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바란다

 7월 21일 문재인 대통령은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을 임명하였다. 박능후 장관은 사회 안전망 확보와 선진 보건체계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보건 분야에서는 의료체계 공공성 확보에 주력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박능후 장관 청문회를 보며 보건의료에 대한 박 장관의 관점에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박능후 장관은 국회 청문회에서 의약품 등 보건산업 육성을 추진 의지를 내보이며 국내개발 신약 약가우대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선 선행되어야 할 것은 현재까지 개발된 국내 신약에 대한 평가이다. 세계 최초 줄기세포 치료제라던 하티셀그램-AMI는 최근 시판 후 조사 증례수도 채우지 못하는 등 외국에서조차 허가 과정과 안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으며 한미약품의 올리타 정 또한 사망 부작용 등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지금은 국내 신약에 대한 특혜를 확대해나가야 하는 단계가 아니라 지금까지의 국내 개발 신약에 대한 성급한 허가 과정을 돌아보며 과연 세계적으로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수준인지 평가하고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조건 건강보험재정과 국민 의료비를 털어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국내 개발 신약은 오로지 국내용에 머무를 뿐이다.
 
 또한 박능후 장관은 항암제 등 고가 신약에 대한 신속 등재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의약품 허가는 속도전이 아니다. 이미 한국 신약 도입 속도는 전 세계 최상 순위권에 들어있다. 선진 7개국에서 전혀 등재되지 않은 약이 1위로 국내 등재되는 경우가 17%, 1~2개국에서만 등재된 약이 국내로 들어오는 경우는 무려 35%에 달한다. 미국의 경우 1992년~2004년까지 18개의 항암제가 신속허가심사제도를 통해 허가되었으나 2004년 재 치료 확증 임상시험자료를 제출하여 정규 허가로 전환된 약은 6개에 불과하여 신약의 안전성에 관한 논쟁의 여지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박능후 장관은 이제 ‘더 빠르게’를 벗어나 ‘더 안전하게’를 보건복지부의 기본 이념으로 삼고 국내 보건의료정책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9년 동안 국민의 건강과 안녕보다는 의료민영화, 제약산업 육성 등에만 초점을 맞춰왔던 보건복지부가 다시 새롭게 역할을 정립하는데 박능후 장관이 그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며 이에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5대 개혁 과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1. 건강보험보장성 강화 (비급여 관리 방안)

 1-1. 비급여 실태

○ 2015년 건강보험 보장률은 63.4%에 불과했으며 비급여 부담률은 16.5%에 달함. 약제의 경우에도 요양기관으로의 비급여 의약품 공급액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임. 제조사, 수입사 등 의약품 공급업체가 2015년 요양기관에 공급한 비급여 의약품 공급액은 3조 7,218억원으로 2012년도 보다 20%나 증가하여 전체의약품 중 차지하는 점유율이 17.2%에 달함. 통상적으로 급여의약품의 본인부담금은 30% 이고 비급여 의약품은 100% 이므로 실제 환자가 지출하는 처방조제 본인부담금 중 비급여 의약품의 비중은 40% 가까이 될 것으로 추정.

○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에 따르면 환자 및 보호자는 대체적으로 법정 비급여 부분에서는 MRI, 임의 비급여 항목에서는 경구 및 주사 약제비에 대한 급여 요구가 높았음.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에 따른 급여화가 필요한 비급여 항목>

1-2. 비급여 형태

○ 비급여는 법에 명시된 법정비급여와 건강보험법상 원칙적으로 불법인 임의비급여로 구분.
법정비급여는 예방진료로서 질병·부상의 진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 보험급여 정책상 요양급여로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음. 법정비급여는 합법적 행위로서 의료법 제 45조에 따라 비급여 진료비용을 고지하도록 의무화되어 있음.

○ 임의비급여는 급여/비급여 목록에 없는 행위, 급여기준 상 산정이 불가한 항목, 허가사항 및 지침 초과 부분에 대해 요양기관이 임의로 수가를 산정, 요양급여대상임에도 삭감이나 낮은 진료 수가로 진료비용을 수신자에게 부담하는 등 행위를 포함. 임의비급여는 원칙적으로 불법이나 대법원 판결(2012.06.18)에 의해 법령 또는 절차의 미비, 비급여 진료행위의 시급성 및 의학적 필요성, 환자에게 내용과 비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얻었다는 사실을 요양기관이 증명하는 경우 예외적, 제한적으로 인정.

1-3. 비급여 논의 범위

○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논의하고 있는 주요 내용은 첫째, 이미 비급여 목록표에 포함되어 있는 ‘등재 비급여’, 둘째는 행위나 약제 자체는 급여화됐지만 비용 등의 사유로 횟수 등에 제한을 둔 ‘기준 비급여’, 셋째는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 등 ‘제도 비급여’ 등(데일리팜 기사)

○ 보건복지부에서는 기본적으로 비급여를 최대한 급여권 내로 편입시켜 관리가 가능하도록 만들고자 하여 예비급여 등의 방안을 강구하고 있음. 필수적인 비급여를 급여화 시키고 건강보험 내로 편입시키는 것은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데 핵심적 사항임. 그러나 현행 제도상 치료재료·행위 등은 네가티브리스트로 관리되고 있으며 약제는 포지티브리스트가 적용되고 있어 각각 전혀 다른 급여 확대 방안이 필요함. 또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위해서는 급여 확대 방안 뿐만 아니라 풍선 효과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비급여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반드시 함께 시행되어야 함. 
 
1-4. 약제의 비급여 유형과 개선방향

○ 비급여 유형
   가. 기준초과비급여
     - 요양급여기준(횟수/용량 등을) 초과한 비급여

   나. 허가사항초과비급여
     -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사항을 초과한 비급여
     -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기준에 관한 규칙 제 9조 별표 2 제 8항에 따라 합법적으로 비급여          로 사용하는 경우
     - 위 규정이 존재하지만 정해진 절차를 따르지 않고 비급여로 사용하는 경우

   다. 신약 허가 후 급여 등재 전 비급여
     -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이후 급여 등재까지 기간 동안의 비급여

   라. 합의비급여
     -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기준에 관한 규칙 제9조 별표 2에 제시된 사항 중 미용성형, 예방,          치과보철, 영양주사, 한방물리요법 등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거나 신체의 필수 기능개선 목          적이 아닌 경우 등

   마. 심사삭감에 의한 비급여
     - 요양급여대상임에도 삭감이나 더 높은 수가를 받기 위해 진료비용을 수신자에게 부담

○ 현재 약제 비급여 내용, 사용량, 본인부담 비용 등에 관한 자료가 없어 정확한 내용 파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지만 원칙적으로 약제의 경우 비용효과성이 확보된 경우 급여 결정 되고 있어 예비급여 방식은 약제 건강보험 원칙에 부합하지 않음. 특히 허가사항초과비급여 중 정해진 절차를 따르지 않는 경우, 심사삭감에 의한 비급여는 이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 필요. 기준초과비급여는  본인부담차등방식 등을 고려하여 급여권 내로 진입시키는 방안이 필요. 

1-5. 비급여 관리방안

○ 우선 비급여 의료비를 조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관리전담 조직 신설 등 비급여 의료 전반에 대한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함. 비급여 진료의 정보수집 체계 제도화를 통해 비급여 진료비 현황 파악과 상시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함. 이를 위해서는 비급여 코드 표준화 작업과 사용의무화가 동시에 추진되어야 함.

○ 비급여 풍선 효과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혼합진료 금지를 법제화해야 함. 일본의 경우 1961년부터 혼합진료를 금지하여 유효성·안전성이 확립되지 않은 진료 행위를 막고 환자의 경제력에 의한 진료 차별화를 방지하고 있음. 당장 혼합진료 금지가 어렵다면 혼합진료 시 처방전 발행을 분리하는 방안을 우선 도입할 수 있음.

○ 요양기관의 사전설명의무를 명시해야 함. 요양기관에서 불가피하게 비급여 진료를 시행할 경우 사전에 환자에게 설명을 하고 동의서를 받도록 함. 비급여 진료에 대한 설명 시에는 급여 대안도 함께 제시하여 환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도록 함. 마지막으로  본인부담 진료비 직권심사체계를 도입하여 비급여 사후 통제기능도 강화시켜야 함. 

2. 보건의료 관피아 방지 방안

○ 2016년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 승인률은 92%에 달하여 공직자윤리법의 취지에 역행하고 있음. 특히 최근 제약회사들이 허가고시, 약가인하, 보험급여 등과 관련 유관기관을 고소·고발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공무원들의 법무법인 취업도 늘어나는 추세임. 건약이 조사한 보건의료 공무원 퇴직자 38명 중 46%가 법무법인으로 취업.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송무담당 변호사를 역임한 임직원이 법무법인에 취업하여 약가인하소송을 맡고, 전직 보건복지부 사무관이 요양급여비 환수 소송에서 병원측을 대리하여 소송에 참여하는 등 기존 업무와 연관성이 상당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

○ 또한 의약품 허가 관련자들의 제약회사나 연구대행기관 취업도 증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심사과장은 재직 시 특정 회사 항암제 임상 허가를 내준 후 바로 관련 회사 부사장으로 취업. 이는 전문성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민관유착을 유발하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직결된 제약기업에 대한 조사, 감독을 무력화 시키는 로비창구로 기능할 우려가 높음.

○ 문재인 정부는 각 부처별, 직급별 공무원들을 심사하기 위한 세부적이고 정확한 심사기준 및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심사 결과와 그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함. 특히 국민 건강에 핵심적인 보건의료부처 공직자 심사에 있어 취업제한기관, 취업제한기간을 확대하는 등 엄격한 기준 설정 필요. 공직자윤리법 적용대상은 4급 이상 공무원, 경찰·소방·감사 및 조세·건축·토목 등 인허가부서 근무자는 5~7급 공무원에 해당함. 여기에 보건의료부처 공직자도 포함시키고 특히 식약처 인허가부서는 조세·건축·토목과 동일하게 취급하여 공직자윤리법 적용 대상이 되어야 함. 

3. 필수의약품공급체계(공공제약사)

○ 필수의약품에 대한 접근은 건강권의 핵심 요소로서 정부는 이를 보장해야 할 책임이 있음. 박능후 장관도 청문회에서 ‘필수의약품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차원에서 귀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점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다고 밝히며 ‘국가필수의약품 관리위원회나 공공제약사 설립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힘.

○ 공공제약사 설립은 이윤이 남지 않아 제약산업이 생산을 기피하는 의약품, 필수적인 약제임에도 불구하고 공급이 되지 않는 의약품, 전염병 유행 대비,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과 생산을 담당할 수 있음. 또한 장기적으로는 의약품 공급의 안정성 확보를 통한 국민건강증진, 약제비 절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음.

○ 공공제약사의 형태는 제조설비를 갖추어 직접 생산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위탁제조·수입업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할 수 있을 것임. 다만 정부가 국민 건강에 필수적인 의약품의 생산과 공급을 전적으로 민간에 맡기는 현 상황을 벗어나 의약품의 안정적 생산·공급에 적극적인 역할을 시작하는 단초로서 공공제약사 설립을 설계해나가야 함. 

4. 찾아가는 지역보건인프라 강화에 공공약료서비스 포함

○  2016년 미국 통계국이 발표한 ‘늙어가는 세계 2015’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35.9%로 세계 2위를 기록하였으며 이미 2000년 고령화 사회(65세 이상 인구 7% 이상)로 진입. 노인환자의 경우 다수의 동반질환, 환경, 복약순응도 등을 고려해 포괄적인 평가가 필요하며 환자들이 복용하고 있는 약물들의 상호작용, 부작용, 고위험 약물의 정확한 복용법 및 주의사항 등 의약품과 관련한 총체적인 상담 및 관리 필요.

○ 특히 저소득층 의료이용실태에 따르면 약물 관리에서 상당한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어 이에 대한 관리 필요. 찾아가는 지역보건인프라 강화에 약사들을 포함시켜 거동 불편한 환자 및 취약계층 집을 방문하여 약물사용 관리를 병행하여 포괄적 건강관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함.

○ 이와 같은 공공약료서비스 집행을 위해 지역 내 보건소 약사 인력 확충, 공중보건약사 제도 시행. 병역 미필 약사들이 대체복무로 지역사회 공공약료 서비스 제공, 의료취약지 종사 등 취약계층, 취약지역 등에서 환자들의 약화사고를 예방하고 안전한 약물복용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함.

5. 공공심야약국 확대

○ 야간 및 공휴일에는 1차 보건의료기관들이 거의 모두 문을 닫기 때문에 경증환자도 응급실을 이용. 이와 같은 1차 보건의료서비스의 공백은 경증환자들에게 오랫동안 아쉬웠던 문제임. 박근혜 정부는 영리법인 약국 허용을 추진하면서 영리법인 약국은 24시간 약국 운영이 가능하여 국민들의 편의성이 증대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음. 그러나 환자가 거의 없는 심야시간에 운영되는 약국은 이윤을 내기보다는 적자를 낼 가능성이 높아 이윤 추구를 목표로 하는 영리법인 약국이 심야시간에 운영될 가능성은 적음. 이윤 추구로 해결할 수 없는 심야시간의 보건의료서비스 공백은 공공적인 지원을 통하여 해결해야 함. 정부가 지원하는 공공심야약국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것임.

○ 2013년 부천시가 지원하는 야간공공약국은 22시~02시까지 모두 3개 운영. 주 이용 층은 ‘자영업, 상업, 생산/근로직 종사자’가 다수로서 서민계층이 적어도 50%이상을 차지. 만약 야간약국이 없었다면, 응급실로 내원했을 것이라는 환자가 30%였고 응급실도 편의점 상비약도 이용하지 않고 밤새 그냥 참았을 것이라고 답변한 환자들도 56.5%. 부천시 야간약국은 ‘야간에 병원 응급실을 이용하기에는 경증질환이며 편의점에서 상비약을 단순구매하기보다는 약사의 복약지도와 약물정보 등을 필요로 하는 환자’에게 충실한 약료서비스를 제공하여 시민건강을 도모. 부천시에 야간공공약국 1개소가 생김으로 절감되는 건보재정은 최소 연간 약 3억 6천만원으로 추정됨.

○ 공공심야약국은 건강보험 재정 절감은 물론 취약시간대 1차 보건의료서비스의 공백을 해결하기 위한 다른 어떤 제도보다도 비교 우위에 있음. 장기적으로 공중보건약사 고용을 통해 인력의 안정적 확보와 운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됨. 공공심야약국을 지자체별로 1개씩 선정하는 등 전국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함.

 

2017.   7.   24.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Shar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