 치료접근권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의약품 독점권 문제는 국제적 이슈가 되고 있다. 지적재산권의 독점권이 공공의 이익을 우선할 수 없다는 도하선언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지적재산권 유연성 조항은 작동하지 않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WHO는 팬데믹에 따라 관련 의료제품들의 지적재산권을 제한하는 조문을 팬데믹 협정문에서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세계적 추세와 반대인 형국이다. 올해 초 의약품 자료독점권2️⃣이 반영된 약사법이 개정되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자료독점권 법을 가진 국가가 되었고, 강제실시 규정을 다듬거나 특허존속기간 연장을 제한하는 특허법 개정안은 발의되었지만 21대 국회가 끝나감에 따라 폐기될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의약품은 상품이기 이전에 건강권을 보호하는 공공재이며, 제약산업은 돈을 벌기 위한 산업이기 이전에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는 산업이다. 정부가 제약산업 보호를 위해 매년 수천억원을 지원하고 있으며,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국민들의 의약품 구매를 지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번 콜롬비아의 결정은 최근 독점권을 기반으로 지나치게 비싼 약값을 요구하는 제약기업들의 횡포를 겪고 있는 한국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정부도 HIV 감염인들의 의약품 접근권을 위한 콜롬비아 정부의 결단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2024년 4월 29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1️⃣ 일반적으로 의약품은 특허가 만료되어야 제네릭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에 관한 협정(TRIPs)에 따라 정부는 공익적 목적을 위해 특허권자의 동의 없이 특허권 만료 이전에 제네릭의약품을 생산하게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이를 특허 강제실시라고 한다. 특허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행정부처나 법원의 사전 처분은 필요없으며, 특허권자는 관련 규정에 따라 추후 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2️⃣ 자료독점권이란 의약품 허가시 제출한 임상시험자료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인정하는 의약품의 독점권제도로 신약 및 개량형신약에 미국이 5년, 3년을 보장하는 것에 비해 한국은 모두 6년의 독점기간을 보장하고 있다. 또한, 공공목적을 이유로 자료독점권을 제한할 수 있는 규정도 매우 협소한 수준이다. 한국이 미국 수준의 강력한 의약품 특허 관련 독점권을 보장하는 것을 고려할 때 한국의 의약품 독점권 보장은 국제적 수준에 비해 지나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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