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연][논평]의료민영화가 ‘민생경제’? 감염병 유행과 생계 위기 방치하면서 기업을 위한 의료민영화 종합선물세트 내놓은 윤석열 정부

지난 27일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제4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어 ‘바이오헬스 산업혁신방안’을 내놓았다. 28일에는 기재부가 ‘경제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그런데 ‘비상경제’를 내세운 것과 달리 정부가 발표한 것들은 고물가 시대 대다수 사람들이 겪고 있는 생계비 위기 해결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거꾸로 민생경제를 파괴할 내용들이다. 의료를 이용해 돈벌이를 하려는 민간 업체들과 대기업을 위해 정부가 우리의 안전과 건강, 개인정보를 위한 공적 규제를 무너뜨리는 의료민영화 정책들이기 때문이다.

 

첫째, 영리기업들에 건강관리와 나아가서는 의료시장을 열어주려는 시도이다.

정부는 ‘비의료건강관리서비스 범위 확대’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의료행위와의 구분이 어려워 의료법 위반 소지 등 불확실성이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정부가 인정한 것처럼 건강관리와 의료행위는 엄격히 구분하기 어려운 것이다. 예컨대 만성질환은 관리가 곧 치료이다. 영리기업들은 궁극적으로 의료산업에 진출하는 통로로 건강관리서비스시장이 열리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한국은 영리병원이 금지된 나라인데 ‘건강관리서비스’는 그것을 우회하려는 중요한 의료민영화 정책 중 하나이다.

상업적 건강관리서비스는 보험회사가 의료기관을 지배하는 중요한 통로도 될 수 있다. 이는 광범위하게 허용되면 미국식 의료민영화로 가는 길이 될 것이다. 즉 공적 건강보험의 대폭 축소와 민간의료보험의 지배로 나타날 것이다. 이것은 재앙이다.

정부가 할 일은 건강보험법 상 공적보험의 보장내용인 예방과 건강증진을 복지정책으로써 국가 책임 하에 제공하고, 무한 돈벌이를 추구하는 기업을 상대로 공적 의료제도를 지키는 것이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그 반대를 하려 한다.

 

둘째, 시민들의 개인 의료정보, 건강정보, 유전정보를 기업에 넘겨주려는 전방위적 시도이다.

‘건강정보 고속도로’는 건강보험 공단 등의 공공의료데이터, 병원 진료기록,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수집된 건강정보, 그리고 유전체 정보 등을 한 데 모아 민간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만들겠다는 플랫폼이다. 건강정보를 넘기는 것이 가져올 손해를 따져보기 힘든 개인들이 쉽게 이러한 정보를 민간기업에 넘길 수 있는 창구를 정부가 나서서 만들어주려는 것이다. 기업들은 데이터를 이용하여 각종 상업적 이익을 챙길 수 있지만 개인들로서는 프라이버시와 정보인권 침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불평등한 사회에서 ‘개인의 동의’라는 것은 매우 취약할 수 있기 때문에 정보 처분을 단순히 시장의 개인에게 내맡겨버리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고, 오히려 이런 정보를 잘 보호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다. 그런 최소한의 보호장치 중 하나로 현행 의료법은 개인이 동의해도 민간기업이 진료기록을 제공받을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는데 이번에 윤석열 정부는 이 규제도 없애버리겠다고 발표했다.

또 정부는 의료정보도 가명처리만 하면 개인 동의 없이 민간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발표했다. 가명정보는 다른 정보와 결합되면 쉽게 개인 식별가능한 정보이다.

개인의 정보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하고 보호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가장 민감한 건강정보·의료정보를 기업에 넘기려 한다.

 

셋째,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의료기술을 도입하려는 시도이다.

정부는 비침습 ‘혁신의료기기’는 신의료기술평가 없이도 의사가 비급여로 환자에게 쓸 수 있게 하고 평가절차도 390일에서 80일로 줄이겠다고 한다. ‘혁신의료기기’ 제도 자체가 의학적 근거가 희박한 의료기기를 통과시켜주기 위해 업체들 민원에 따라 만든 제도인데 윤석열 정부는 이를 더 누더기로 만들겠다고 한 것이다. 침습적이지 않더라도 진단과 치료에 쓰는 기기는 정확하고 효과가 있지 않으면 환자에게 해를 끼친다는 건 상식이다.

‘규제샌드박스’는 안전과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기업 상품을 기존 법령을 무시하고 허가해주는 초법적 제도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바이오헬스에 특화된 제도로 만들겠다고 한다. 환자의 생명과 안전은 기업 돈벌이에 뒷전인 것이다.

이럴 거라면 정부는 뭐하러 존재하는가? 윤석열 정부 식약처와 복지부는 환자의 안전을 위한 규제당국이 아니라 기업지원 위원회라고 고백한 것이나 다름 없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은 공통적으로 네이버, 카카오, 삼성, SK, KT 같은 IT 대기업들이나 삼성, 한화, 롯데 등 민간보험사, 그리고 난무하는 온갖 신생 플랫폼 기업들이 위기를 틈타 의료에서 한 몫 하려는 돈벌이 사업을 지원하는 것일 뿐이다. 이를 위해 영리병원 금지 규제도 점차 허물고 개인의 정보도 희생시키고 의료기기 인허가 규제도 파괴하려 한다. 게다가 닥터나우 같은 원격의료 플랫폼 기업들을 만나 가이드라인까지 만들어 준 것은 돈벌이를 대놓고 용인하는 셈이다. 그러면서도 가이드라인은 법적 효력은 없다면서 환자 유인알선 행위는 눈감아 주려는 태도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금 사람들의 생계위기도 외면하고 방역도 각자도생 운에 맡기고 있다. 기업·부자감세와 긴축정책을 펼치면서 말이다. 이 와중에 의료민영화까지 발표한 윤석열 정부는 민생이 아니라 기업과 부자들을 위한 정부라고 대놓고 선언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런 식이라면 20%대의 지지율 하락이 최악이 아닐 수 있음을 곧 깨닫게 될 것이다.

 

 

2022년 8월 2일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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