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의동맹][성명] 정의로운 에너지 체제 전환을 향한 투쟁을 시작하자

- 인수위의 전력 민영화 계획 규탄한다

 

지난 4월 28일 대통령직인수위는 ‘에너지 정책 정상화를 위한 5대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인수위가 밝힌 정책의 기본 방향은 ‘에너지 시장 기능 정상화’이다. 이에 따른 정책 골자는 ‘원전 확대’와 ‘시장기반 수요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에너지 민영화 추진 계획이다. 특히 “에너지 수요 효율화를 시장 기반으로 적극 추진하고 경쟁과 시장 원칙에 기반한 에너지 시장 구조 확립을 추진”하겠다는 인수위의 발표는 에너지 민영화와 시장화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돈벌이 수단이 되어가는 ‘에너지 체제’가 문제다

인수위 발표 이후, ’실현가능한 탄소중립’이라는 용어를 써가며 ‘원전 확대’에 골몰하고, 에너지 민영화와 시장화를 다시 추진하겠다는 윤석열 정부 계획에 대한 비판이 들끓고 있다. 그런데 조금은 다른 반응도 있다. 환경운동가 출신의 민주당 국회의원은 인수위 발표에 대해 전기요금 정상화와 전력시장 개방이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인 구조개혁이며 에너지 민주주의라며 화답했다. 인수위가 발표한 ‘전기요금 원가주의 원칙 확립’에 대해서도 전기요금 ‘정상화’를 통해 에너지 수요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며 호응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원전 확대, 에너지 시장화, 전기요금 원가주의는 각기 다른 차원의 에너지 문제이다. 하지만 바로 지금 이 모든 것들이 ‘에너지 민영화’라는 밑그림 속에서 배치되어, 자본이 이윤을 쌓기 위한 제도이자 구조로 작동하는 것이 문제이다. 전기요금 원가주의는 ‘에너지 민영화’라는 큰 그림에서는 전력산업에 뛰어들 자본에게 이윤을 보장하기 위한 ‘정상적’인 전력상품가격 책정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미 한전이 민간발전사업자들에게 초과수익을 보장하며 전력을 구매하고, 재벌 대기업에게 각종 감면 혜택으로 저렴하게 전기를 제공하면서 수조 원의 적자를 떠안고 있는 것을 시민들이 직접 지불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가 정부에 의해 처음부터 민영화 방식으로 육성되면서 에너지 시장화 확대가 재생에너지 확대와 동일시되는 왜곡이 발생했다. 사실 한전이 보조금을 지급하면서까지 재생에너지를 민간자본에게 맡겨야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오직 에너지 시장화, 민영화를 위해서였다. 그 결과 공공에 의한 신속하고 계획적인 전환이 아니라, 재생에너지가 화력발전, 원자력발전과 경쟁하며 판돈을 키우는 전력시장이 만들어지게 됐다. 원전 확대도 마찬가지다. 인수위는 원전 산업생태계를 복원하고 수출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한다. 한수원은 공기업이지만 탈원전, 폐로와 같은 공공적 이해와는 더욱 무관하게 된다. 국가의 보증을 받는 기업이 되어 전력시장에서 경쟁하고 규모를 키우고 이윤을 쌓으려는 거대 자본의 행태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공공적·민주적·생태적 에너지 체제 전환’을 위한 투쟁을 시작하자

사실 인수위의 에너지 정책 방향은 이전 정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김대중 정부 이후 역대 정권은 ‘에너지 민영화’라는 큰 그림을 공유하고 이를 꾸준히 추진해왔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투쟁과 시민들의 반대로 본격화되지 못했다. 그런데 에너지 시장화가 재생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기후위기를 내세우며 등장하기 시작했다. 돈벌이 할 자유를 에너지 민주주의라고 착각하는 사람들까지 나타났다. 

자본주의 성장체제에 대한 비판과 체제전환의 요구가 커지는 기후/생태위기 시대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넘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이뤄야 한다. 이는 에너지 시장화와 민영화가 아닌 정의로운 에너지 체제 전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때 에너지는 상품이 아닌 기본권이며 모두가 함께 누리고 생산하는 공공재이다. 생태적 한계 내에서 생산/소비되며, 노동자와 지역주민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생산방식과는 단호히 절연한다. 바로 ‘공공적·민주적·생태적 에너지 체제 전환’이다. 해고 위기에 처한 발전 노동자와 난개발에 맞선 지역 주민들이 이윤을 위한 에너지 체제에 맞선 싸움을 이미 시작했다.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은 이 싸움에 함께 하며 더 큰 연대와 연결을 통해 ‘정의로운 에너지 체제 전환’을 향한 사회적 투쟁을 시작한다.

 

2022년 5월 2일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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