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약품 안정공급 약속했는데 국가필수약 안정공급예산은 전액 삭감
- 제약산업 육성 및 신약개발 목적 예산은 3천억 원, 그런데 의약품 안전을 위한 투자는 얼마나?
- 낙태죄 폐지 3년, 재생산 건강을 위한 보건복지부 예산은 0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9일 2024년도 예산안을 상정하고, 구체적인 예산 심의를 진행한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이하 건약)은 예산안 심의에 앞서서 의약품 관련한 예산을 분석하고 건강권 실현 목적의 의약품 접근이라는 관점에서 이번 2024년 예산안을 분석하고 의견서를 제출하였다.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 및 지원과 관련하여 기존 연구중심병원육성사업(약 605억 원), 국가신약개발사업(약 579억 원), 제약산업 육성·지원사업(약 359억 원), 범부처 재생의료 기술개발사업(약 353억 원), 글로벌연구협력 지원사업(약 287억 원), 전자약기술개발사업(66억 원), 약물전달치료기술개발사업(약 76억 원), 바이오헬스투자인프라연계형 R&D사업 (약 27억 원)과 더불어 새롭게 한국형 ARPA-H프로젝트사업(495억 원), 연합학습기반 신약개발가속화프로젝트 사업(약 23억 원) 등 엄청난 규모의 연구개발비를 확대하고 있다. 31개 부처 중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연구개발비 예산안만 증액 편성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눈에 띄는 재정투자라 할 수 있다.
건약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신약 개발 및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한 예산안 보다는 소액이지만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예산안에 대해 분석하였다.
첫째, 보건복지부와 식약처는 의료현장에서의 의약품 수급불안정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예산 집행을 서둘러야 한다.
공급중단 및 공급부족으로 식약처에 보고된 약물은 2022년 총 247개였으며, 2023년은 상반기에만 172개였다. 하지만 식약처의 2024년 예산안에서 국가필수의약품의 안정공급 예산이 전액 삭감되었다. 2023년 6품목에 대해 위탁제조를 통해 의약품 수급을 개선하기 위해 10억원이 배정되었음에도 이를 삭감한 것이다. 건약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대응해야 할 약물을 최소 25개로 가정하여 약물당 3억원씩 75억원을 추가 배정할 것을 요구하였다.
또한 품절약 사태와 관련하여 약국에서 많이 호소하는 어려움 중 하나는 품절이 언제 해소될 수 있는지 또는 품절 관련한 상황을 환자 및 처방의사에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결국 의약품 수급상황에 대한 정보의 투명성을 개선해야 한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를 통해 유통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대부분 의료현장에서 이에 대해 잘 인지하지 못하며, 막상 홈페이지를 찾아서 들어가도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파악하기 매우 어려운 구조이다. 건약은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 홈페이지를 전면 재구축하여 약국이나 의료기관 뿐만 아니라 환자도 쉽게 품절상황과 언제 해소될지에 대한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을 증액할 것을 요구하였다.
둘째, 의약품 안전관리 및 부작용 피해구제를 위해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 들어 식약처는 혁신제품의 신속심사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신속하게 의료제품 허가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작 의료제품의 심사를 담당하는 인허가 심사관에 대한 예산은 수년째 증액하지 않고 있다. 미국 및 유럽은 수천명에 달하는 인허가 심사인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최근에도 계속 증원을 목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약 300명에 불과하며 수년째 정체되고 있다. 그럼에도 식약처는 신속심사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으며, 관리해야 할 임상시험은 매년 늘어나고 있고, 국제 규제에 조화되기 위해 제약사가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안전관련 보고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기존 형태와 다른 방식의 의료제품이 확대되면서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는 전문적인 심사인력도 필요하다. 식약처는 업무 부담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에도 국내 심사인력은 확대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2024년 예산안에서 임상시험 정보등록 및 보고서 검토 인력은 7명에서 3명으로 줄어들었다. 2024년 의료제품 관련한 심사인력을 일본 수준인 500명을 목표로 확대하기 위해 관련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
또한 허가된 의약품으로 부작용 등의 피해를 겪었을 때 이를 구제하는 기금이 10년 전부터 마련되어 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전혀 알지 못하고 있으며, 수년째 피해구제 사례는 연간 단 100여건에 불과하다. 의약품 부작용으로 피해를 받은 국민들이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도록 안내 및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야 하지만 관련 예산은 단 8천만원에 불과하다. 올해 마약류 안전에 광고 예산이 3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매우 소액이다. 사람들이 제도 인식이 높아질때까지 적극적으로 홍보예산을 집행해야 한다.
셋째, 약국의 공공성을 확대하기 위한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
야간에 배가 아프거나 열이 나는 정도의 환자는 쉽게 응급실을 방문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 정부는 공공 심야약국 운영을 지원하여 필요한 상담을 제공하거나 의약품 접근성을 보장하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관련 연구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2024년 예산안에 지원받는 약국의 수가 76개소에서 64개소로 감소하였다. 정부는 국민들의 사각지대에 의약품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지원 약국을 점차 확장해야 하며, 향후 지방자치단체에 최소 1곳 이상 심야약국이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
반면에 코로나19 시기에 한시적으로 운영되었던 비대면 진료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으로 명목은 유지되고 있지만, 여전히 비대면 진료 형태에 대한 합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또한 비대면진료와 필연적으로 연결될 약배달서비스는 지역에 있는 약국들이 거리에 상관없이 통폐합됨으로서 각 지역에서 약국이 가지는 공공성이 훼손될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비대면 진료 플랫폼 구축 및 관련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2024년도 예산안이 작년에 비해 약 60억원 증액되어 190억 원의 예산이 책정되었다. 비대면 진료와 관련한 연구들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의 기술실증에 대한 투자보다 오히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서 우려되는 개인의료정보 등 민감한 개인정보의 유출 위험을 낮추거나 공공의료가 디지털 헬스케어를 제공하기 위한 연구로 전환되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
넷째, 재생산 건강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2019년 낙태죄의 헌법불합치 결정이후 사회적으로 여성의 재생산건강 보장이 주요한 이슈가 되었다. 관련 실태조사도 진행하고 임신중지를 안내하는 홈페이지도 개설하는 등 보건복지부 차원에서의 재생산 건강 관련한 예산은 조금이라도 마련되어 왔다. 하지만 2024년 예산안에서 재생산 건강과 관련 내용은 모두 실종되었다. 아직 임신중지를 고민하는 많은 여성들은 관련 정보를 파악하기 힘들며, 임신중지서비스를 상업적으로 제공하는 의료기관이 마련한 홈페이지를 통해 어렵게 관련 정보를 파악하는 수준이다.
건약은 정부 차원의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홈페이지 개설 및 재생산 건강을 보장하기 위한 상담서비스 등의 연구들을 지속확대할 것을 요구하였다.
건약은 수천억 원에 달하는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에 관한 예산 이외에 의약품 관련한 예산안에 집중하였다. 국회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품절약 사태와 관련한 예산, 개발속도만 앞세우는 신약의 신속심사로 소홀히 되는 안전관리 관련한 예산에 대한 확보를 위해 집행될 수 있도록 예산안 심의에서 검토할 것을 요청한다.
2023년 11월 9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 붙임 : ‘보건복지부 및 식품의약품안전처,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영계획안’에 관한 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