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19 백신 특허 ‘지적재산권 유예’, 문재인 대통령은 응답하라

[기고] 코로나19 백신 특허 ‘지적재산권 유예’, 문재인 대통령은 응답하라

- “모두가 공평하게 사용해야... ‘지구적 연대’ 필요하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이동근 사무국장


 

코로나19 위기는 어느 지역 어느 대륙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류 전체가 겪고 있는 위기다. 최근에는 확진자가 매일 확진자 30~40만 명, 사망자 4~5천 명 수준으로 증가하였다.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하지만, 다행히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 개발이 가시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백신 임상시험 결과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발표되면, 대량접종은 내년 말에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언론은 곧 백신이 개발되고, 코로나19가 종식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편 백신 민족주의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 개발되는 백신 중에서 유망한 제품을 두고 국가 간 쟁탈전도 치열하다. 몇몇 나라는 막대한 자금을 앞세워서 백신을 모두 사들이기도 한다. 위기 초반 세계보건총회에서는 코로나19 관련 의료제품의 특허를 공유하자는 결의안까지 채택되었는데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정세가 완전히 달라졌다. 이러한 행태에 중소국가들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갈등 양상은 이미 기후위기 문제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현재 가장 급박한 인류적 문제인 기후위기와 코로나19 백신의 접근성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장면1
주요 선진국들은 산업화 시대부터 온실가스를 마음대로 배출하여 현재의 경제부흥을 이루었다. 온실가스 때문에 지구 평균기온이 오르고 기후 변화가 급격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선진국들은 재난을 대처하고 변화에 적응할 여유가 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 특히 적도 부근에 사는 사람들은 홍수와 가뭄 등으로 식량 위기에 직면해왔다. 영양실조에 허덕이는 인구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해수면의 상승으로 살고 있던 땅도 사라진다. 2030년까지, 3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의 주거지가 물에 잠길 것으로 전망된다.

#장면2
COVID-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감염병 위기에 국가가 통행을 통제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력하게 시행하면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이 사라졌다. 하지만 주요 선진국들은 이러한 통제에 대처할 수 있는 제도와 돈이 있다. 팬데믹에서 강력한 재정적 지원책을 쓰거나 실업급여나 휴업수당 등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하였다. 하지만 개도국의 상황은 심각하다. 영양실조 등 기저질환의 문제, 많은 사람이 함께 거주하는 집단감염의 우려,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의료시스템은 감염병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코로나19로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면서 개도국들의 경제 또한 열악하다. 선진국과 다르게 채권 발행도 어려워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적 수단도 마련할 수 없다. 이 와중에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인 백신은 제약회사의 독점적 지위에서 개발되고 있다. 백신이 나오더라도 저개발국가가 사용할 일은 요원하다.

이처럼 기후위기와 코로나19 위기는 소위 선진국과 개도국 간 대응능력의 격차에 따라 불평등이 가속화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개도국은 위기가 생존권 문제로 연결되지만, 선진국은 자유권문제로 다툴 뿐이다. 전 세계 개도국 인구는 대략 49억 명이다. 중국을 제외하더라도, 거의 세계 인구 절반인 개도국 사람들은 현재 감염병 위기, 생존권 위기에서 희망을 발견하기 힘든 상황이다.

최근 기후위기에 대해서는 한 소녀의 강력한 운동이 모티브가 돼서, 국제적 연대 움직임이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 한국도 선언 수준이지만 대통령은 탄소중립을, 국회는 기후위기 비상대응 결의안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연대는 아직 요원하다.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WTO 각료회의에서 팬데믹 동안 코로나19와 관련된 모든 의료제품의 지적재산권 규정을 일시적으로 유예하자고 제안하였다. 이는 5월 세계보건총회 결의안을 실천하기 위한 실질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것이고, 심각한 감염 위기로 나라 전체가 무너지는 위기를 막기 위한 간절한 제안이었다. 세계 곳곳에 379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했고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제안에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각료회의의 내용은 잔인했다. 백신에 이미 가까워진 이들은 제약회사가 동의하지 않는 유예안에 반대하였고, 제안은 다음에 다시 논의하기 위해 미뤄졌다.

우리 정부도 다르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러 국제회의에서 코로나19 치료제, 백신은 공평하게 사용되어야 할 ‘공공재’라는 발언을 반복해왔다. 하지만 이번 제안에 찬성하지 않았다. 오히려 문 대통령은 최근 국회 시정연설에서 K-바이오 발전의 중요성과 백신주권에 대해 발언하였다.

코로나19 위기에서 한국이 보여주는 방역 대응은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의 방역은 감염 위기에서 서로를 보호하는 공동체 의식, 연대 의식에서 비롯되었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공동체 의식은 아쉽게도 자국 국민들에 국한되는 것인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정말 필요한 것은 국제적 차원의 연대 의식이 아닐까.

앞으로 백신이 개발되면, 특허권에 대한 논의가 불가능할 수 있다. 특허에 상관없이 누구나 백신을 생산하고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 한국 정부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국제기구에서 자신이 했던 발언에 책임을 지는 선택을 하라. 그리고 언론도 부디 WTO 사무총장 선출보다 더욱 중요한 백신의 특허 문제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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