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장기입원환자 본인부담금 인상 철회하라!

[성명] 장기입원환자 본인부담금 인상 철회하라!

 

 -국민의견 무시하고 건강긴축정책에 앞장서는 복지부를 규탄한다 -

 

 

16일 이상 입원하는 환자들의 본인부담금을 인상하는 ‘건강보험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던 복지부가 시민사회의 비판과 국민 1만3천명의 반대의견 개진에도 불구, 이를 강행하기로 결정하였다. 지난 4월 20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16일 이상 입원시 기존의 본인부담금 20%를 25%로, 31일 이상 입원시 30%로 인상하는 ‘장기입원환자 본인부담금인상안’을 확정하고, 9월부터 시행하기로 하였다.

우리는 지난 4월 개정안 입법예고 때부터 본인부담금 인상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국민들에게 알려왔다. 국민과 여론 또한 문제제기에 동의하고 2주만에 1만 3천명 이상의 시민들이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서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우 인상율 조정만을 내세우며 이를 강행하려는 복지부의 태도는 국민의 건강을 우선해야할 직무를 유기한 채 건강긴축정책에 앞장서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이러한 복지부를 규탄하며 다음과 같이 밝히는 바이다.

 

첫째, 가난한 서민의 의료이용축소를 목표로 한 역진적 건강긴축정책이다.

정부가 입원료 인상으로 내세운 4인실 건강보험 적용의 효과는 전국적으로 겨우 800병상의 4인실 증가에 불과하다. 미미한 보장성 확대에 반해 입원료 인상의 부담은 훨씬 크다. 40일 입원하는 장기 입원환자를 예로 들면 기존 본인부담금이 30만원 정도였다면 개정 이후는 45만원 정도로 150% 부담을 높이게 된다.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환자가 유럽국가의 2-3배에 달하고 이 중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는 환자가 36%나 되는 것이 한국사회의 현실이다. 이러한 본인부담금 인상은 더욱 의료의 장벽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더구나 본인부담금은 가장 역진적인 재원으로서 가장 먼저 줄이거나 없애야하는 것임에도 이것을 의료이용 제한의 도구로 삼는 것은 사회보험의 기본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다.

 

둘째, 입원료 인상으로 ‘낭비적’ 장기입원을 줄일 수 있다는 근거가 없다.

최대한 양보해서 ‘낭비적’ 장기입원이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것을 가격정책, 특히 역진적 본인부담금 인상을 통해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근거가 없다. 정부가 입원료를 올리겠다는 근거도 단지 OECD평균보다 한국의 평균입원일수가 길다는 것 뿐이다. 하지만 오히려 OECD는 장기입원일수를 낮추기 위해서는 “병원의 병상수를 전략적으로 감축할 것, 지역사회 기반의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국의 입원일이 ‘낭비적’이라는 지적은 OECD와 비교하면서 왜 그 해법은 OECD의 조언을 따르지 않는가.

 

셋째, 서민의 삶을 위협하는 건강긴축정책들이 민주적 절차마저 무시된 채 추진된다.

본인부담금 인상은 시행 즉시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가볍게 하는 직접적인 정책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가 정부와 사회의 화두가 되고 중장기 보장성 강화안을 복지부가 마련하기 시작한 이래로 오히려 서민의 부담을 늘리는 정책이 줄줄이 발표되는 것은 이번 정부에서 특이한 현상이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는 복지공약을 제1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된 정부이다. 중장기 안도 아니고 당장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심각히 침해받는 정책에 대해 시민사회, 언론이 반대하고 1만3천명의 시민들이 직접 의견을 보내왔음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의견 수렴, 인상율 조정’이라는 권위적인 행정처리로 일관한다는 것은 이번 정부의 민주주의 후퇴가 일선 행정조직에 일상화되어 가는 현상으로 보인다. 정권은 바뀌고 정책도 바뀐다. 하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복지정책의 근간을 일구는 행정조직이 최소한의 민주적 합의의 과정에 대해 일궈놓은 수준이 겨우 이정도 밖에 되지 않는가? 최소한의 민주주의 원칙을 회복해야 한다.

 

겨우 3개월 동안 우리는 장기입원 본인부담금 인상뿐만 아니라 의료급여환자들의 장기입원시 본인부담금 지원에 대한 삭감, 의료급여진료이용 알림(경고)서비스, 그리고 최근 요양병원 입원료지원 삭감 등 가난한 서민들의 복지긴축을 노리는 건강긴축정책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더구나 건강보험 누적흑자가 13조임에도 오히려 입원료를 올리는 정책은 상식을 벗어난 일이다.

정부는 최소한의 상식과 민주주의 원칙을 회복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장기입원환자 본인부담금 인상안을 철회하고 건강긴축정책들을 포기해야한다. <끝>

 

 

 

2015. 5. 26.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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