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의약품 정책질의에 대한 정당별 답변 및 거대양당의 의약품 공약 비교

- 국민의힘, 산업 육성에 편중하여 미래 건보재정 및 첨단재생의료, 비대면진료 위험성은 외면

- 건약 제출한 9가지 질의에 녹색정의당, 새로운미래, 기본소득당, 진보당, 노동당는 모두 동의

- 거대 양당은 품절약과 고가약 접근성이라는 닥쳐있는 현실 문제 해결하자는 건약 질의서 외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는 학계 및 시민사회단체들 공히 정책실종 선거라는 비판들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특정 정당에서 공약을 제시하면 다른 정당에서 대응 공약을 내놓는 형태의 경쟁이 이뤄졌지만 이번 총선은 정책경쟁은 실종되었다는 평가다. 2024년, 켜켜이 쌓여있는 각종 사회적 현안들은 도외시한 채 서로의 심판을 키워드로 하는 선거문구들이 난무하고 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이하 건약)는 22대 총선에서 주목해야 할 의약품 정책들을 살피기 위해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정책공약을 평가하고, 지난 3월 19일에 전달한 정책질의서에 대한 각 정당의 답변을 정리하였다.

 

2024년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주목한 의약품 정책 이슈는 크게 4가지이다. ① 의약품 수급불안정 해소, ②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 ③ 비대면진료 제도화, ④ 희귀·중증질환 고가치료제의 급여화가 그것이다. 하지만 각 이슈에 대한 두 정당의 입장은 달랐다.

먼저 2022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의약품 수급불안정 문제는 대한아동협회가 기자간담회를 하고, 지역 및 대한약사회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설문결과를 발표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다. 건약도 사안의 심각성에 주목하여 지난 3월부터 매주 ‘이주의 품절약 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다. 정부는 품절약의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민관협의체도 진행하고 있지만, 약가인상 이외에 뾰족한 방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공약집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자 ‘국가투자확대’와 ‘제약기업의 사회적 책임성 강화’를 내세웠다. 필수·퇴장방지의약품 생산시설에 대한 지원 및 비축을 확대하거나 국산 원료 사용 완제의약품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를 구체적 방안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공공제약사 및 의약품 유통공사를 설립하여 안정적인 의약품 공급체계 구축도 약속하고 있다. 민주당의 공약은 정부책임하에 생산 및 유통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을 마련하겠다는 측면에서 일정부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제약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라는 공약 제목과 다르게 세부실천 방안에는 제약기업의 책임을 강조하는 공약은 찾을 수 없었으며, 자급화 기술개발 지원, 생산시설 지원, 약가 인센티브 확대 등 늘 그렇듯이 제약산업 지원금을 늘리는 형식의 공약을 반복하고 있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급불안정 해소방안이 구체적이다. 수급불안정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대응하기 위한 공급관리위원회를 설치하며, 국가비축의약품 품목을 확대하여 제약사가 적정 재고를 확보하게 한다는 공약들을 담고 있었다. 이는 민주당이 제안한 제약사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실현방안에 더 가깝다. 하지만, 민주당과 유사하게 필수적 치료제를 생산하기 위해 생산인프라 지원, 자급화를 위한 기술개발, 원가보전을 위한 약가인상 등 제약산업 지원을 위한 공약들도 나열하고 있었다. 한국은 OECD 국가들 중 스위스와 함께 제네릭의약품 가격이 가장 높은 국가로 알려져 있다. 제네릭의약품 시장이 영세한 국내 제약기업에 의존하고 있으며, 수십개 회사가 같은 성분의 의약품을 생산하더라도 가격을 낮추기 위한 경쟁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다른 국가에 비해 비싼 제네릭의약품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의약품 품절사태를 계기로 회사들은 수차례 약가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며, 50개가 넘는 의약품들이 약가가 인상되었거나 인상될 예정이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고 민간기업이 의약품 공급안정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 정부가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면 민간기업은 더 더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시장경제의 원리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에 관한 공약이다. 한국은 김대중 정부이래로 제약산업은 늘 신성장동력을 가져올 산업으로 각광받았으며, 특혜가 이뤄지는 주요한 산업 중 하나였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과학계 카르텔이라며 2024년 R&D 예산을 수조원이나 감축하였지만, 제약·바이오 연구개발비 예산은 10% 이상 늘렸다. 게다가 제약기업들은 세제 및 연구개발비 지원, 약가우대, 융자지원 등의 정책으로 연간 수천억원의 지원을 받는다. 그럼에도 제약산업 생산액은 대부분 국내 내수산업으로 사용된다. 전체 의약품 생산액은 25조원에 달하지만, 바이오시밀러 및 백신 관련한 수출액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전체 제조업이 수출하는 금액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실상 대부분의 국내 제약기업들은 내수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매년 수천억원의 예산을 지원하며 제약산업 키우기 정책에 여념이 없다. 이번 총선 공약도 마찬가지이다. 민주당은 전략적 R&D 투자시스템을 구축하고 성과도출형 지원체계 강화를 약속했으며 신약개발을 위해 공공 빅데이터(사실상 개인 건강정보를 포함할 것으로 추정)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늘 그렇듯이 국내신약 개발을 위한 맞춤형 약가제도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국민의힘도 AI 기반 신약개발 및 의사과학자를 육성하고 바이오 제조 공정을 첨단화하는 지원사업, 서울대 병원 임상데이터를 기반으로 미국 MIT와 공동으로 바이오 연구에 협력하는 정책 등을 약속하고 있다. 게다가 국민의힘은 줄기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와 같은 첨단재생바이오산업의 육성과 관련한 공약도 담고 있다. 전주기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고 임상연구 및 비임상시험 비용을 지원하거나 임상시험 및 상업화를 위한 제도개선도 약속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첨단바이오기업들 중 2019년 이후 수출에 성공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2019년 허가된 카티라이프 이후 5년째 식약처에서 허가받은 신약도 없다. 오히려 정부의 육성정책을 믿고 투자했다가 엄청난 돈을 잃은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으며, 효과성 및 안전성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치료제를 사용하고 피해받는 환자들도 늘어날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첨단재생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겠다며 각종 규제완화 및 연구 지원을 약속하는 것은 국민들을 속이는 행위와 다름없다.

 

세 번째는 비대면진료 제도화이다. 윤석열정부 하에 이뤄지고 있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은 최근 의정대란을 이유로 모든 규제들이 풀리면서 사실상 무법지대와 같은 상황이다. 비급여의약품의 경우 처방전이 위조될 가능성이 있으며, 너무나 쉽게 수십개의 의원을 방문할 수 있어 의약품 오남용 및 전문의약품을 재판매하는 사례에 대한 우려도 높다. 특히 플랫폼업체들은 여드름약, 탈모약 등의 처방을 부추기며, 의료시장을 왜곡하는 사례들도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여러 안전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민주당은 공약으로 안전한 비대면 진료를 마련하고자 시범사업을 중단하고, 비대면진료의 범위와 기준을 명확히 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또한 플랫폼 사업자의 규제 및 처방전 위조를 방지하기 위한 전자처방전 전환, 의료정보 보호체계 강화도 약속하고 있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비대면진료의 편의성을 강조하는 공약들을 내세우고 있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통해 제도화하고, 약배송 등으로 국민불편을 해소하겠다는 방안이 골자이다. 다만 안전문제에 대해서는 ‘가이드라인’, ‘개선방안’이라는 추상적인 내용으로 대충 얼버무리고 있다.

 

네 번째는 고가치료제에 대한 급여화 문제이다. 최근 연간 치료비용이 수천만원, 수억원에 달하는 의약품이 허가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2022년 3.6억원에 달하는 킴리아, 19.8억원에 달하는 졸겐스마가 건강보험에서 급여화되면서 환자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와같은 고가치료제의 급여화는 건강보험 재정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한국은 2014년 약가제도가 바뀌면서 고가치료제들이 대거 급여화되기 시작했다. 2014년 당시 약 5천억원 수준인 고가치료제 약제비가 7년이 지난 2021년에 3배 이상 증가한 1조 7천억원에 달하고 있다. 특히 최근 3년간 약 7천억원이 증가하였으며, 2022년 급여화된 킴리아, 졸겐스마 등을 고려하여 고가약 약제비는 앞으로 보다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대안들은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으며 이번에 민주당과 국민의힘도 관련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모두 건강보험 재정 이외의 기금을 마련하여 고가약 급여를 지원하는 방안에 찬성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기금의 재원은 어디서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또한 환자들의 의약품 부담을 낮추기 위해 민주당은 희귀·중증 난치성질환의 산정특례부담률을 인하할 것을 약속하고 있으며 국민의힘은 전체 의료비부담을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활용되는 재난적의료비 지원금을 상향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또한 빠른 급여결정을 위해 민주당은 급여등재제도 개선을, 국민의힘은 신속급여를 약속하고 있다. 신속급여는 일반적으로 의약품이 허가되는 동시에 건강보험에서 급여가 되도록 제도화한 뒤 사후적으로 의약품 가격을 통제하는 방식을 뜻한다. 하지만 국내 식약처가 2019년 인보사처럼 안전하지 않거나 효과성이 없는 의약품을 허가하는 부실한 허가절차에 대한 비판을 수차례 받은 바 있다는 점과, 신속급여로 환자들이 약을 이미 사용하고 있는 경우에 정부는 이후 약가결정 과정에서 사실상 제약사가 요구하는 약값을 그대로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사후 약값 통제는 불가능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은 신속급여 이외에도 혁신성과 보상체계 마련, 제약사 인센티브 제공 등 최대한 제약사에 유리하게 의약품 가격을 결정할 수 있도록 여러 공약을 제시하고 있지만, 고가약 부담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문제 및 미래세대 부담이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이상 네 가지 측면에서 두 정당의 총선 공약을 정리하였으며, 아래 별첨자료를 통해 정당공약을 표로 정리하였다.

 

건약은 지난 19일 다음의 내용을 담은 정책질의서를 각 정당에 전달하였다. 첫째, 지난 20여년간 제약산업이 누려온 특혜의 결과가 현 품절약 현상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혁신형제약기업 등 각종 지원정책들을 철회하고, 공공자금의 지원을 받는 연구는 최종 개발성과가 발생했을 때 일정부분 공공이 통제하여 국민들이 그 성과를 누릴 수 있도록 제약산업법 및 연구개발 지원 관련 법안의 개정에 동의하는지 질의하였다.

둘째, 윤석열정부에 들어 약사법을 우회하여 혁신형제약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식약처가 시행하고 있는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지원체계(GIFT)를 금지하고, 첨단재생약물의 연구대상자의 제한 철회 및 임상연구 단계 첨단재생 약물을 환자에게 돈을 받고 팔 수 있게 한 첨단재생바이오법의 개정에 동의하는지 질의하였다

셋째, 의약품 품절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성분명처방 시행을 위한 의료법 및 약사법 개정에 동의하는지 질의하였다.

넷째, 의약품 품절에도 불필요한 환자들이 약을 처방받는 사태를 막기 위해 수급관리의약품으로 지정된 경우 급여기준을 강화하여 구체적으로 진료지침에 맞지 않게 처방되는 약은 급여되지 않도록 관련 법안 개정에 동의하는지 질의하였다.

다섯째, 반복되는 품절문제와 제약사의 GMP 품질관리 위반 등의 부정들을 해소하고, 필수적인 치료제의 국가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공공영역에서 통제가능한 의약품 생산시설을 확보하고 몇몇 성분 약물의 생산을 완전히 공공생산으로 전환하는 방안에 동의하는지 질의하였다.

여섯째, 공급관리가 필요한 의약품의 수급관리를 위해 제약사의 보고의무를 강화하고, 식약처 및 심평원에서 수집되는 생산, 유통, 판매, 처방에 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통합하며, 긴급상황을 대비하여 제약사가 적정분의 재고보유를 의무화하는 방안에 동의하는지 질의하였다.

일곱째, 국내법상 국제기준보다 과도하게 보호되고 있는 특허권을 제한하고 부실한 특허등록을 막기위해 특허요건을 정비하여 고가치료제의 독점권을 견제하는 법안 개정에 동의하는지 질의하였다.

여덟째, 약사법 상 의약품 독점을 보장하고 있는 자료독점권의 과도한 독점기한을 미국 수준으로 조정하고, 특허권과 동일하게 공공의 이익 실현을 위해 자료독점권을 제한할 수 있는 법안 개정에 동의하는지 질의하였다.

아홉째, 국제적으로 필수의약품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국민들이 도입을 요구하고 있는 약제에 대하여 제약사의 허가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정부가 직접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긴급생산제 마련 및 1호 대상 약물로 유산유도제인 미페프리스톤을 지정하는 것에 동의하는지 질의하였다.

 

다음의 정책질의들에 대하여 녹색정의당, 새로운미래, 기본소득당, 진보당, 노동당은 모든 질의에 동의한다고 답변하였다. 하지만 국민의힘, 민주당, 개혁신당은 건약이 보낸 정책질의서에 답변을 제출하지 않았다. 개혁신당은 정책질의서 발송 당시 어수선한 분위기에 건약에서 보낸 이메일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변하였으며, 민주당, 국민의힘은 답변을 재차 요구했지만 끝내 제출을 거부하였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국회의석 대다수를 차지하는 거대 양당임에도 유권자의 알권리를 무시하며, 의약품 정책에 대한 솔직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이다. 의약품 품절과 고가약 접근성이라는 닥쳐진 현재 문제에 공감하고,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 이러한 답변 거부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국민의 현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질의서에 외면한 두 정당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

 

 

2024년 4월 5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 별첨1 : 민주당 및 국민의힘 의약품 관련 정책비교

▣ 별첨2 : 정당별 정책질의서 답변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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