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의료운동본부]제22대 총선 각 정당 보건의료 정책 질의 결과 및 공약 평가

노동·시민사회단체 제22대 총선

의료 붕괴 해결 의지와 공공의료 강화에 대한

각 정당 정책 평가 발표

- 제22대 총선 각 정당 보건의료 정책 질의 결과 및 공약 평가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이하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이번 22대 총선을 맞아 보건의료 정책 요구안을 공개 발표하고 각 정당에 추진 의사를 질의했습니다.

응급실 뺑뺑이, 지역의료 붕괴 등이 가속화되고, 의사 파업으로 의료 대란을 겪는 와중에 진행되는 총선입니다.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각 정당의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를 시민들이 충분히 확인하는 것이 민주적 주권 행사의 기본 전제라고 판단했습니다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정책 질의에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매우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개혁신당, 새로운미래도 답하지 않았습니다. 4월 3일 현재까지 정책 질의에 답변한 정당은 더불어민주당, 녹색정의당, 조국혁신당, 노동당, 진보당, 새진보연합 6개 정당입니다.

 

우리는 아래와 같이 각 정당들의 공약과 질의서 답변을 통해 보건의료 정책 공약 평가 결과를 제시합니다. 본 정책 평가 자료가 국민들의 판단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2024년 4월 3일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가난한이들의 건강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기독청년의료인회, 대전시립병원 설립운동본부,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노련, 전철연), 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련), 노점노동연대, 참여연대, 서울YMCA 시민중계실,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연대,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일산병원노동조합,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성남무상의료운동본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 전국정보경제서비스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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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정당 보건의료 정책·공약 총평

 

□ 국민의힘

 

공공의료와 보장성 강화는 아예 실종

비대면 진료 법제화, 개인의료정보 넘기기, 민간보험 지원 등 의료 영리화·규제 완화가 주돼

 

국민의힘은 무상의료운동본부의 질의에 답을 하지 않았다. 공약으로 평가하였다.

국민의힘 공약에는 ‘믿고 찾는 지역 공공병원 육성’이 있다. 그런데 현재 5%밖에 안되는 공공병원을 늘리겠다는 말은 전혀 없다. 지역마다 공공병원이 없는데 어떻게 믿고 찾을까? 지방의료원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약속은, 지금까지 예산을 삭감해 왔다는 점에서 립서비스라고 보인다. 게다가 ‘스마트 공공병원 육성’을 한다고 한다. 디지털헬스 기술을 접목하겠다는 것으로 보이는데, 공공병원을 언급하면서도 의료기기 등 산업체 지원과 특혜에 더 방점을 두고 있다.

의사, 간호사 인력 확충 공약은 없다. 공공적 양성과 배치는커녕 공약에 언급 자체가 없다.

필수의약품 안정 공급을 위해 주로 ‘원가 보전’, ‘인센티브 확대’를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다. 대안이 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공공적 의약품 생산 약속은 없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공약이 없다시피 하다. 건강보험 보장성 축소를 꾀하는 윤석열 정부의 여당답다. 소아 1형 당뇨, 일부 피부질환 등 서너 가지를 아주 협소하게 언급하는 데 그친다. 비만치료제 급여화가 우선 순위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두드러지는 것은 의료 영리화·규제 완화 정책이다. 영리 플랫폼 비대면 진료 제도화, 약배송까지 공약했다. 의료기관부터 약국까지 영리기업 플랫폼에 넘기겠다는 것이다.

만성질환 건강관리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만성질환을 더 이상 의료기관의 비영리 진료 대상이 아니라 영리기업의 돈벌이 대상으로 열겠다는 것이다.

개인의료데이터를 기업 성장을 위해 활용토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시민사회가 반대하는 ‘디지털헬스케어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위험한 규제 완화법인 ‘첨단재생의료법’ 개정을 바탕으로 첨단재생의료를 활성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환자에게 아주 위험하거나 효과없는 고가의 치료를 하게 하고 기업들만 돈 벌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국민의힘 총선 공약은 공공의료와 보장성 강화는 실종되었고, 의료 영리화·규제 완화가 주되다. 이 약속대로라면 시장주의 의료는 더 판치고 의료 공백은 더 심화될 것이다.

 

 

□ 더불어민주당

 

공공의료기관 확충 약속 부족, 비대면 진료 영리 플랫폼 진입 반대 않아

주치의제도 도입, 간병비 급여화와 재택 의료서비스 확대는 긍정적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에는 지역 등의 의료 공백을 해소할 수 있는 본질적 해법인 공공의료기관 확충 약속이 부족하다. 민간병원이 들어서지 않는 지역에 병원이 존재하려면, 그리고 수도권에서도 응급실 뺑뺑이가 일어나는 것을 막으려면 수익성과 무관하게 진료하는 공공병원이 전국에 크게 늘어야 한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에는 공공병원을 얼마나 어떻게 늘릴 것인지에 대한 약속이 없다. 지역 공약에서 주민들의 요구와 논의가 이미 존재하는 지역의 일부 공공의료원 설립을 언급하는 수준에 그친다. 무상의료운동본부의 질의에 답을 하면서 ‘공공병상 30%로 대폭 확충’,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민간 위탁 금지’에 찬성을 한다고 답한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스스로 내놓은 공약과 온도 차가 매우 크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의사 양성과 배치에 있어서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병원의 전문의와 간호사를 늘려 처우를 개선할 대책은 공약에서 언급했지만 구체성이 낮다. 무상의료운동본부 요구사항인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 ‘충분한 전문의 고용 법제화’는 찬성한다고 답을 했다.

의약품 정책은 제약산업 지원 정책이 주되다. 품절 약 사태 등에서 필요한 것은 공공적인 의약품 생산 시설을 확보해 꼭 필요한 의약품 생산이 시장 논리에 뒷전으로 밀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약가 인상·인센티브 등으로 해결하겠다고 하지만 실제 제약사들이 원하는 약가 인상을 1년 동안 했음에도 품절 문제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약가가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인센티브 방식이 아니라 공공제약사 등 국가 책임 생산 방식의 의약품 공급 방향을 구체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물론 더불어민주당도 ‘공공제약사, 의약품유통공사 설립’을 공약에 담기는 했다. 하지만 제약사 지원 정책들 사이에 끼워져 단 한 줄로 언급했을 뿐인 것이 아쉽다.

더불어민주당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공약은 ‘윤석열 정부가 중단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재추진’이다. 문재인 정부 수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말하는 것이라면 너무나 미흡하다고 할 수 있다. OECD 최저 수준의 보장성을 높여 서민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이전 정부 수준의 찔끔 확대가 아닌 획기적 강화 정책이 필요하다. 무상의료운동본부 질의에 답하면서는, ‘혼합진료 전면 금지’와 ‘건보재정 정부 지원 30% 이상 대폭 확대’ 등에 동의했지만 이 역시 스스로 내놓은 공약의 수준과는 온도 차가 크다.

또 상병수당을 최저임금 이상으로 즉시 도입해야 한다는 시민사회 요구에 대해 ‘시범사업 경과 평가’라는 답을 했다. 정부의 현 시범사업은 최저임금의 60% 수준으로 지급하는 수준으로 시간만 끌고 있는데 경과를 보겠다는 답은 의지 없음을 보여준다.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고 지역의료 수준을 높이기 위해 법을 개정해 ‘주치의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한 것, 간병비 급여화와 재택 의료서비스 확대를 약속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역대 정부가 추진해 온 의료 영리화·규제 완화 정책은 의료 붕괴를 촉진한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따라서 이 정책들에 대한 입장은 아주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안전한 비대면 진료’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합리적 규제·관리 강화’를 언급한 데서 보듯이 영리 플랫폼 진입을 허용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비대면 진료의 진정한 문제는 영리 플랫폼이 의료에 진출하는 통로라는 점이다. 영리기업이 이윤 추구를 할 것이므로 의료비가 증가하고 과잉진료가 많아질 것이다. 이는 외국에서도 확인된 바다. 영리 플랫폼 비대면 진료 허용은 의료 민영화다.

민간보험에 환자 정보를 전자전송하는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무상의료운동본부 요구에 대해서도 ‘이미 쟁점 사항이 상당 부분 해결되었다’고 답했는데, 무엇이 해결되었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디지털헬스케어법안’과 ‘첨단재생의료법’을 폐기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문제 조항 개정을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자신이 이를 국민의힘과 함께 추진해왔던 정당이라 뜨뜻미지근한 답변 외에 할 수 없었을 것이다.

 

 

□ 녹색정의당

 

공공병원 확충, 공공의대로 의사 양성

의료 영리화·규제 완화 모두 반대, 혼합진료 금지 등 전반적 긍정적

 

녹색정의당은 공약집에서 70개 중진료권마다 공공병원 설립,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공공병원 면제 등 공공의료기관 확충을 약속했다. 공공병원 ‘착한 적자’ 국가 책임제, 공공병원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등 좋은 공공병원을 만들기 위한 약속도 했다. 보건소 강화 등도 약속했다.

의사를 늘려 공공의대로 양성하고 지역인재로 선발해 공공의료 지역 10년 의무복무를 하도록 한다고 약속했다. 의사와 환자 비율을 제도화해 전문의 비율을 높이고, 간호사 환자 당 1:5를 제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해 병원비 100만 원 상한제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혼합진료 금지를 약속했다.

의료영리화·규제완화에는 모두 반대한다고 답변했다.

전반적으로 노동·시민사회가 주장하는 대로 의료공공성을 높이고 시장 의료를 통제하겠다는 약속을 내놓았다.

 

 

□ 진보당

 

공공병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의사 공공적 양성 배치, 혼합진료 전면 금지 긍정적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공약 내놓지 않아

 

진보당은 ‘돌봄 국가책임제 실현 공약’에서 보건의료 정책을 발표했다. 이 공약과 무상의료운동본부 질의에 대한 답을 토대로 평가했다.

진보당은 전국 모든 지역에 공공병원을 건립하겠다고 약속했다. 법률을 개정해 중진료권별 지방의료원 설립을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에 공공병원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광역 시·도별 공공요양병원, 공공재활병원, 공공어린이병원, 감염병전담병원을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산후조리원을 확충하겠다는 공약도 강조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 질의에 답하며, 의사 인력을 공공적으로 양성해서 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간호사 1인당 환자수, 충분한 전문의 고용을 법제화하겠다고 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공약을 내놓지 않은 것은 아쉽다. 하지만 무상의료운동본부 질의에 답하며 혼합진료 전면금지,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 폐지, 상병수당 최저임금 이상 즉시 도입 등 모든 요구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의료영리화 정책들도 모두 반대하겠다고 약속했다.

 

 

□ 새진보연합

 

2030년까지 공공병상 비율 30% 달성, 공공의대로 의사 배출

주치의제도 도입, 혼합진료 전면 금지 긍정적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약속 없고, 위험한 첨단재생의료법 폐지 반대

 

새진보연합은 공약집과 무상의료운동본부 질의에 답해온 것을 토대로 평가했다.

새진보연합은 2030년까지 공공병상 비율을 30%로 달성하겠다고 선명하게 약속했다는 점에서 두드러진다.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착한 적자 국가책임, 전문의·간호사 수 법제화 등 무상의료운동본부 요구도 모두 찬성했다.

면허 취득 후 10년 동안 공공병원에서만 근무하는 공무원 의사면허제를 도입하고 공무원 의사는 공공의대를 통해 배출하겠다고 약속했다.

건강보험 국가 재정지원 의무 20%를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외국 수준인 최소 30%로 늘리는 데 대해서는 ’20% 준수 이후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며 다소 미온적 답을 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약속을 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다만 질의에 답하며 ‘혼합진료 전면 금지’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국민 간병보험제’를 도입해 건강보험과 별개의 간병비보험을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어린이 주치의제도를 도입하겠다고 구체적으로 공약집을 통해 밝혔다. 이를 통해 전국민 주치의제를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대부분의 의료영리화 정책에 반대한다고 답을 했다. 단 ‘첨단재생의료법’은 최근 개악된 내용에 반대하지만, 완전 폐지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법 자체가 줄기세포·유전자치료제 이해당사자들만의 위원회를 구성해 손쉽게 허가·조건부허가를 하도록 하는 ‘제2의 인보사법’이므로 반대하는 것이 옳다.

 

 

□ 조국혁신당

 

의료인력 공공의료기관 확충, 그러나 공공적 양성과 배치는 없어. 비대면 진료 긍정

건보 재정 국가 책임 강화, 의료 영리화 저지는 긍정적

 

조국혁신당은 공식 보건의료 공약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무상의료운동본부 질의에 의견을 제출했다.

조국혁신당은 공공의료기관 신증설,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서 공공병원 제외, 적자 전액 보전, 충분한 의사, 간호사 등 의료 인력 공공의료기관 확충을 약속했다.

주치의제 도입과 일차의료 강화, 돌봄 강화를 약속하고 돌봄 시장화를 막겠다고 밝혔다.

의사, 간호사 확충을 위한 공공적 양성과 배치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해 연간 병원비 부담 100만원 상한제를 실현하겠다고 했다. 간병비 급여화, 상병수당 도입을 언급했다. 건보 보장성 강화를 위해 실손보험을 과감히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건보 재정 국가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의료 영리화 정책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비대면 진료는 산업적 목적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 향상을 위해 시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것이 영리플랫폼 진입 금지를 뜻하는 것이어야 그 취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조국혁신당은 전반적 기조와 입장을 밝히는 데 다소 머물러 구체성은 떨어지는 답을 해왔다. 의료 공공성을 강화하고 의료 영리화를 저지하겠다는 그 입장이 일관되고 구체적이 되기를 바란다.

 

 

□ 노동당

 

공공의료 강화, 공공제약사 설립, 혼합진료 전면 금지, 의료 영리화 반대 등

전반적으로 긍정적

 

노동당은 무상의료운동본부 질의에 답을 했다.

공공병상 30% 이상 확충,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 공공의료 강화에 찬성하고, 충분히 전문의와 간호사 고용 법제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공공제약사 설립 등에 찬성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정책 요구에도 모두 동의했다. 혼합진료 전면 금지, 건강보험 정부 지원 강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폐지, 상병수당 최저임금 이상 즉시 도입 등을 찬성했다.

비대면진료, 영리병원, 디지털헬스케어법, 첨단재생의료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의료영리화 정책들에 모두 반대를 표했다.

 

 

 

[붙임]

 

22대 총선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 요구안

 

 

1. 국민건강보험 강화

 

한국의 건강보험 보장성은 OECD 국가들 중 최하위 수준이다. 보험료 인상, 비급여 급여화에도 불구하고 보장성은 제자리 걸음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윤석열 정부는 보장성을 축소하는 정책을 펴고, 건강보험 재정을 긴축해 병원과 의료·제약 기업들에게 퍼주려 한다. 건강보험의 역할을 축소하는 것은 의료 민영화라 할 수 있다. 이는 민간 보험의 강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민간 보험을 지원하는 정책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이러한 건강보험 약화 정책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의료는 더욱 민영화·상업화돼 병원비 폭등, 보험료 폭등, 민간 보험사의 의료 지배를 낳게 될 것이다.

 

 

1. 건강보험 보장성 대폭 강화

 

윤석열 정부는 최초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목표를 세우지 않았고 오히려 보장성을 축소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1)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걸림돌인 비급여 진료를 철저히 통제하기 위해 혼합진료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 의학적 근거가 없는 비급여를 퇴출하고, 의학적 근거가 있고 환자에게 필요한 비급여는 급여화해야 한다.

2) 정부 지원금 대폭 증액과 기업, 부유층 보험료 인상으로 요양병원을 비롯한 모든 병원의 간병비를 급여화해야 한다.

 

2. 건강보험 정부 지원 항구적 법제화 및 지원 대폭 확대

 

법정 기준에 따라 국고지원금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가량(일반회계 14%, 국민건강증진기금 6%)으로 정하고 있지만, 이조차 법 조항의 불철저함을 이용해 평균 14%대 지원에 머물고 있다. 이마저도 윤석열 정부하에서는 정부 지원 항구적 법제화는커녕 최초로 한시적 지원 조항조차 제때 연장하지 않고, 지원금 지급을 미루는 일이 벌어졌다. 이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안정성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는지 보여준다.

정부 지원금의 대폭 증액과 안정적인 확보로 국민의 보험료 부담을 줄이고 보장성을 확대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1) 22대 국회에서는 건강보험 재정 정부 지원 한시적 조항을 폐기하고 항구적 법제화로 재정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2) 유사한 건강보험 제도를 운영하는 프랑스 등의 수준(20% 중반에서 50%까지)으로 정부 지원금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3) 정부 지원금 규모를 ‘예상 수입’의 얼마 가량이라고 표현한 모호한 조항을 ‘결산 보험료 수입’으로 조정해야 하고, 국민건강증진법상 지원 금액이 당해 연도 담배부담금 예상 수입액의 100분의 65를 초과할 수 없다는 단서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

4) 32조 원에 달하는 미지급 정부 지원금을 즉시 지급해야 한다.

5) 소득뿐만 아니라 고액 자산에 대해서도 누진적으로 보험료를 부과해 사회보험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3. 민간 보험 규제

 

정부는 실손보험을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 선전하며 민간 보험 활성화에 적극 나서왔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라는 사탕발림으로 보험업법을 개정해 민간 보험사들이 환자들의 개인 질병정보를 쉽게 축적할 수 있게 해 줬고, 환자들의 편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제3자 전송요구권을 도입해 민간 보험사가 개인의 건강의료정보를 대거 수집, 활용해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게 해주려 한다. 민간 보험사들이 일반인 대상 건강관리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건강보험 영역을 침범하는 의료 민영화다.

실손보험은 비급여와 과잉 진료를 부추기는 의료비 증가의 주범이다. 재벌 민간 보험사들을 규제하는 입법이 시급하다.

 

1) 민간 보험사들이 보건의료데이터를 영리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입법화해야 한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개악이 재개정되어야 하고, 제3자 전송요구권에 민간 보험사를 포함한 영리 기업은 제외하도록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해야 한다.

2) 민간 보험사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만성질환을 포함해 정부가 임의로 지정할 수 있는 ‘비의료 행위’(실제로는 의료행위를 포함)에 대한 민간보험사의 건강관리서비스 제공을 금지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이는 건강보험의 영역을 침범하는 의료 민영화다.

3) 민간 보험사들이 지급해야 할 보험금 최저 지급률을 법제화해야 한다.

 

4. 상병수당 즉시 도입

 

코로나19 시기 콜센터 노동자 집단 감염사태 등에서 보듯이 아파도 쉴 수 없는 한국의 노동조건은 심각한 문제다. 신종 감염병 사태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을 것이고, 그 건강과 생명상의 피해는 노동자들과 서민들이 지게 될 것이다.

OECD 대부분의 국가들이 건강보험에서 질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득 손실에 대한 소득 보장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제50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상병수당을 실시할 수 있다’고 상병수당 제도 시행의 근거가 명시되어 있어 제도를 바로 도입할 수 있다. 시범사업으로 시간만 끌 것이 아니라 즉시 상병수당을 도입해야 하고, 수당은 최저임금 이상으로 해야 한다.

 

5. 주치의제도 도입

 

일차의료를 강화하기 위해 주치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주치의제도가 없는 한국에서는 민간 대형병원 중심의 고비용, 과잉의료가 횡행해 왔다. 국민 1인당 연간 외래 진료 횟수는 OECD 국가들 중 1위다.

포괄적인 예방, 진료, 재활 등의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일차의료가 강화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환자에 대한 책임성을 높일 주치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주치의제를 도입하면 감염병 사태에서도 환자가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제대로 된 상담과 치료를 제공받지 못하고 감염 전파 위험을 높이는 사태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1) 주치의제도를 도입해 주치의가 환자 건강관리를 책임지게 해야 한다.

2) 일차의료를 제대로 세워 의료 전달체계를 정상화해야 한다.

2. 의료 민영화 중단

 

필수의료 붕괴의 주원인 중 하나는 의료 상업화·상품화다. 의료가 돈벌이 시장이 되다 보니 대형병원들도 환자를 살리기보다는 수익 추구에 더 집중하며 과잉진료로 몸집만 불리고, 비급여와 실손보험 시장이 팽창하면서 의사들도 더 많은 수가 낭비적 돈벌이 진료에 종사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의료 영리화·규제 완화 정책들은 이런 일들을 더 심화시킨다. 환자를 위험하게 하고 의료비를 높이는 정책이기도 하다. 이를 뒷받침할 법안 추진은 중단되어야 한다.

 

 

1. 비대면 진료(원격의료) 법제화 중단과 민영 플랫폼 금지

 

코로나19 시기라는 불가피한 비상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정부는 이미 몇 차례 실시된 시범사업과 코로나19 시기 비대면 진료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도 없이 법을 우회해 시범사업으로 비대면 진료를 지속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가 수익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뛰어든 민간 플랫폼 기업들의 요구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시범사업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환자들뿐이다.

 

1)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중단하라.

비대면 진료가 법제화되면 의료비가 폭등할 것이다. 플랫폼의 특성상 두세 개의 기업이 과점하게 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배민’, ‘카카오택시’의 과점으로 인한 폐해와 같은 일들(의료비 폭등 등)이 벌어질 것이다. 캐나다와 영국도 영리 기업에 원격의료를 허용한 이후 의료비가 오르고 과잉진료가 늘었다.

또한 민간 보험사들이 강력한 자본력으로 이 시장이 뛰어들게 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이들은 중개를 통해 환자들의 민감한 정보를 장악해 이윤 창출을 위해 악용할 수 있다.

 

2) 코로나19 팬데믹 재난과 같은 불가피한 경우 비대면 진료 중개는 공공 플랫폼이 담당해야 한다.

비대면 진료는 불가피한 비상 상황에서만 허용돼야 하고, 이때에도 진료 중개는 민간이 아닌 공공 플랫폼이 담당해 환자 안전과 민감 정보 보호를 책임져야 한다.

 

3)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환자들을 위해 비대면 진료가 아니라, 방문진료, 공공의료상담서비스, 공공심야약국과 같은 조치를 도입해야 한다.

 

 

2. 영리병원 금지

 

원희룡이 제주 지사 시절 허용한 중국 부동산기업 녹지그룹의 제주 녹지국제병원 설립이 무산됐다. 그러나 국내 영리병원 설립 움직임이 중단된 것은 아니다.

원희룡 시절 정무부지사를 지낸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이 강원도에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했다.

영리병원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와 함께 의료 공공성의 한 축인 비영리병원을 허무는 것이다. 단 하나라도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뱀파이어 효과로 영리병원이 전체로 확산된다는 것은 미국의 사례가 보여줬다. 미국 의료는 어마어마한 의료비로 악명높다.

국내에 영리병원이 세워진다면 미국과 같은 의료비 폭등이 일어날 것이다.

 

1) 영리병원 설립을 가능케 하는 특별법과 경제자유구역법 조항을 폐기해야 한다.

경제자유구역법이 모태가 돼 제주특별자치도법에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영리병원을 가능케 하는 모든 법 조항을 폐기하고 영리병원을 금지해야 한다.

 

2) 강원도 영리병원 설립 입법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

박정하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보궐선거로 당선한 초선임에도 강원도 영리병원 설립 법안을 임기 초기에 발의했고, 22대 총선에 다시 출마했다. 강원도에 필요한 것은 공공의료 확충이지 영리병원이 아니다.

 

 

3. 의료 민영화 법안 폐기

 

1) 디지털헬스케어법안을 폐기해야 한다.

디지털헬스케어법은 ‘내 의료·건강정보 도둑법’이다. 우리 건강정보 중 몇몇 부분만 가리면(‘가명 처리’) 기업들이 동의 없이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이다. 극히 민감한 정보도 사고 팔릴 수 있게 된다. 최근까지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험사에 의료·건강 정보를 넘겨줘 왔던 사실은 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이른바 ‘제3자 전송요구권’으로 의료기관 진료 정보, 건강보험공단 같은 공공기관 정보, 웨어러블 기기로 수집되는 건강 정보 등을 기업이 손쉽게 가져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디지털헬스케어법안’이 통과되면 이것은 완전히 합법이 된다.

지금 이런 정보를 가장 열렬히 탐내는 자들은 민간 보험사다. 이들뿐 아니라 여기저기서 공유되고 결합된 내 민감한 정보들은 어떻게 활용될지 알 수 없다. 해킹으로 유출되거나, 범죄나 사기에 악용될 수도 있다.

의료·건강정보는 민감정보 중에서도 민감정보다. 이런 정보를 기업에 팔아넘기는 디지털헬스케어법안은 폐기해야 한다.

 

2) 첨단재생의료법을 폐지해야 한다.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9년 제정된 ‘첨단재생의료법’은 당시에도 위험한 법안이었다. 당시 식약처장이 ‘안전성 우려는 있지만 경제 성장을 위해 통과시켜야 한다’며 정부가 밀어붙였고 거대 양당 국회의원들도 안전보다 산업 논리를 우선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이 법은 임상 2상만을 거치고 3상을 하지 않은 세포·유전자 치료제의 판매를 허용해 환자들을 실험 대상으로 만드는 비윤리적인 법안이다.

최근에는 이조차 개악해 3상 면제 정도에 그치지 않고 정식 허가절차 자체를 전혀 거치지 않은 줄기세포 치료제 등을 환자에게 돈을 받고 팔 수 있게 했다. 바이오 업계와 이를 통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꾼들과 병·의원 돈벌이를 위해다.

가짜 약 인보사는 원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다수가 반대해 탈락했지만, 식약처가 이례적으로 두 달만에 회의를 재소집해 ‘재생의료’ 관련 당사자들만 위원으로 추가해 결과를 뒤집었다. 그 때문에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 이 법은 당시처럼 ‘재생의료 업계 당사자들의 위원회’에 이런 권한을 넘겨주는 법이다.

제2, 제3의 인보사 사태를 예정하고 있는 첨단재생의료법을 폐지해야 한다.

 

3) 병원 인수·합병 허용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

병원 인수·합병 허용은 건물, 부동산, 장비 같은 부동산 외에도 외래 환자와 입원 환자의 규모 같은 무형의 가치들까지 상품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환자들 자체가 병원을 사고파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병원 인수·합병은 투기자본의 병원 진출을 막지 못하게 되고, 투자수익(자산수익) 창출에 병원이 매달리게 돼 의료비가 상승할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또한 인수·합병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은 지금도 심각하게 부족한 의료 인력을 더 부족하게 만들 수 있다.

 

4)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은 제조업과 농림어업을 제외한 모든 산업을 서비스산업으로 규정하고 기재부 장관이 위원장인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가 보건의료, 사회복지, 교육, 전기, 가스, 수도, 철도, 화물, 언론, 정보통신 등의 정책에 대해 법령 제·개정으로 직접 개입하는 법안이다. 기획재정부는 정권을 불문하고 ‘재정 건전성’이라는 미명 아래 복지를 삭감하고 공공부문을 민간에 팔아넘기는 민영화 정책을 추진해 왔다.

서발법은 대표적인 의료 민영화 법안이다.

 

5) 병원을 영리병원으로 만드는 보건의료기술진흥법, 산학협력법 개정을 중단해야 한다.

이 법 개정안은 병원들이 지주회사를 만들어 수익을 내고 이를 배당할 수 있게 하는 영리병원법이다. 민간기업이 병원이 설립한 의료기술지주회사와 자회사를 경유해 연구중심병원에 투자, 배당할 수 있도록 해 병원을 영리병원으로 만드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 게다가 연구중심병원을 인증제로 전환해 대폭 늘리므로 결국 전국의 병원을 영리병원으로 만들 수 있다.

또한 병원과 임상의사·의학연구자가 영리기업과 이해관계를 공유하게 해 환자 치료라는 공익적 가치를 사적 이익 앞에 훼손하는 이해 상충(Conflict of Interests)을 일으킨다. 그 결과 의학적 연구의 진실성이 왜곡되고, 피험자·환자 건강이 위협받고 과잉의료가 부추겨져 의료비가 폭등할 것이다.

3. 공공의료 강화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같은 필수의료 붕괴의 근본 원인은 공공의료의 위기에 있다. 민간병원의 운영 목적은 수익 추구다. 이들 병원에서는 사람을 살리는 데 자원과 인력을 배치하기보다는 비급여와 행위량을 늘리기 쉬운 수익성 높은 진료에 우선순위를 둔다. 의사들도 다수가 피부·미용·성형을 비롯, 개원해서 비급여로 돈벌이하기 쉬운 진료과목에서 일하려 한다. 이는 의료가 완전히 자유방임 시장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의료의 공급과 인력의 양성과 배치가 오직 시장에 맡겨져 있는 이런 나라는 OECD 국가 중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필수의료 붕괴를 막는 해법은 공공의료를 바로 세우는 것뿐이다.

 

 

1. 공공의료기관 확충·강화

 

1) 공공병상 최소 30%로 확충

한국의 공공병상은 약 10% 수준으로 OECD 최저다. 미국(22%), 일본(27%)보다도 적다. OECD 평균 71%와는 비교할 수 없이 적다. 공공병상을 최소 30%까지 늘려야 지금의 필수의료 붕괴를 막을 수 있고, 앞으로 더 심각하게 모습을 드러낼 신종감염병과 기후 재난, 불평등과 고령화 등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절박하게 공공의료기관을 늘려야 할 때다. 그러나 정부는 대통령 공약사항이기까지 했던 울산의료원뿐 아니라 광주의료원도 주민들의 설립 염원을 거슬러 경제성 논리를 앞세우며 좌초시켰다.

- 한국에는 울산과 광주처럼 광역시도에도 지역 공공병원이 없는 곳이 있다. 부산이나 인천 같은 대도시에도 공공병원이 단 하나뿐이다. 70개 중진료권마다 최소 1개 이상씩 공공병원이 있도록, 없는 곳은 신설하고 있는 지역도 더욱 늘려야 한다.

- 지역별 병상 총량의 30%를 공공병상·지방의료원 병상으로 하도록 공공의료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21대 국회에도 유사한 법률안이 제출된 바가 있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2) 공공병원 설립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 공공병원 설립은 기재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에 가로막히고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병원에서 살릴 수 있는 사람의 생명에 노동 가치를 근거로 가격표를 매겨서 경제성을 평가하는 비인간적인 평가 방식이다. 공공병원 설립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야 한다. 이미 초·중등학교 설립과 교정 시설과 공공 청사는 국가재정법상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이다. 여기에 공공병원을 추가해야 한다.

 

3) 공공병원 적자 국가 책임

정부는 그나마 역할을 하고 있는 지방의료원들도 지원 예산을 감축해서 고사시키고 있다. 코로나19에 헌신하느라 경영 위기를 맞은 공공병원들은 정부의 긴축 공격에 버티기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다. 공공적·공익적 사업을 수행하느라 발생하는 공공병원의 적자는 전적으로 국가가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4) 공공병원 민영화 금지

- 정부와 일부 지자체들은 또 공공병원 긴축으로 발생한 경영 위기를 빌미로 민간 위탁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공공병원이 민간에 위탁될 경우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공공적 기능은 약화되고 수탁기관의 수익성 추구에 종속될 것이다. 민간 위탁 민영화를 금지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 정부는 공공병원의 한 축인 국립대병원에 영리자회사를 허용해서 영리병원화하려 하고 있다. 지난 국회에서도 추진된 국립대병원을 영리병원화하려는 보건의료기술진흥법, 산학협력법 개정안 등은 폐기돼야 한다. 그리고 22대 국회에서는 이런 시도가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2. 의료인력 확충

 

1) 의사의 공공적 양성과 배치

정부가 의사를 2천 명 늘리겠다고 했지만, 윤석열 정부의 의대 증원은 총선용 포퓰리즘일 뿐이다. 지금 같은 시장 방임적 의료체계를 그냥 두고 의사를 늘려서는 지역·필수의료 부문에서 일할 의사를 배출하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배출된 의사들이 수도권 대도시에서 비급여 돈벌이를 한다 해도 정부는 통제할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 ‘낙수효과’에 기대는 것은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고 불필요한 과잉진료와 비급여 과열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공공적으로 의사를 양성하고 배치하는 정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 공공의대를 신설하거나 국립대 의대 정원을 늘려 장학금으로 의사를 양성하고, 지역 공공의료기관에서 10년 이상 의무 복무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지역 공공병원은 주민의 필요에 가장 부합하는 의료를 제공하지만, 수억 연봉을 줘도 의사를 구하지 못한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공공적 의사 양성과 배치뿐이다. 국회는 공공의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 병원에 충분한 전문의 고용을 의무화해야 한다. 지금 의사의 절대 수가 부족한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대형병원들이 필수과목 전문의를 충분히 고용하는 데 투자하지 않는다. 단적으로 서울아산병원에는 뇌수술 집도의가 없어서 그 병원에서 일하던 간호사가 사망했다. 병원이 전문의를 충분히 고용하도록 법으로 의무화해야 한다.

 

2) 병원에 충분한 간호인력 고용 의무화

간호인력 부족도 의사 부족만큼 큰 문제다. 병원은 만성 인력 부족 사업장으로 지금도 간호사가 부족해서 많은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고, 간호사들은 고된 노동조건에서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 정부는 간호대를 늘리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내년에도 간호대 정원을 1000명 더 늘린다고 한다. 하지만 병원이 간호사를 적게 고용해서 지금도 면허간호사 중 절반만 환자 곁에서 일하는 현실을 바꾸지 않고 간호대만 늘리는 건 간호사들의 노동시장에서의 처지를 더 악화시키고, 진짜 책임이 있는 병원 경영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방식이다.

-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법제화해야 한다. 간호사를 제대로 고용하지 않는 병원은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병원이다. 대형병원들은 매년 천문학적 수입을 올린다. 그 돈은 간호사들을 쥐어짜서 번 돈이지만, 간호사를 고용하는 데 돈을 쓰지 않고 수도권에 분원을 지어 몸집을 불리는 데만 쓴다. 병원이 충분한 수의 간호사를 고용하도록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

- 간호인력 확충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전면 확대해야 한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10년 째 시범사업중이고 여전히 전체 병상의 30% 정도만 대상이며, 인력이 부족해서 가장 필요한 중증환자 대상으로는 시행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인력을 늘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전면 시행해서 환자들의 간병비 부담을 없애고 제대로 된 간호와 돌봄을 제공해야 한다.

 

 

3. 품절약 해소 및 의약품 안정 공급체계 구축

 

코로나19 이후 의약품 공급 대란으로 해열진통제, 기침약 등 증상 완화용 의약품뿐만 아니라, 암환자 및 소아 환자 치료에 필수적인 항암제 및 소아 희귀 중증질환 치료제까지 공급 지연이 반복되면서 적절한 의약품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다. 대부분 저렴한 해외 원료에 의존하거나 수익성을 이유로 제약사가 생산을 줄이거나 늘리지 않은 결과다.

세계 여러 국가들은 현행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적인 체제에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이윤이 아니라 필요에 따른 의약품 생산 체계를 확보하기 위해 공공제약사 설립에 나서야 한다.

 

1) 공공제약사를 설립해 필수의약품 및 기타 공중보건위기 대응을 위한 의약품 생산체계를 확보해야 한다.

 

2) 공중보건위기 및 초고가 의약품의 독점권 남용을 대비하여 의약품 특허권 및 자료독점권에 관한 요건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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