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늦은 밤 갑자기 아픈 서울 시민도 약국에 가고 싶다

- 공공야간약국 예산 전액 삭감한 서울시를 규탄한다

 

 

서울시는 각 자치구에 보낸 공문에서 공공야간약국 운영사업 예산 미확보로 인한 공공야간약국 사업 종료를 안내했다.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2024년부터 공공야간약국 운영 사업을 종료한다는 것이다.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 공공 심야·야간약국은 평일, 주말과 공휴일을 가리지 않고 새벽 1시까지 약국 문을 열어두며 늦은 밤 응급실을 찾기 어려운 서울시민들의 의약품을 전달했을 뿐만 아니라 의약품 관련 상담 및 지역사회 의료안전망을 지키는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늦은 밤 갑자기 찾아온 발열이나 복통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응급실은 방문해도 수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공공 심야·야간약국 새로운 대안이 되어가고 있었다.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유럽에서 유학생들이 야간에 열려있는 약국을 통해 비상약을 구매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들처럼 한국만의 특별한 제도도 아니다. 지난 의약품정책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야간약국 이용자의 92.4%가 제도에 대해 만족했으며, 점수로 환산 시 5점 만점에 4.5점을 받을 정도로 높은 만족도를 받은 바 있다. 경기도는 96.7%, 제주도와 같이 관광객이 많은 곳에서는 95.7%가 심야 약국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었다. 심지어 2023년 국무조정실에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민생 규제 혁신의 대표사례 중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정책으로 ‘공공 심야·야간약국의 확대’가 꼽히기도 하였다. 시민의 의료안전망 개선에 대한 성과를 인정받아 공공 심야·야간약국 정책은 보건복지부에서 2025년부터 본사업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역설적이게도 서울시에서 갑작스럽게 시민들의 바램과 역행하여 공공 심야·야간약국을 폐지하려 하고 있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우려와 대해 설명자료를 통해 안전상비약을 구매하거나 서울 시내에 밤늦게 여는 다른 약국을 이용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편의점을 통한 안전상비의약품 구매는 아픈 사람이 증상과 필요한 약에 대한 판단을 스스로 갖춰야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편의점에서 안전한 의약품 접근을 달성하기 어렵다. 또한 서울시가 설명하는 공공 지원을 받지 않는다는 야간 약국은 저녁 10시 이후까지 열려있더라도 대부분 11시 전에 문을 닫으며, 주말 운영도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공공야간약국은 대부분 365일 약국을 영업하며, 빨라도 새벽 1시까지 열려있기 때문에 공공야간약국의 대안이 되기 어렵다. 약국은 단순히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다. 의약품 및 보건의료정보를 제공하며 시민에게 의약품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상담하면서 필요시 응급실로 환자를 안내할 수 있기 때문에 공공야간약국 운영이 사회적 안전망인 것이다.

 

서울시의 정책 결정과정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시민들의 편의 및 의료 안전망을 강화하는 정책을 서울시가 관련 부서 및 단체와 논의도 없이 제거했다. 일선 보건소와 약사회는 사업 중단 발표를 공문을 통해서 처음 사업의 예산 폐지 소식을 들었다. 정책의 존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한번이라도 보건소 및 대한약사회, 시민, 시민단체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했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늦은 밤 아프다고 응급실을 갈 필요는 없다. 공공야간약국은 응급실까지 갈 필요없은 경우 최선의 대안이자, 의료안전망을 구현하기 위한 필수적 정책이다. 공공 심야·야간 약국의 폐지는 심야시간 대 1차 보건의료의 공백을 초래하고, 바쁘고 손이 부족한 응급실 운영의 부담까지 이어질 것이다. 서울시는 대의도 실리도 없는 예산 삭감을 멈추고 공공 심야·야간 약국 운영을 위한 예산을 재배치하라. 매번 민간주도, 규제혁신, 투자개발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 대관람차 서울 트윈아이(twin eye)에서 지자체의 역할을 찾을 게 아니라 서울에 살고있는 아이들의 안녕한 밤을 제공할 의약품 접근성에서 지자체 역할을 확인해야 한다.

 

 

 

2023년 12월 26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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