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 사회안전망 없는 방역정책 시효 다했다.

[기자회견]사회안전망 없는 방역정책 시효다했다.

 

 

- 생계·의료·소득·돌봄 해결 없는 방역단계 강화는 정부 기능 포기

- 사회를 멈추기 위한 행정력은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제반 조치와 병행되어야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국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국민들은 방역을 위해 오랜기간 일상을 포기해왔고, 경제적 피해가 쌓인 다수의 국민들이 생존의 위기에 몰리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거리두기 단계만 조정하며 방역 동참을 호소할 뿐, 거리두기로 인한 고통과 희생은 국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코로나 시국에서 정부가 제 역할을 다하지 않는 것에 분노한다. 거리두기 상향 시 발생할 피해는 정부가 책임지고 정책적 지원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시민의 생명과 경제적 피해가 상충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은 책임을 방기하는 정부의 핑계에 불과하다. 정부가 집합금지 등 강제조치를 실시하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재정·정책적 지원과 보상을 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정부의 역할은 거의 없었고 그 결과 폐업과 실직 등으로 ‘코로나 파산’에 놓인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방역지속을 실효성 있게, 제대로 하기 위해서도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 정부와 일부 언론은 ‘일부 자영업자들의 꼼수영업’을 비판하지만 이는 살아남으려면 일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일용직 노동자가 확진판정을 받고 잠적한 일도 있었다. 격리되면 일감이 끊길 게 더 우려됐다는 이유였다. 생활방역 1·2지침을 따라 아프면 쉬거나 일터에서 두 팔 벌려 거리 둘 수 없는 사람들도 수없이 많다. ‘고통스럽지만 사회생활을 멈춰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점잖은 주장에는 시민들이 거리두기를 하고 방역지침에 잘 따를 사회경제적 조건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현실이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정부는 ‘국민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동참하라’고 오직 말로만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방역조치는 공권력이 강제로 사회일부를 멈추는 대신 그에 대한 책임 역시 다하는 것이어야 한다. 정부는 잘못된 접근으로부터 최근의 방역 위기가 발생하지 않았는지를 진지하게 반성해야 한다.

이미 코로나19 유행이 1년 가까이 되었는데도 정부는 거리두기 단계별 지원 예산과 사회정책을 충분히 마련하지 않았다. 이른바 ‘핀셋 방역’이라면 그에 걸맞은 영역별 재정·정책적 지원도 제시되어야 하지 않는가? OECD 많은 국가들이 상당한 규모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유급병가와 상병수당을 확대하는 등 긴급 사회정책을 내놓고 있다. 캐나다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임차상인의 임대료를 75% 감면하고 정부가 일부를 보조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호주도 지난 4월부터 임차인의 임대료를 감액하고 임대인에게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의무행동강령’을 도입했다. 이탈리아는 해고를 금지하고 저소득층에 월 800유로(약 110만 원)을 지급한다. 반면 한국 정부는 이런 책임은 방기하고 침몰하는 팬데믹호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선장과 다를 바 없는 역할만을 하고 있다.

우리는 요구한다. 우선 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로 소득이 감소한 사람 모두에게 시급하고 충분하게 지급되어야 한다. 3조 원 규모로는 어림도 없다. 당장 희망 없이 살 길 막막한 서민들을 살려야 한다. 해고를 금지해 고용조건이 취약한 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한다. 재난 시기 임대료는 감면하거나 면제해야 한다. 금융기관의 이자징수도 일시 중지해야 한다. 방역에 대한 고통분담은 정부와 임대인, 금융기관이 함께 하는 것이 마땅하다. 돌봄 지원을 강화하고, 대면접촉이 불가피한 돌봄 인력을 대폭 충원해 노동량을 줄여야 한다. 아프면 쉴 수 있게 유급병가와 상병수당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 한국은 국가가 활용할 수 있는 병상이 부족해 환자의 소폭 증가로도 거리두기 단계를 급격히 높일 수밖에 없고 이는 시민 개개인의 방역희생전가로 이어지고 있다. 당장은 민간병상을 동원해 치료대응역량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 아울러 더 미루지 말고 공공의료기관 대폭 확충에 정부와 국회가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그간 거리두기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 정책적 대안 마련을 요구해왔다. 그래야 방역도 지속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시종일관 이를 모르쇠 해왔다. 2021년 예산이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하지만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사회안전망 강화 예산은 찾아보기 힘들다. 힘겨운 겨울이 예고되는 지금, 정부는 서민들의 생계위기를 해결할 방안을 시급히 내놓아야 한다. 긴급정책과 관련 재정을 즉시 마련하라. 거리두기 피해와 희생을 오롯이 개인에게 떠넘기는 일이 더 이상 없어야 시민들은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020. 12. 16.

건강과대안⋅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노인장기요양공대위⋅민주노총⋅보육더하기인권함께하기⋅참여연대⋅한국노총⋅한국비정규노동센터

Shar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