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님들께 현 시국에 대해 드리는 글(2015.11.27)

회원님들께 현 시국에 대해 드리는 글

 

이제 곧 12월입니다. 겨울의 한복판으로 다가서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의 체감온도는 한겨울 북풍 한가운데 서있는 것 같습니다. 이 정부가 들어선지 3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우리가 느끼는 기간은 30년 같습니다.

박근혜 정부 3년 동안 실로 하루가 멀다 하고 수많은 끔찍한 일들을 겪어야 했습니다. 국정원 선거개입이 밝혀졌지만 유야무야 되었고,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든 복지공약들을 헌신짝마냥 팽개쳐버렸으며, 역사상 최초의 공공의료기관인 진주의료원을 폐원시켰습니다. 전교조를 불법으로 규정하였고 수많은 노동자들을 하늘 꼭대기 농성장으로 내몰았습니다. 그리고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세월호...... 정부는 ‘무능’했고 국가는 ‘부재’했습니다. 그 해 12월 통합진보당 해산까지, 무능한 정부는 민주주의 파괴에는 유능했습니다. 각종 부패와 무능은 줄지어 벌어졌지만 저들끼리의 처벌은 가벼웠고 저항하는 이들에게 드는 탄압의 몽둥이는 무거웠습니다.

얼마전까지 전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은 메르스 사태에서 우리는 또 다시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국가의 부재를 공포 속에서 목도해야 했습니다. 저들의 무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무능일 뿐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의료민영화는 강행되었습니다. 의료법 개정 없이는 불가능한 영리병원자회사 설립과 병원의 부대사업 확장을 시행규칙 개정이라는 초법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추진하는 한편,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으로 모든 공공영역을 민영화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최초의 제주 영리병원 추진, 원격의료 추진, 의료수출지원, 의료기기 규제완화 등 이 정부가 밀어붙이는 의료민영화는 그 광범위함과 꼼꼼함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을 지경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반민주, 반복지, 반서민 정부임이 명확해졌습니다. 그러나 이를 막아낼 저항의 힘은 미흡합니다. 이미 자유언론의 의미를 상실한 언론통제 아래에서 여론을 모아내는 일은 더욱 어려워졌고, 거액의 손해배상소송을 앞세운 노동탄압은 벼랑 끝에 몰려 싸우는 노동자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으며, 정부의 '법질서‘와 공권력을 앞세운 공안탄압은 국민들에게 마치 30년 전 군사독재 시절로 되돌린 듯 압도적인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폭압적인 박근혜 정권은 이제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노동법 개악으로 전국민을 쉬운해고와 평생 비정규직으로 내몰고 있으며, 마치 가문의 족보정리라도 하듯, 역사 왜곡을 위한 국정교과서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14일 서울에 13만명이나 되는 군중이 모인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농민, 노동자, 서민 아니 이 땅의 한줌도 안 되는 권력자들과 재벌을 제외한 대다수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지금, 직접행동으로 불의한 정권에 항의하는 자리에 어찌 함께 하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이날 모인 군중들은 박근혜 정부의 부정의하고 강압적인 노동정책에 반대하고, 반서민․반복지 정책을 중단하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임기 3년 내내 국민과의 약속은 모두 내다버리고 국민의 등골을 휘게 만드는 박근혜 대통령은 퇴진하라고 외쳤습니다.

불의한 정권은 2008년 촛불 이후로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이는 집회임을 알고 시작 전부터 구태의연한 폭력시위프레임으로 정치공세를 쏟아 부었고, 당일에는 군중이 모이지도 않은 시각부터 미리 인도를 포함한 지역에 차벽설치는 물론이고, 평화집회 중인 군중을 향해 PAVA 물대포를 직사하는 등 수많은 폭력행위를 자행했습니다.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모인 노동자 농민 서민들과 함께 했습니다. 우리는 이날 정권의 무참한 폭력진압으로 인한 시민들의 부상을 목격하였고 우리의 직업적 소명으로 부상당한 시민들을 치료하고 응급 후송하며 우리의 역할을 다 하려 노력했습니다.

전국농민회 백남기씨는 4m 거리에서 경찰이 정조준한 직사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응급수술을 받고 지금 사경을 헤매고 있습니다. 우리는 부상자를 돕는 사람들과 의료진 그리고 구급차에도 물대포를 쏘아대는 모습을 직접 목도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일체의 사과는커녕 민주노총 압수수색,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을 향한 소환장 남발, 집시법 개악 등으로 탄압의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진료지원으로 참여한 보건의료단체연합에 대해서도 14일 집회를 공동주최한 명목으로 김정범 상임공동대표에 대한 소환장을 2차례 발부하였습니다. 이것은 박근혜 정부의 폭주에 항의해온 우리 단체 활동에 대한 탄압이자 재갈물리기에 다름 아닙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회원들은 폭력진압 직후 의료인으로서 언론을 통해 경찰폭력에 항의했고, 물대포와 최루액의 심각한 위험성에 대하여 사회적으로 알려왔습니다. 또한 집회 참가자들이 당했던 인권침해와 건강상의 피해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대책기구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일요일 백남기씨 가족의 요청으로 인의협 소속 의료진들이 병원을 방문하여 보호자와 함께 환자를 직접 보고, 현재 백남기씨가 매우 위독한 상태임을 확인한 바도 있습니다.

지금 정부는 시간을 끌고 눈과 귀를 막아 백남기씨에 대한 폭력진압 건이 언론 속에 묻혀버리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건의료단체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에 대한 공안몰이를 강화해 저항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손발을 묶어 저들 마음대로 노동개악과 국정교과서 강행, 그리고 의료민영화 정책 등 각종 반서민 정책을 밀어붙이려 합니다.

정권의 직접 탄압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엄중한 시기임에도 우리는 살인진압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민중과 함께하는 것이 상식이며 우리의 직업적 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의의사회 역시 물대표와 최루액을 이용한 시위진압은 매우 위험한 행위임을 지적하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건약 회원 여러분, 폭압적인 정권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싸워나가는 힘의 근원은 단 하나, 회원여러분들이 함께 한다는 믿음에 있습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집행진은 정권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더 당당하게 우리가 맞은 역사적 소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12월 5일 토요일은 2차 민중총궐기의 날입니다. 회원여러분, 이날 함께 거리에서 만나고 싶습니다. 함께 진료지원을 하고 싶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시면 좋겠지만 병의원 약국 근무 때문에 부득이하게 함께 하지 못하시는 분들은 SNS를 통해서라도 인사와 격려를 보내주십시오. 그리고 응원해 주십시오.

조급해진 저들의 그 어떤 탄압도 군사독재의 서슬 퍼런 탄압에 맞서온 우리들의 가치와 신념을 무너뜨리지 못할 것입니다. 역사가 아무리 잔인해도 생명은 아름다우며, 모든 이들의 생명을 지키는 파수꾼인 우리들은 역사적 소명을 지켜내는 일 앞에서 마주잡은 손을 놓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역사의 한 고비를 넘고 있는 지금, 회원 동지 여러분과 맞잡은 손을 더욱 뜨겁고 힘 있게 쥐고자 합니다. 우리는 결코 지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는 또 우리의 길을 갈 것입니다. <끝>

 

 

2015. 11. 27.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

김이종, 김정범, 신형근, 이상윤, 정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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