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식약청은 의약품재분류 세부기준에 대한 과학적 판단과 사회적 합의를

논평] 식약청은 의약품재분류 세부기준에 대한 과학적 판단과 사회적 합의를 선행한 후 그에 따른 의약품재분류를 실시해야 한다.

 

 

 

어제(6월7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의약품재분류안을 발표하면서 의약계를 비롯하여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의 갑론을박의 논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에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이하 건약)에서는 이 논란에 앞서 전제되어야 할 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식약청은 “모든 의약품에 대하여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의약품 분류 세부기준(’11.8월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거쳐 마련한 분류 알고리즘 등)을 마련하여 재분류 작업을 실시”하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의약품분류 세부기준에 대한 관련 전문가와 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사회적 합의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그간 의약품분류의 세부기준 조차도 없었던 것에 비해 물론 이러한 기준 마련은 진일보한 일이다. 그러나 앞으로 의약품분류의 근거가 될 세부기준에 대한 근거 제시와 이에 대한 사회적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의약품분류안을 발표하여 오늘 논란의 불씨가 된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피임약을 살펴보자. 사전피임약의 경우 어제 발표한 세부기준에 의하면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어야 하나, 지난 50년 동안 국내에서 안전성과 부작용에 대한 사후 모니터링없이 일반의약품으로 사용된 경험과 피임과 출산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등 사회적, 인권적 측면에서 보면 일반의약품로 분류되어야 하는 기준의 충돌이 올 수 있다.

 

또한 의약품 재분류시 선진8개국의 기준을 중요한 분류의 기준으로 한 것에 대해서도 이 기준을 언제까지 고수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국내의 의약품 부작용 보고와 사후관리 시스템이 확립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해외 선진국의 사례가 중요하기는 하나 국내의 부작용 보고나 발생건수를 분류기준의 판단근거로 하지 않고 마냥 이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다. 국내의 의약품 부작용 모니터링과 사후조치 체계를 구축하지 않은 채 외국의 기준만을 근거로 삼는 것은 식약청의 의약품 안전관리 의지와 능력을 의심하게 만들 뿐이다.

 

2007년 건약의 문제제기로 효능효과의 변경과 일반의약품에서 전문의약품으로 변경된 ‘다이안느’의 경우를 떠올리면 이제라도 의약품 분류의 세부기준을 만든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그 "기준"에 대한 합의 과정이 생략되었기에 그 기준에 따른 결정에 승복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절차는 몇몇 품목의 전문약/일반약 자리바꿈이 아니라 그 근거로 제시한 "기준"에 대한 검토 및 합의 절차이다.

 

의약품재분류에 앞서 그 세부기준에 대한 검토 및 의학적,사회,문화,경제적 판단을 동시에 고려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선행해야 할 식약청의 임무이다. 그리고 그 기준의 일관된 적용만이 사회적 혼란을 피할 수 있다. 이것이 식약청이 의약품재분류를 둘러싼 이해집단의 눈치보기를 한다는 의혹을 벗어나 국민건강을 우선시 하는 신뢰받는 기관으로 인정받을 것이다.

 

이에 건약은 좀 더 시간을 갖고 의약품재분류의 기준에 대한 검토와 합의의 절차를 거친 후 의약품재분류를 할 것을 요구한다.

 

2012년 6월 8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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