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환자의 생명을 앞세운 의약품 접근권 요구는 정부가 아니라 제약회사에게 해야 한다

출처: 로이터통신

- 노바티스는 공공의 이름을 빌린 연구로 이윤최대화를 노리는 제약업계의 화천대유인가?

- 국회는 의약품 가격 투명성을 높이는 법안마련이 우선이다

- 정부는 노바티스와의 양자협상보다 국제사회 연대를 먼저 요청해야 한다

 

 

지난주와 지지난주 2021년 보건복지위원회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에서 킴리아와 졸겐스마 등 초고가 신약에 대한 급여등재 여부가 논의되었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주로 정부의 신중한 급여등재 결정에 비판하며, ‘사전 승인제도’, ‘재정 외 추가 기금 마련’을 제시하며 건강보험의 신속한 등재를 요구하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제약회사의 과도한 탐욕을 비판하는 국회의원은 없었다.

 

국정감사에 등장한 킴리아, 졸겐스마의 개발사는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다. 그리고 2002년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의약품 가격문제로 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했던 사건을 일으켰던 제약사도 노바티스였다. 20년전 물었던 질문을 우리는 다시 던질 수 밖에 없다. 환자의 생명을 이용해 부를 축적하는 방식은 온당한가? 노바티스가 요구하는 수억원 또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킴리아와 졸겐스마의 구매가격은 온당한가?

 

백혈병 치료제인 킴리아는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를 추출하여 유전자 조작 등을 통해 특정암세포에 잘 반응하도록 변형시켜 몸에 재주입하는 치료제이다. 미국의 공공연구기관에서 처음 연구하기 시작된 CAR-T 방식의 치료제는 공공영역에서는 20년도 더 된 기술이다. 킴리아 또한 미국 주립대학인 펜실베니아 대학의 연구소에서 개발한 치료제이다. 공공기관에서 연구되고 개발되었음에도 상업적 이익은 오로지 제약회사들이 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킴리아와 같은 CAR-T 방식의 치료제 비용도 나라별로 천차만별이다. 미국은 5-70만불에 달하지만, 중국은 7만불, 인도에서는 2만불 수준에서 치료가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어떤 비용이 적정한 가격인지 알기 어렵다.

 

척추성근위축증이라는 희귀질환 치료제로 개발된 졸겐스마는 바이오벤처인 AveXis에 의해 개발되었다. 원샷 치료라는 방식의 혁신성 덕분에 개발과정에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수많은 비영리 단체에서 5,000억원 이상의 재정적 지원을 받아 개발되었다. 하지만 졸겐스마 개발 도중에 노바티스는 AveXis를 9조원에 달하는 비용으로 인수했고 지금은 높은 인수비용을 핑계로 1회에 25억원이라는 가격을 요구하고 있다. 개발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가격 책정 조건을 마련하지 못했던 미국의 자선단체는 AveXiS를 상대로 법적 소송에 돌입한 상황이다.

 

노바티스는 킴리아와 졸겐스마를 이용하여 우리에게 엄청난 돈을 요구하지만, 우리는 노바티스에게 킴리아나 졸겐스마가 개발비용이 얼마나 들었고, 생산원가는 어느정도인지 잘 알지 못한다. 그리고 유전자치료제라는 특성상 요구되는 5년 이상의 장기적인 데이터도 알지 못한다. 지금 우리는 신속하고 과감한 급여등재보다 부당하고 탐욕적인 제약회사의 요구에 분노해야 하는 것이다.

 

고가의약품의 급여등재 여부에 대해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정부기관에게만 책임을 묻기 전에 국회는 국민들의 의약품 접근권을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자문해야 한다. 미국, 캐나다나 유럽은 높은 의약품 가격과 보험재정 문제로 약가의 투명성을 강제화 하거나 가격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법안을 내놓고 있는데 한국의 국회는 제약산업을 지원하는 방식의 약가 가산이나 신속한 등재를 논의하고 있다는 점을 돌아봐야 한다. 최근 거대정당과 제약회사와의 긴밀한 접촉과 국회의원들이 쏟아내는 산업 옹호적인 발언들에 혹시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까지 들게 한다.

 

최근 제약회사의 권력은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절대권력에 가까워지고 있다. 전세계가 전대미문의 감염병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2만원 안팎에 생산가능한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를 90만원에 파는 제약산업에게 누가 공정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국회는 정부기관을 비판하려면 오히려 독점적 지위로 천정부지 가격을 요구하는 제약회사의 이윤추구를 눈감아주는 것이 맞는지 살펴야 한다. 노른자 땅위에 공공기관과 손잡고 택지개발을 벌여 부동산 가격 차이로 수천억원의 불로소득을 벌어들인 세력과 공공연구 기반의 바이오 벤처기업을 인수해서 이윤최대화를 실현하고 있는 제약회사의 행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는 사회적 논의를 위해서라도 제약회사에 투명한 의약품 개발 및 생산 비용을 요구해야 한다. 또한, 실제 가격을 최대한 숨기는 위험분담제 방식의 의약품 가격결정방식도 개선해야 한다. 제약회사 요구에 끌려가지 말고, 특허 강제실시나 국제사회에 적극적인 연대요청도 필요하다.

 

건강보험 재정은 결코 정부의 쌈짓돈이 아니다. 제약회사의 적정이윤, 의약품의 적정한 가격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절실하다.

 

 

2021년 10월 18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Shar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