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권리입법 쟁취! 쌀개방 반대! 민중대회에 참여했습니다.


12월 4일 노동자, 농민 등 1만 5000여명이 참여한 민중대회가 대학로에서 열렸습니다. 매서운 바람과 추위 속에서도 참여자들은 전용철 농민 사망 책임자 처벌과 비정규직 권리입법 쟁취를 힘차게 외쳤습니다.

추위를 의식해서 집회가 짧게 끝났지만, 행진 도중 경찰이 물대포를 쏘아대서 많은 사람들이 살인적 추위를 경험했습니다. 긴 머리칼의 한 여학생의 머리가 얼어버려서 얼음 머리가 되버린게 기억에 남네요.

노동자 농민들의 분노가 높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대회였습니다.
간만에 광화문 사거리를 메우며 주최측이 '민중의 힘'을 언급한 것도 기억에 남고요. 노동자 농민이 따로 따로가 아니라 함께 싸워야 한다는 단결의 열망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꽁꽁 얼어버린 발을 재촉하며 돌아가는 길에 저처럼 많은 사람들이 전용철 사망건은 어떻게 될지, 비정규직 문제는 어떻게 될지, 승리의 돌파구는 무엇인지..등. 많은 고민을 안고 가지 않았을까 싶네요.

결정적 시기에 각 각의 운동이 집중할 수 있는 현명함이 더욱 필요한 것 같습니다. 추운날씨에 같이 고생하신 회장님과 변진옥 회원, 오한석 국장님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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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5000여 명 노동자-농민, 현 정권 심판 요구
'민족농업사수, 비정규권리보장 입법쟁취 범국민대회' 성황리 마쳐

2005-12-05 오전 9:21:27


"노동자·농민 다 죽이는 노무현 정권 심판하자."

비정규직 양산이 확실시 되는 '비정규직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대규모 정치 집회에서 가장 고전적인 구호가 나왔다. 그동안 현 정부에 다소 우호적인 입장을 취해 왔던 노동자-농민 단체들이 현 정부 출범 3년만에 '정권 심판' 을 요구하며 선명한 대립각을 세운 것이다.

정권에 날선 비판 속출…권영길 "농민 때려죽인 정부와 끝까지 싸우겠다"

4일 오후 서울 혜화동 대학로에서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노동자 농민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농업사수, 비정규권리보장 입법 쟁취를 위한 범국민대회'는 시민사회가 현 정권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갖고 있는지를 아주 선명하게 보여준 집회였다.

이는 이날 대회에서 민중진영의 대표적 인사들이 쏟아낸 투쟁 발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최근 경찰의 과잉진압이 사인으로 추정되는 고 전용철 씨 사망 사건을 언급하며 "노무현 정권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는 커녕 공권력을 동원해 국민을 탄압하고 있다"며 "민노당은 이 정부가 국민 앞에 사과할 때까지 투쟁할 것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4일 오후 4시경 서울 대학로 앞에서 집회를 마친 1만여 명의 노동자-농민은 광화문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프리랜서 사진기자 양희석


'참여정부' 역시 과거 부도덕한 정권과 마찬가지로 공권력을 통해 서민과 민중의 저항을 억누르며 '참여' 보다 '배제'에 충실하려 했다는 취지였다.

권 의원에 이어 농민 출신이기도 한 정광훈 전국민중연대 상임대표는 노 대통령의 과거 경력을 들며 "5.18 청문회 스타가 농민을 때려죽였다. 농민을 때려죽이고 말려죽이는 노무현은 대통령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386'으로 상징되는 과거 운동권 세력들이 대거 정치 중심부에 편입해 들어갔지만, 이들 역시 불과 수년 만에 기존에 가졌던 개혁성을 잃고 구세력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모습을 보이는 모습도 함께 도마에 올랐다.

연사들이 현 정권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면서 집회의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광명에서 왔다는 김철수(37) 씨는 언손을 입으로 불며 "노 정권 퇴진 구호가 너무 늦게 나왔다"며 "늦었지만 노동자 농민들이 더욱 단결해 현 정권에 민중의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 한다"며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1시간 여 만에 집회는 끝났다. 오후 3시 40분경부터 풍물패, 상여, 대형 만장 등을 앞세우며 집회 참가자들은 광화문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흥겨운 풍물 장단에 맞춰 어깨 춤을 들썩이는 이들도 보였다.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언어, '비정규직'

한편 꼬리에 꼬리를 물고 종로 거리를 지나는 행진 대오를 보는 시민들의 눈빛들은 의외로 적대적이지 않았다. 행진으로 교통상황이 나빠지면 집회 대오를 향해 쓴소리를 하는 시민들이 나타나기 마련인데, 이날 집회에는 행진 행렬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시민들이 다수였다.

은평구 신사동에서 친구를 만나러 왔다는 김미영(31) 씨는 행진 대오 맨 앞에 배치된 고 전용철 씨 대형 영정사진을 가리키며 "얼마 전 한 농민이 집회에서 경찰에게 맞아 죽었다는 뉴스를 봤다"며 "정부에서 아직 사과 한마디 없었냐"며 관심을 드러냈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찍었다는 김 씨는 "그래도 노 대통령이 개혁적일 것 같아서 기대가 많았다"며 "하지만 지금 보면 지금 대통령이나 옛날 대통령이나 다 똑같은거 같다"고 덧붙였다.

종묘공원 한 편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던 한 60대 노인은 "데모는 적당히 해야 된다"면서도 "젊은 애들이 대학나와도 정식(정규직) 일자리 얻지 못해 헤매는 모습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종로거리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한 상인도 "도처에 비정규직"이라며 "이제는 비정규직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도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제 더 이상 '비정규직'이라는 말이 일반 시민들에게 낯설지 않은 언어가 된 것으로 보였다.

경찰 밀어내고 광화문 4거리에서 촛불 밝혀

이날 광화문 4거리까지 행진한 집회 대오는 사방으로 나눠져 경찰들과 대치한 끝에 광화문 대로를 완벽히 점거했다. 당초 광화문 교보문고 옆에서 정리집회를 할 계획이었으나, 일부 집회 대오가 대로까지 밀고 나온 것.

갑작스런 집회 대오의 전진에 경찰측은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물대포'를 쏘아댔지만, 수천 여 명의 인파를 물리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집회 대오가 광화문 4거리까지 진출하자 경찰들은 물대포를 쏘며 저지했다(왼쪽). 이에 노동자-농민들도 소화기 분말을 경찰을 향해 분사하며 강력히 저항했다. ⓒ프리랜서 사진기자 양희석


민주노총 공공연맹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광화문 4거리로) 밀고 나온다고 해서 정치권이 비정규직 법안을 제대로 입법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노동자의 분노만큼은 명확히 전달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추운 날씨 속에 물대포까지 맞아 온 몸에 흠뻑 젖은 채로 서 있던 한 대학생은 "많은 선배들이 취직 자리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제 때 취직하는 경우를 못봤다"며 "마음 같아서는 나라를 한번 들었다 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집회 대오는 저녁 7시경까지 광화문 4거리에서 촛불 시위를 진행했다.

한편 이날 집회는 불과 8000여 명 가량으로 시작됐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집회 대오가 불어나 행진을 마친 뒤 촛불시위가 열린 광화문 4거리에는 1만5000여 명의 노동자, 농민들이 모여들어 성황을 이뤘다. 집회 주최측은 예상치 못한 호응에 잔뜩 고무된 표정을 지으며 "그래도 민중은 살아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경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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